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스며드는 작업을 하는 본질 탐구자 : 피경지 TA

 

서울문화재단



더 즐겁고 다 행복한


서서울예술교육센터 TA 인터뷰

#서서울예술교육센터 #피경지 #TA


‡ Nice to meet you, Artist meets you ! ‡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예술 활동. 서울문화재단의 15개 창작공간 입주작가들을 소개합니다.

피경지, , 레이저 커팅 후 조립, 2017

작가는 생각이 깨이는 철학적 사유에서 영감을 받는다. (...) 
()은 단순한 질료가 아닌 성질과 운동성을 말한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으로 열매를 맺는 결실을 뜻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매서운 운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물상으로 바위보석 등이 있다.”
( 작가노트 )

분명 날카롭고 차갑고 청명한 인상이었는데, 닿고 보니 생각하던 것과는 달랐다.
작가보다 작품을 먼저 보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자원했다.
무려 한 달 전 피경지 작가를 만났는데, 계절이 바뀌는 바람에 감기에 걸려 기사가 미뤄졌다. 
서늘한 이 마음을 모아, 여러 결실이 맺어지길.

현재 관심 있는 것하고 있는 작업에 초점을 맞춰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형의 원리 중에서도 패턴이라는 요소규칙적인 반복을 이용해서도 지루하지 않게 리듬감 있는 조형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프랙털1) 이론을 참고하기도 하고 모듈2)의 개념도 작업에 반영하고 있어요학부에서는 예술 이론을 전공하고석사 때는 섬유미술을 전공했는데 이것이 어우러져 현재의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조형원리를 탐구하고 이것을 패브릭으로 표현 하는 것.
  
예전에는 전시 위주의 작업을 많이 했어요공예 베이스 전공인데도 전시장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작업을 했다면요즘에는 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는공간과 어우러지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 것이 공간 안에 들어왔을 때 같이 숨 쉴 수 있는 작업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1) 프랙털 :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
2) 모듈 : 건축 재료 혹은 공범의 기준 치수나 단위로 쓰이던 개념으로교육영역에 차용되어 개별화 수업에서 사용되는 수업자료의 한 유형하나의 통합된 주제를 가진 자력학습용 수업단위를 가리키며학습자에게 목표로 제시한 특정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전체 교육과정의 한 구성요서의 역할을 하는 단위이다.

피경지, , mixed media, 2012

작품 방향에 변화가 생긴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은 제가 학교에 오래 있었어요박사 과정까지 다이렉트로 했거든요학교에 계속 있다 보면 자기 자신한테만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아무래도 학교는 자기 공부를 하는 공간이잖아요. 30대 전까지는 한테만 집중을 하다 보니 내가 가진 감정의 표현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했었어요그러다가 박사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서, 30대를 전후로 학교를 벗어나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예전에도 외부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그 비중이 학교가 90 학교 밖의 활동이 10이었다면점점 학교 밖의 활동이 점점 늘어나면서, ‘한테서 벗어난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한테서 벗어나게 되면서 작품도 변하게 되었어요.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작업을 했다'고 한 게그것이 저한테만 집중한 작업이기 때문에이를 실생활 공간에 가져가면 언밸런스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거든요왜냐하면 제 감정의 표출이니까요감정이라는 게, ''만 들여다보면 어두운 면을 보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밝은 것보다약간은 자폐적으로도 생각을 했었는데그런 작업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바깥 활동을 하게 되면서부터예요.

피경지, , 레이저 커팅 후 조립, 2017

전시장에서 작품을 내놓은 것 이외에작가로서의 다른 활동이 있습니까?

정통적인 방법이잖아요미술관에서 작업을 건다는 것은그런데 제 전공을 생각해보면공예에서 출발했어요그런데 8,90년대에 이 공예라는 것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시기가 왔다고 들었어요공예가 원래 물건을 만드는 거잖아요그런 수공작업들 대신에 상업적인·기계 생산이 많아지면서공예라는 분야가 미술에 속하는 것도 아니고디자인에 속하는 것도 아니고어중간하게 된 거예요기법은 공예의 기법을 사용하면서회화나 설치미술을 하는 시각예술 작가들처럼 계속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가고 있었거든요그 시대의 흐름은제가 공부할 당시에도 그런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전시장 안에서만
  
