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개발자와 마케터의 대담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핀다 (Finda)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그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듣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듣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이해하는 것,

내 생각과 그대의 이해 사이에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이라는 책의 첫 페이지 제목은 ‘시도' 이다. 주로 비즈니스, 기획, 마케팅 파트 및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많았던 나는 핀다에서 처음으로 ‘개발자'를 더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보았다. 개발과 마케팅 사이의 10가지 가능성보다 더 기대되는 시너지를 꿈꾸며.



Q. 보미 : 개발자느님 승근님. 핀다에서 약 2-3개월간 태스크포스 (Task Force) 로서 기여하신 걸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승근: 개발적으로 뭐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이에 관해서라면 시간도 짧았고, 다른 회사 개발팀들한테 보고 배우라고 자랑할 만한 정도로 성숙한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했던 일을 좀 정리해보자면, 회사 내의 모든 팀원들을 고객이라 생각하고, 무엇을 해볼 수 있을지 인터뷰를 많이 했다. 그 결과 총 3가지 정도의 개선 포인트를 찾았다. 1) 사이트 속도 개선, 2) 데이터의 시각화 3) 업무의 자동화 시스템 만들기가 그것이다.



Q. 보미 : 3가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까?


승근 : 1. 사이트 속도는 핀다 사이트 리디자인 (PHP -> React) 을 통해서 핀다 사이트가 빨라져 고객이 웹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스피드 측면에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2. 시각화는 엘라스틱서치와 키바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존에 숫자로만 정리되었던 마케팅 데이타를 보기 좋게 그래프화하는 작업을 디벨로퍼 꿈나무인 영진님과 했다. 3. Dashboard & Tracking 자동화. 앞서 말한 시각화된 자료는 그간 수기로 직접 입력하던 정보들을 그래픽화 한 거다. 이를 마케팅 팀에서 직접 수기로 하기보다는 자동으로 입력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했다. 도움이 되었나?



Q. 보미: 와우. 많은 걸 해냈다. 엄청 도움이 되었다. 사실 주말마다 한 주간의 데이터를 3-4시간 공을 들여 입력했었는데, 그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더 특별히 자랑할만한 것이 있다면?


승근: 위의 3가지 결과보다는, 지난 2개월은 핀다에서 개발팀과 마케팅팀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개선의 과정이라 말하고 싶다.



Q. 보미: 그러한 노력이나 개선의 과정은 보통 일로서 어떻게 실체화되었는가?


승근 : 일례로, 내가 예전에 IT 외주 회사를 다녔던 때를 설명해보겠다. 잘 나가던 이 회사가 수 년만에 금방 망했는데, 내가 파악한 원인은 대기업의 기획 아이디어가 다 만들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다가, 그 생태계가 변화되어서, 개발자가 기획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바뀌자 위기가 왔다. 개발자들이 여러 기획 아이디어들을 내다가 싹 망했다. 너무 쉽게. 이를 보며 ‘기획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기획은 정말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개발자로서 기획의 말을 잘 따라야지 하고 생각하게 됐다. 즉, 망했던 경험이 다른 팀을 인정하게 도와준 거다. 그 이후에 잠깐 몸담았던 게임 회사는 철학이 “전원 기획, 전원 개발" 이었는데, 이 회사는 이렇게 팀 간 업무의 명확한 경계가 없이도 성공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걸 보니 일이란 참 어려운 것 같다. 보미님은 평소에 게임은 잘 안 하는가?



Q. 보미 : 그렇다. 1도 모른다.


승근: 나도 안 한다. 프로그래밍은 좋아하는데, 게임은 크게 관심이 없다. 2년간 레벨이 10인 적이 있었다. 게임회사에 다니면서 그 게임을 하지 않아 본부장님께 혼났다. 하하. 게임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개발자로서 스스로 업무상에서 캐릭터를 지원군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주로 개발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왜냐하면, 자신의 프로그램에 자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자부심과는 별개로, 주인공이라는 생각보다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운동으로 따지면, 내가 직접 골을 넣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지원해서 함께 골을 넣었을 때 더 만족감이 크게 됨을 깨달았다.



Q. 보미: 핀다에서도 그때와 같은 맥락의 상황인가?


승근: 많은 걸 느끼고 간다. 개발 이외에 더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서 실제로 느꼈다. 경제나 비즈니스, 마케팅 등. 학교 때 들은 마케팅 원론이 직접 적용되는 걸 봐서 흥미로웠다. ‘시장에 대해서, 유저의 포지셔닝 되어있는 상품의 콘셉트, 어떤 단어가 가장 어울릴까 등’  다양한 주제로 고민하는 마케터를 봤다.

