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세로토닌 샤워 후기[회색 사진의 저주]

(주)디투리소스

어느덧 4월입니다. 만우절이니 오늘은 거짓말처럼 치열했던 사내 사진 공모전 소식을 가지고 왔답니다.

평화로웠던 서막

평화로웠던 2019년 시무식날

저희는 대표님께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어요.

'흑백 필름카메라인데요.

새해엔 주위에 소중한 것들을 관찰하고 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해요'

IT 회사에서 아날로그 느낌 가득한

흑백 필름카메라라니.. (너무 느낌 있잖아ㅠㅠ)

무얼 찍어야 할지 설레고 얼떨떨한 이 기분..

그렇게 1분기는 한동안 전 구성원의 셔터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지

그리고 지난 3월

2nd 세로토닌샤워(부제: 눈부신 검정의 감격)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겨울 내내 예술혼을 불태웠던 저희는 모두 인생샷 하나씩을 기대하며

카메라를 제출했어요.

세로토닌샤워 (serotonin shower)

디투리 주민들의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멍석 깔아주는 사내 공모전.

이번 두 번째 세로토닌 샤워는 흑백 사진 공모전을 주제로 열림.

모두에게 수거한 카메라는 한꺼번에 현상소에 맡겼구요.

필름카메라가 없어지는 추세다 보니,

이제 광주 내에서도 현상을 해주는 곳이 너무 적더라구요.

내심 첨단 기술에 밀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다들 내 사진이 어떻게 나왔나 궁금해서

모여서 구경하고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각자 다른 사진을 찍었는데도..

다들 같은 사진이 찍혔지 뭐에요.

소름 돋는 그레이색이야..

한 명도 빠짐 없이 결과물의 80퍼센트가 회색빛이었어요.

온통 먹구름 색이라 사진을 찍은 장본인도

본인이 무슨 피사체를 대상 했는 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사무실 바닥도 그레이색이야..)

설령 사진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무도 몰랐을 정도로요.

이 쯤 되면 형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도 우승할 수 있는

세기 최하의 사진 공모전이 발생하는 상황 ..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들 스물 네 컷 중 한 두 장이라도 멀쩡한 걸 골랐다는 사실입니다.

여차저차 작품들이 진열되고

사진 공모전은 무리 없이 열렸습니다.

의외로 작품 퀄리티가 좋아서 우승자 뽑기가 치열했어요.

감상과 동시에 투표에 고뇌하는 주민들

다수결로 가장 많은 표를 가진 세 명은

토템 교환권 티켓을 받게 되는데요.

토템은 오로지 세로토닌 샤워의 우승자만이 받을 수 있는

품격있는 트로피입니다.

그래서 누가 받았냐고

치열한 접전 끝에 세 작품이 선정되었는데요.

공동 2등은 직장 동료들과의 추억을 담은 작품 <즐거운 디투리 생활>,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위한 소소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 <선서>가 선정되었습니다.

영광의 1등은 <22년만의 가족사진>을 출품하신 박이사님께로 돌아갔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담아 오라는 미션에

가장 많은 주민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인가 봅니다.

며칠 후 토템은 이렇게 제 주인을 찾았구요.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죠?

모두 저희가 직접 디자인, 제작한 메이드 인 디투리소스입니다.

열심히 핸드메이드로 사포질 해주신 박대리님께 감사를..

토템은 앞으로 매 회마다 주제에 맞는 모형으로 제작될 예정이에요.

모두가 시중에 파는 게 아니라 더 값진 기념품이랍니다.

소중할 수록 어렵습니다

흑백이라서인지

흔한 일상의 순간도 더욱 새롭고, 의미 있게 느껴졌던 날들이었어요.

왜 하필 흑백 필름 일회용 사진기 일까

처음엔 의문이 많았는데요.

차마 담기지 못하고 가려진 회색빛 사진들을 보며,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것은 쉽게 포착할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답니다.

그리고 최첨단을 만들어내는 IT기업이라도

아날로그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대표님의 철학에 대해서도요.

잠시나마 모두에게 눈부신 검정의 감격을 선물한

두 번째 세로토닌 샤워는 새로운 추억을 남기고선 잘 마쳤답니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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