하지만 사실 제가 느낀 것은이는 공예의 출발점과 맞지 않다는 것이었어요왜냐하면 패브릭이라는 물성을 다루잖아요이 패브릭은 우리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지금 입고 있는 것도 전부 다 패브릭이고요. 그래서 삶 속에서 보여주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전시장 안에서만 머무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각예술이라는 것은 메시지·아이디어가 중요하니 메시지 전달을 위해 이를 잘 표현해주는 물성 · 재료를 써야 하는데섬유로만 쓰니까 또 한정적이고이 한계들이 전시장 안에서는 많이 보였어요. 이 밖으로 나와서 '생활 속에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저도 바꿔나가는 중간인 것 같아요. 전시 활동도 많이 하기는 하지만우리 삶에 스며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피경지, , 레이저 커팅 후 조립, 2017

미리 최근의 작품 사진을 보았을 때마치 진짜 금속처럼 느낄 정도로 차가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가운 금속처럼 보이는 게 사실은 전부 다 패브릭이에요금속이 아니에요패브릭만 이용했어요사실 소재는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라서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아요다만 물건의 본연의 성질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최근에는 금속성에 대한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호미낫 모티브가 등장하는 것도 금속으로 이루어진 물체이고이 물체 안에 어떤 속성을 갖고 있을까 하는 거죠금은 차갑고잘 정제시키면 무언가를 베고 자르는 도구로 쓸 수 있고날카로운 속성을 갖고 있어요그러한 본질적인 속성을 패턴으로 만들어그 패턴을 이어 붙여서 낫 혹은 캔의 형상을 만들었어요. 를 배제하고우리 주변의 사물 또는 자연에 대한 본질적인 속성을 제가 해석한 이미지로 표현했습니다.


금속이 다이아몬드의 형태라면금속이 아닌 다른 것을 표현할 때는 또 패턴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인가요?

FIRE MOVEMENT 조명은 하트’ 모양으로 이뤄져 있어요불빛은 사방으로 퍼지잖아요방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또 금속처럼 형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는 이미지가 있으면서 따뜻한 느낌도 있고그래서 하트’ 모양의 패턴으로 만들어서 조립했어요그 성질을 또 잘 표현하는 게 뭘까 했을 때 조명이 떠올랐어요. ‘을 이용하고이것 자체가 의 속성을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피경지, , 레이저커팅 후 조립, 2018

패턴 자체를 다르게 해서 반복하는 방법의 변화는 물건마다 다른 건가요?

물건마다라기보다일단 주제를 정하고 관련된 사물을 모아서 표현하는 거죠금속이라면 금속에 관련된 사물을 모아서 표현하고불 · 빛 이런 주제와 관련된 사물이라면 조명도 될 수 있는 거고요이런 관련된 것들이 또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만들고모으고그렇게 시리즈로 만들어가려고 해요.


스스로가 공예품을 만드신다고 생각하세요?

그 경계에 있는 것 같아요지금의 방향성은 공예를 이용한다는 거예요공예품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물건이고제가 봐온 공예 자체의 물질적인 속성은 손으로 만들어서 우리 실생활에 쓰이는 물건을 만드는 거예요조선시대도 마찬가지로 화병이 멋지게 공예품으로 만들었는데이걸 사용하기도 하지만바라보고 두고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도 하잖아요장식품의 속성일 수도 있죠공예품이라기보다는겅예를 이용해서 우리 실생활에 같이 숨 쉴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로서의 삶을 오랫동안 생각해 오신 것 같습니다그런 자신의 세계에 '어린이교육'이라는 키워드가 들어 왔는데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서른 전까지는 미술관·박물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종종 했어요그렇지만 제가 기획한 게 아니라에듀케이터가 구성해 놓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식이었죠수업이라기보다그거 이외에는 교육을 따로 해본 적은 없었고생각도 전혀 없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박사 과정을 하면서 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처음으로 강사로서 대학생을 가르쳤는데 새로운 경험이었고 정말 재밌었어요대상이 대학생이라서 그랬던 것 같은데학생들을 가르친다기보다, 10년 동안 작업을 하면서 기술적으로 익혔던 것들을 전달해주되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이것이 작품에 담길 수 있도록 같이 상의하면서 하나의 공동 작업을 하는 것 같았어요그리고 이를 3년 정도 하면서더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대학은 제 전문분야만 하잖아요제가 주도적으로 아이들한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예술적인 것을 기획하고 가르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른을 전후로 학교 밖을 두들기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하면서 느낀 것은보통은 제가 가르쳐준다고 생각하지만사실 제가 받는 것이 더 많거든요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있잖아요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준비한 것을 아이들과 나누면서이런 교감들이 나 중심이었던 제 작업을 바꾸게 되었어요그 전에 작업만 할 때와 다르게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요이런 경험들이 좀 더 저한테 긍정적으로 다가와서교육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또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 와서 좋은 것은이전에 다른 곳에서 무산되었던 아이디어들을 거의 다 해봤다는 점이에요매 수업마다 큰 줄기는 같지만조금씩 바꿔서 하거든요아이들과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제가 기획하고 티칭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고 해야 할까요재단에서 아이들을 모집하고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니까 그게 TA로서 좋았던 점 같습니다.