개발자는 시야가 좁은 사람들이다. 당장 내가 만든 앱이 동작하는 것만 봐도 기쁜 사람들이다. 이런 우리 대신에 이렇게 고객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건 개발자 입장에서 참 든든한거다. 이들이 고객의 인사이트를 잘 정립하여, 상품(프로덕트)에 녹여야 한다. 유저와 대면한다는 면에서 마케팅이 인사이트를 먼저 얻고, 이를 가지고 상품에 반영하는 것이 개발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비즈니스 측면도 마찬가지다. 대표분들이 다른 회사와 전략을 세워 목표를 만들었을 때, 개발자로서 그 사람들에게 최대한 정보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혜민님이 ‘개발팀에서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서 알려주세요’라고 했었는데, 그게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우리의 상황을 잘 전달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개발팀에서 엣지가 되는 정보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드렸어야 했는데, 그걸 미리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디자이너나 개발 자체의 작업에 몰입하게 되는 좋은 면도 있지만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 점이 있다. 마케팅과 비즈니스 사이드의 질문을 받아서 넓은 시야가 생겼다. 우리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의도나 의지가 생겼다. 



Q. 보미: 개발자 입장에서 고객이란?


승근: 한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한다.


“나는 국민이다. 나는 국민이 뽑아 줬기 때문에.”


개발자인 나는 고객을 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솔직히 내 앞에 고객이 있지 않고, 나한테는 불투명한 존재인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적이고 현상적인 마케팅팀과 비즈니스의 이야기였다. 유저 1-2명보다는, 최대한 정리된 폼으로 마케팅팀의 의견을 믿고 간다. 감수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마케팅팀은 우리 고객이다.




Q. 보미: 감사하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개발자는 우리도 좋았다. 딴 이야기 물어봐도 되나? 개발자는 geeky 또는 nerdy 하다던데… ?


 승근: 그런가? 스튜어트랑 개발자만의 개그도 즐거웠다. 개발자끼리만 통하는 개그가 있긴 한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은 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ㅋㅋ) 특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하버드에서 박사를 받은 스튜어트는 과학자 (Scientist) 이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것처럼 실무를 치열하게 했다기 보다는, 연구하듯이 깊이 있게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스튜어트와 일을 할 때는, 스스로 프로그래머로써 기본적인 것들은 그냥 하되,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는 스튜어트와 함께 과학적인 차원의 고민을 했었다. 이런 점에서 좋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제도 이렇게 해결했다.



Q. 보미: 어제 해결한 문제는?


승근: 새로운 결제 모듈을 도입하는데, 안정성과 성능이 상충되는 가치라 염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데이터 베이스 어떻게 될까? 이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굉장히 추운데. 최악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클릭 한 번에 오차가 없이 진행할 것인가, 얼마간의 손해가 되더라도 모수를 늘리는 방법을 진행할까? 서버 비용과 고객에게 지불하는 비용의 균형 접점은? 스튜어트가 제안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전략을 찾게 되었고, 전략을 내가 실행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마무리했었다.



Q. 보미: 거 참, 멋지다. 의사결정하는데 고민하는 모습이 멋있다. 향후 핀다 개발 포인트는?


승근: 플랫폼을 쉽게 늘려갔으면 좋겠다. 지금의 웹 베이스 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 작은 디바이스에 설치될 수도 있고… 이런 건 재밌을 것 같다. 개선의 여지가 많다. PWA, 프로그레시브 웹앱, 리액트 네이티브 등 지금 핀다에서 가지고 있는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는 상황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는 루트를 잘 찾았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들을 좀 활용하면 유저들에게 좀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다. 알고리즘 고도화는 어느 정도까지 구현이 될지, 향후 핀다 개발팀의 노력이 기대된다.


Q. 보미: 마케팅팀과 개발자가 향후 더 함께 해볼 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승근: 일명 Growth Hacking 파트 중에서 함께 진행하고 있는 SEO 를 예로 들 수 있다. 정윤님의 리드 하에 벌써 핀다 내에서는 많은 연구자료가 있는 걸로는 알지만, 마케팅팀과 프로덕트 팀이 어떻게 서로를 인지하고 인센티브를 만들어 나갈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계기로 마케팅 - 제품 팀 간의 새로운 시너지도 발휘되고, 의사소통 개선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맞다. Finda 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돈은 적게 들이면서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으로 SEO 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개발자 덕분에 이를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해보려고 더 고민 중이다. 사실 개발자가 적극적으로 마케팅팀을 찾아와서는 ‘문제가 뭐냐!’ 고 질문했을 때, 이 사람은 뭔가 하고 쳐다봤었다. 그 강한 첫 인터뷰가 대화를 편하게 이끌었고, 시도 때도 없이 서비스와 개선을 위해 고객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그간 논의했던 아이디어들이 제품 안에 잘 녹여들기를, 고객에게 더 가치를 전달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다. 개발자와 마케터는 상품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치열한 노력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서 보다 발전적인 관계가 되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더불어 함께 가라!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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