커리어 피드

연륜으로 만든 커피 <펑다카페이>

- Day 2 -

블랭크(Blank) / 19. 03. 29. 오후 10:17



note. 2-4

손님으로 북적이는 홀에서는 모두가 주문과 서빙, 커피를 만드느라 바삐 움직이는데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노부부는 졸음에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앉아있다.

노부부가 졸음에 빠진 자리와 그곳 너머의 카페 홀 사이에는 시간이 달리 흐르는 듯했다.
그렇게 함께 존재하는 분주함과 한산함, 젊음과 오래됨의 간극이,
Fong-da Coffee의 세월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굳이 서울과 비교하자면 명동거리와 닮은 시먼(Ximen, 西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참이 시먼 지역의 큰 장점으로 여겨지지만, 나는 그 활기참이 반갑기는커녕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더 편하게 여기는 나 같은 이에겐, 조금 ‘과한’ 활기참이랄까. 게다가 젊은 쇼핑객과 여행자들이 두루 모여드는 상업 지역이니 만큼, 몰개성이라는 딱지가 자연스레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타이베이 곳곳의 매력 넘치는 골목길을 두고서, 시먼 같이 번잡한 곳을 굳이 찾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 내가 시먼 지역을 다시 찾게 된 건, 언젠가 여행 매거진을 통해 알게 된 한 카페 때문이었다. 



 

추적추적, 조용히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 식사를 겸하기 위해 찾은 펑다카페이(Fong-da Coffee, 蜂大咖啡)는, 1956년부터 시먼에서 장사를 해온 연륜 넘치는 가게. 따지자면 카페보다 ‘다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입구에 놓인 유리 진열장에는 투박한 모양의 옛날식 다과가 잔뜩 쌓여있고, 벽면에는 온갖 커피 용품과 기구가 뜻 없이 걸려있었다. 그 아래 옹기종기 모인 테이블들은 이미 손님으로 만석.

 

홀에 들어서자 그 복잡한 틈에 겨우 자릴 비집고 서 있던 로스팅 기계가 돌돌 거리며 콩을 볶기 시작했다. 수더분한 차림에 멋없는 면장갑을 낀 아저씨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기계 앞에 섰다. 로스팅 용품들도 나무와 종이를 덧댄 낡은 것들로 가득. 흔히 커피 로스터리를 방앗간에 빗대곤 하지만, 이 곳이야 말로 그 비유에 딱 맞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기계 곁에 서 있으니 따뜻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곧 고소한 냄새가 온 가게에 번져나갔다. 



아침 식사가 될만한 것들을 주문했다. 마요네즈 바른 빵에 햄, 달걀이 든 무척 클래식한 샌드위치가 먼저 테이블에 올려졌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샌드위치부터 한입 베어 물려 하니, 곧 털거덕 소릴내며 카푸치노 잔이 서빙되었다.


그렇다면 커피부터 꼴-깍.
그 한 모금에, 곧장 방글방글 미소가 새어 나왔다. 



***


로스팅 기계에서 번져 나오는 따뜻함과 두런두런 다정하게 공간을 메우는 말소리들.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 카푸치노. 이 모든 것들이, 나른한 아침을 이겨내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전해주었다.


"저, 저기,  이 과자 좀 살 수 있을까요...?" 



가게를 나서며 카운터에 있던 쿠키를 몇 개 샀다. 잠에 빠진 할머니, 할아버지를 한참 불러 깨운 후에야 살 수 있었다. 할머니는 미안한 기색이라곤 없이 태연하게 쿠키를 꺼내 주었다. 느긋하고 하염없는 그 움직임에, 할머니가 옷장에서 내어주는 과자를 기다리던 어린 날이 생각났다.


고심하며 세 가지 쿠키를 골랐다. 다른 기대감으로 맛 본 쿠키는 세 가지 모두 똑같은 맛이 났다.

나는 어쩐지 그 사실이, 괜히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펑다카페이는 그런 곳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맛이 나는, 세가지 '다른' 쿠키!



***


테이블은 맡아준 서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보니, 조용히 흩내리던 비가 꽤 굵어져 있었다.

‘이쯤이야, 뭐 어때!’ 개의치 않고 손으로 비를 받치며 길을 나섰다.




펑다카페이 (Fong-da Coffee, 蜂大咖啡)

No. 42, Chengdu Road, Wanhua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8 ‣ Goole map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라고 이야기되는 카페 Fong-da Coffee는 1956년 문을 연 가게. 낡은 간판이나 세월을 품은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커피에 대한 연륜이 만만치 않다. 에스프레소 음료와 사이폰 커피, 콜드브루(더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샌드위치, 토스트 등 간단한 요깃거리와 서양식 디저트, 대만식 다과가 함께 마련되어 있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도 구입할 수 있다.



수민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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