"이렇게 해도 돼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색칠도 해요?"
“하고 싶으면!”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수업을 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혹은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라든지요.

수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지는 않은데그냥 좋았던 것은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이에요. 1학기 수업 같은 경우에는 네모난 블록을 한 사람당 100~200개씩 쓰게 했는데네모 블록이 반복되어 쌓이면서 모양이 점점 변해 가요. ‘이 하나가 뭐든지 될 수 있다’, ‘계속 변할 수 있다’, ‘패턴 하나가 모여서 뭐든지 만들 수 있다라는 아이디어를 담기 위해 가변적으로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했거든요아이들이 진짜 집중해서 무언가를 쌓아요그런데 제가 따로 시키거나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또 쌓고 부숴요부시고 또 만들고그렇게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약간 본능적인건가물론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놀이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던져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그냥 놀아요특정 한 아이가 그렇다기보다는 전체 아이들의 모습이 그래요.
 
또 너무 웃길 수도 있는데아이들이 청소를 진짜 재밌게 잘해요. 3천 개를 만들었어요블록을 쌓고 치워야 하잖아요포대자루를 주기만 하면경쟁 붙어서 다 담고자기 이만큼 담았다고 하고청소 싫어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오늘 수업은 조금 달랐던 것 같은데요.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어 보고이를 투명 필름지에 옮긴다흰 물건들에 필름지를 대고 손전등 빛을 비추면자신이 만든 패턴이 물건들에 입혀진다.’라는 과정이었다.)

오늘 보신 수업은 2학기 내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에요. ‘패턴이라는 조형요소만 같고방식은 많이 다른데조금 더 공간에 맞는 수업을 하려고 새로 짰어요그리고 아이들이 시각적으로 좋아 보여야 흥미를 느끼더라고요물건에 자기 패턴이 입혀졌을 때의 그 미적 체험시각적으로 딱 예쁘다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림만을 그려서 수업을 하는 것보다확실히 손전등을 비추고 하니 다르게 보이는 것 같네요.

아이들의 패턴이 그려진 투명한 필름을 물건에 대고 비춰보고 하는 것은패턴 디자이너들이 패턴 하나를 만들어놓고 컴퓨터상에서 여러 물건에 입혀보는 원리를 가져온 것이에요이후 수업엔 이 패턴 위에 또 다른 패턴이 올려지는 레이어라는 개념을 넣어볼 계획입니다색깔이 입혀지고 그 위에 무늬가 올라가고보통 패턴 디자인할 때 분판이라는 것을 해요겹쳐졌을 때 색깔 변화가 나타날 수 있게 투명 필름 몇 개를 합쳐서 하는 것도 재밌을 것도 같아요.


오늘 아이들은 따로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패턴을 서로 겹쳐서 빛을 비춰보던데요!(웃음)

맞아요합쳐서 막 이리저리 하잖아요아이들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웃음너무 한정지으면 그 안에서만 하니까.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지금까지 수업과 작업을 병행해왔는데요내년에는 작업의 비중을 높여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2017년 개인전 이후에 교육기획전시 기획 등을 하면서 들었던 변화된 생각을 다시 작업에 담아 보려고 해요.

피경지, , 레이저커팅 후 조립, 2018

개인적으로 작업물을 봤을 때 한 눈에 예쁘다라는 게 확 느껴집니다혹시 공예품으로 내실 계획은 있으신가요?

현재도 제작하고 있어요제 작업의 핵심은 탈부착이 가능한 패턴 조각 하나로 뭐든지 만든다는 것이에요앞서 보여드렸던 작업들과 같은 방식으로 조그맣게 브로치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아이디어는 같지만 방향성을 달리해서 병행하고 있어요.


앞으로 전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12월에는 개인전이 잡혀 있어요.

2018년 12월 11일(화) ~ 2019년 1월 8일(화)

@KCDF window gallery(종로구 인사동 11길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작가가 작업 외에 생활비를 벌기 위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어요저도 예전에는 여유만 있으면 작업만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교육이라는 활동이 제 작업을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영감을 얻는다기보다아이들과 대화하고 교감하면서그 한 곳에 머물러있지 않고 제가 변화되는 게 작업으로 바로 반영되니까요교육과 예술 이 둘을 앞으로도 잘 병행해서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제가 계속 변화해요.
그 한 곳에 머물러있지 않고.
그걸 작품에 반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교육 활동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시민기자단 나혜린
사진제공  피경지
디자인  이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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