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스 마케터들의 <도쿄 48시간> #1

더부스 브루잉 컴퍼니(The Booth Brewing Co.)

더부스 마케터들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도쿄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수요일 새벽 3시에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부리나케 인청공항으로 달려갔고, 금요일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다시 포근한 내 방 침대에 누울 수 있었죠.

출장기간은 1박 2일, 정확히는 48시간! 그 시간동안 3명의 마케터는 총 17곳을 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정이지만, 촘촘하게 기획된 덕분에 모든 곳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경험하고 온 도쿄의 생생한 이야기, 지금부터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지금까지 이런 식빵은 없었다, 센터 더 베이커리.

by 혁일

지금까지 이런 식빵은 없었다.

제가 겪은 센터 더 베이커리는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가게 앞에 족히 1시간은 기다려야할 법한 줄이 늘어서 있는 풍경이나, 방금 밥을 먹고 나온 사람의 발걸음도 붙잡을만큼 고소한 냄새 때문만이 아닙니다. 고급스러운 전등으로 꾸며진 인테리어도 제법 매력적이지만, 제가 몇 년 후에 이 베이커리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를 장면은 아닙니다.

첫출근, 첫해외여행, 첫사랑. 처음이었기에 잊을 수 없는 선명한 기억처럼, 센터 더 베이커리에서 제공한 ‘빵 먹는 경험’은 확실히 처음으로 기억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잼+버터 토스트 세트’. 이름만으로는 너무나 평범한(가격은 안 평범한) 그 메뉴는 주문과 동시에 생각지 못한 행동을 제안합니다. 삼겹살을 시켰는데 갑자기 쌈채소는 뒤쪽 텃밭에 가서 뽑아오라는 느낌이랄까요?

갑자기 분위기 토스터기

빵이 준비되는 동안에 고객은 선반에 가지런히 진열된 토스터기 중 하나를 직접 골라 자리로 가져와야합니다. 물이나 반찬이 셀프인 경우는 봤어도, 토스터기가 셀프라니. 처음엔 그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을 듣고 토스터기를 진심으로 고민해서 고른 저희 모습이 더 웃긴 것 같네요(ㅎㅎ).

실제로 그곳에 진열된 토스터기의 장단점을 비교해 고르는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소하고도 생경한 제안 자체가, 이곳의 식빵은 준비자세부터 갖춰야 할 특별한 식빵이라는 점을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식빵맨이 떠올랐다면 동심 파괴일까요?

저희가 고른 토스터기에 대한 간단한 작동방법을 듣고난 뒤, 7가지 잼과 3가지 버터,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볼법한 크고 두툼하고 하얀 식빵이 나오더군요. 각 식빵은 일본식, 미국식, 영국식으로 제조된 식빵이었고, 영어와 일본어의 중간쯤 되는 직원의 설명은 100%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무언가 굉장히 진지하고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식빵에도 국경이 있다는 사실보다, 식빵도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더부스가 고객들에게 IPA가 무엇인지, 스타우트에서는 왜 이런 풍미가 나는지 설명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설명이 끝났을 때는 이미 눈 앞에 놓인 식빵을 하나의 요리로 바라보게 되었죠.

입에 들어가는 순간 녹아버려서 절도죄로 경찰을 부를 뻔한 프렌치 토스트

식빵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인생 식빵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요. 하지만 이 식빵을 아무런 맥락 없이 접하게 됐다면, 그저 맛있는 식빵 정도로 기억됐을 것입니다. 훌륭한 인테리어와 토스터기를 고르는 의식, 단어 하나하나씩 짚어가며 열심히 설명해주는 직원, 오픈키친을 통해 보이는 진실된 분주함까지. 센터 더 베이커리가 세심하게 준비해놓은 그 모든 과정이 있었기에 이 식빵이 지금까지 없었던 그런 식빵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에서 식빵 먹은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썼다는 사실이 저 스스로도 놀랍네요. 혹시 도쿄에 가실 일이 있다면 여러분도 센터 더 베이커리의 식빵을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세련된 배려, 호텔 코에

by 희진

새벽 3시에 기상해, 밤 10시 30분에 끝난 일정 무려 19시간 30분의 피곤함을 안고 '호텔 코에'에 도착했습니다. 1층에서는 파티가 한창이었습니다. 호텔 코에 1층은 종종 파티 공간으로 활용된다고 하더라고요. 작은 콘서트가 열릴때도 있고요. 평소에는 누구나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카페로 운영됩니다.

사실 호텔의 서비스라는건 그다지 특별할게 없지 않나요? 그간 제가 경험했던 호텔의 체크인 서비스는 '얼마나 친절하게 키를 건네주느냐'가 정도였거든요. 게다가 너무 피곤해서 '친절' 같은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1분이라도 빨리 침대에 드러눕고 싶은 마음 뿐. 안내에 따라 시끌벅적하게 파티를 하는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갑자기 전혀 다른 느낌의 새로운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호텔 코에의 프라이빗 라운지(출처: hotelkoe.com)

적막하지 않은 조용함과,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한 빛을 연출하고 있는 조도, 그리고 저희를 기다리고 있는 호텔리어까지. 편안한 '숙소'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자, 피곤함은 잠시 잊은채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습니다.

저희는 곧장 작은 바가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안내받았습니다. 그곳에는 심플하지만 세련된 바(Bar)가 있었어요. 그곳에 앉자, 차분하게 호텔의 서비스를 소개해주었습니다.저녁 시간에는 언제나 다양한 종류의 주류와 간단한 안주가 구비된 바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객실의 미니바 역시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하능 하다는 것. 조식은 지금 체크인을 하는 이 공간에서 제공되는데, 퀄리티가 매우 훌륭하니 꼭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추천까지. 여행 중에 언제든 사용 가능한 핸드폰도 전달받았습니다. 마치 친한 친구에게 설명해주듯 따뜻하고 다정하게 하지만 적당한 예의를 갖춰 설명해주는 분의 눈빛에 이 공간을 잘 즐기고 싶어지더라고요.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부담스럽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서비스. 호텔 코에는 '호텔의 체크인 서비스가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훌륭한 체크인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호텔 코에의 조식

호텔 코에 S 사이즈 룸(출처: hotelkoe.com)

호텔 코에는 (시부야의 중심에 위치한 것치고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객실은 매우 작은 편입니다. 제가 묵었던 S 사이즈의 방은 퀸사이즈의 침대와 샤워부스가 들어가면 공간 전체가 꽉 차는 크기였지만, 그 안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단 하나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미니바와 잘 포장되어있는 어메니티, 푹신함이 기분 좋은 객실 슬리퍼 그리고 아주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침대 한 켠에 놓여있던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공간이 작다는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디테일한 공간 구성과 서비스 덕분에 기대치 않았던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통의 중심지 시부야에서 적당히 기분좋은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여기 이곳 호텔 코에를 추천합니다. 저도 다음 도쿄 여행에 다시 한 번 더 묵어볼 생각입니다.

츠타야? 츠타야, 츠타야!

by 명희

츠타야 다이칸야마 T-Site의 풍경. 벌써 벚꽃이 폈다!

2016년, 더부스 입사 전에 짬을 내 잠깐 다녀온 도쿄여행이 츠타야 서점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총 3번 츠타야 서점을 방문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도쿄를 대충 5~6번은 가봤던지라, 항상 가던 시부야, 신주쿠 말고 다른 특별한 곳을 찾던 차에, 도쿄에 살던 지인이 소개해준 동네가 바로 다이칸야마였습니다.

서울의 청담동과 삼청동을 섞어놓은 듯한 모던하고 아기자기한 골목과 구석 구석 위치한 편집숍, 브랜드 매장, 고급 주택들이 조화롭게 위치한 그곳은 도쿄하면 정신없고 번잡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렸던 저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주었습니다(지난 5~6번의 방문이 정말 대충이었나, 싶었던 순간입니다ㅎㅎㅎ).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T-SITE]

(출처: http://real.tsite.jp/daikanyama/english/)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었던 그곳! 바로 츠타야 다이칸야마 T-SITE 였습니다. T-SITE 안에는 각종 숍들이 즐비합니다. 츠타야 서점을 비롯하여 이제는 츠타야 옆에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찰떡궁합 스타벅스, 라이카 스토어, 펫 서비스 센터, 레스토랑, 키즈 편집샵 등, 이곳을 찾는 사람들 각각의 니즈를 고려한 안성맞춤 형태의 매장들이 알맞게 모여있는 느낌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다양한 형태의 리테일 매장을 접목한 복합형 공간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작년 5월에 오픈한 한남동의 사운즈한남와, 올해 오픈한 성수연방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츠타야 다이칸야마의 건물 외관은 T-SITE의 T를 연상케하는 로고 모양의 패턴이 매우 단순하지만, 조형적으로 아름다워 한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훌륭한 점은 T-SITE를 둘러보면 정말 큰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이 매우 크다거나 압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 이 공간을 설계한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T-SITE는 공간과 건물 전체를 조망 할 수 없게 설계되어있는데, 그 이유는 사람은 큰 공간에 가면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편안함을 주기 위해 그렇게 설계 했다고 하네요. 정말 큰 그림을 위해 큰 그림을 포기했다고나 할까요 ㅎㅎ

츠타야가 제안하는 진(Gin) 즐기는 법

경험 포인트 #1. 라이프 스타일 서적과 관련 굿즈가 제안하는 체험

이제는 츠타야를 가본 사람들에겐 식상할 수 있지만, 그래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츠타야의 “제안”입니다. 이는 츠타야 서점의 최고경영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는 <지적자본론>에도 관련 내용이 등장하죠. 큐레이션 서점은 이제 한국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츠타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이칸야마 T-SITE의 층 구성을 보면 1, 2층으로 나눠져있고, 1층에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큐레이션 서적을, 2층에서는 다양한 음반, DVD와 음향기기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중요한건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이 모든것들을 서적과 함께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경험”하게끔 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냥 시중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아무 책 보다는, 여행, 음식, 디자인, 건축 등 특정 분야의 서적을 큐레이션하였고, 이와 관련한 굿즈나 관련 제품을 전시함으로써 책만 봐도 마치 음식을 먹는 듯한,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합니다. 2층에 있는 음반 스토어도 음반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들을 수 있게 해두었고, 관련한 음향기기도 자유롭게 동작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책과 음악 뿐 아니라 의류나 악세사리, 일본에서 생산된 다양한 공예품과 식품 등을 팔기 때문에 천천히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죠.이 모든것들을 디스플레이만 해놓고 만질 수 없게 한다면 의미가 없을텐데, 세심하게 “체험”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훌륭한 부분입니다.

경험 포인트 #2. 완벽한 조도와 구석구석 배치된 좌석, 그리고 편의성

이번 다이칸야마 T-SITE 방문에선, 그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행동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여기를 좋아하고 머무를까. 책을 읽기에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완벽한 조도의 사용, 둘러보면 어디든 앉을 수 있는 자리 마련, 로컬을 배려해 밤 늦은 시간 산책하다 들려도 괜찮게 새벽 2시까지 영업, 그래서 사람들은 깊은 사색을 하듯 서두르지 않고 이 공간에 오래 머무르며 즐기게 되나 봅니다.

처음 봤어요, 스타벅스 트럭

경험 포인트 #3. 스타벅스와의 콜라보

사실 책과 잘 어울리는 음료 중에 커피만한게 없죠. 커피 강국인 일본에서 스타벅스가 자리잡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누구의 제안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이 두 공룡 브랜드의 협업은 정말 대단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공간을 단순히 붙여놓는다고 다는 아니죠. 각자의 브랜드가 욕심내지 않고 한 브랜드인 것 처럼 동선 계획, 브랜딩, 공간사용, 좌석배치까지 한 몸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좋은 콜라보의 예라고 볼 수 있을것 같아요.

경험 포인트 #4. 다이칸야마의 분위기와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공간 그 자체

츠타야 다이칸야마의 매력은 다이칸야마라는 고즈넉하고 감성적인 동네, T-SITE라는 훌륭한 공간 안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굳이 책을 사러 가지 않아도 그 동네를 지나가다 이 곳을 보면 들를 수 밖에 없죠. 그리고 공간이 주는 좋은 느낌이 고스란이 츠타야까지 이어집니다. 애초에 좋은 동네를 골라서 좋은 곳들과 협업하는 것도 능력이랄까요?

[ 츠타야 번외편! 긴자와 시부야에서 만난 츠타야 ]

긴자의 츠타야, 스타벅스 리저브 긴자식스 X 츠타야

긴자 식스에 자리잡은 츠타야는 긴자라는 동네가 가진 고급스런 느낌과 잘 어우러집니다. 한 층을 거의 통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도 굉장하죠. 그리고 우리가 여러 츠타야 지점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긴자의 츠타야 또한 스타벅스와 강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일반 스타벅스가 아닌 리저브 매장과의 협업이라는 점도 긴자의 고급스러움을 더욱 부각시키며, 동시에 마치 하나의 매장인듯 유기적이고 자연스럽게 결합된 형태 또한 인상적입니다. 이곳에선 커피와 책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것이 각각의 활동이 아닌, 하나의 활동이 되는 것이죠. 사람들은 츠타야와 스타벅스를 하나로 소비하며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부야의 츠타야, 북 아파트먼트

시부야는 젊은 고객들과 관광객이 가득한 곳입니다. 모든 것의 흐름이 빠르고, 시끄럽고, 분주합니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 마치 섬과 같은 휴게공간을 제안하는 츠타야의 북 아파트먼트가 있습니다. 시부야의 화려하고 복잡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정반대의 정적인 시간과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오히려 시부야에 가장 적합한 츠타야를 만든 것이죠.

책 큐레이션도 여행, 디자인, 만화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공간을 찾는 이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1인을 위한 공간, 여성전용층, 샤워시설 등이 준비된 점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구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지친 분들이라면, 츠타야 북 아파트먼트를 방문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더부스 마케터들의 <도쿄 48시간> 1탄, 어떠셨나요? 저희가 경함한 모든 것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작은 기억의 조각들까지 모으고, 조합하고, 가공했어요. 그러다보니 제법 긴 글이 됐지만, 저희의 48시간 중 반의 반도 소개드리지 못했다는 사실!

조만간 2, 3편으로 돌아올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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