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와인 그리고 투자

 

파운트

요즘 날씨가 좋다. 따뜻한 봄날이다.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날씨를 만끽하며 잠깐 산책을 하고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너무도 당연한듯한 발걸음으로 말이다.

지난해(2016년) 우리나라 국민의 커피 소비량은 약 250억 잔이라고 한다. 국민 한 사람당 약 500잔을 마셨단다. 하루에 2잔 정도 마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았던 내가 하루에 2잔은 마시고 있는 듯하니 통계가 얼추 맞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게 됐다. 커피가게는 동네 구석구석까지 생겨났다. 내가 일하는 회사 근처에도 수십 개의 커피가게가 있다. 
브랜드가 있는 가게, 프랜차이즈부터 개인이 하는 곳까지 형태도 맛도 다양하다.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이 몇천 원부터 1,500원까지 가격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다. 편의점에서 파는 1,200원짜리 커피도 나쁘지 않다. 거꾸로 고급화 전략으로 나가는 곳들도 있다. 너무 다양해 맛을 구분하기는커녕 이름을 외우기도 어렵다.

통계적인 근거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고급화, 다양화한 커피집이 오히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커피를 공부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누가 알아서 추천해주면 그냥 그걸 마신다.

비슷한 경험이 또 있다. 

지인 중에 와인 강의를 하시는 분이 있다. 그 분과의 저녁 모임은 즐겁다. 음식에 어울리는 다양한 와인을, 음식 순서에 맞춰 마시면 그 맛이 일품이다. 굳이 비싼 와인이 아니어도, 입의 즐거움은 부족하지 않다. 그에 곁들여지는 와인에 대한 설명은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한다.


잠시 와인을 공부해본 적이 있다. 책을 사서 봤는데, 반쯤 읽다 말았던 기억이 있다. 와인에 대한 애정이 부족했거나,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거다. 좋아는 하지만, 공부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소주와 맥주로 회귀했다. 투자 역시 커피나 와인에서의 경험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한다. 애써 모은 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돈을 공부하고 싶진 않은 것이다. 커피나 와인을 공부하고 싶지 않은 것과 같다.

누군가가 나 대신 공부해서 알아서 굴려주면 좋겠다 싶은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습성이 변하진 않을 것이다. 커피나 와인은 기호품이지만, 돈은 기호품이 아닌데도 그렇다.

남의 손을 빌리면 돈이 든다. 그 '남'에게 수고비를 줘야 하는 것이다. 돈을 굴려주는 값을 치러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펀드다. 

돈을 모아 굴려주는 펀드에 사람들이 돈을 넣는다. 나보다는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펀드에 들어가는 수수료는 결코 싸지 않다. 1~2%의 수수료를 받아 가지만, 그 수수료 이상의 수익을 매년 주지는 않는다. 수익과 상관없이 수수료를 받아 간다. 좋은 커피와 와인을 즐기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듯이, 
돈 역시 좋은 수익을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공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요. 돈을 공부하지도 않는다. 결국 
아무 커피나 마시듯 아무렇게나 돈을 놔둔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돈을 예금에만 넣어두는 것은 돈을 잃는 행위다. 몰라서 놔두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귀찮아서 그렇다.

커피나 와인은 대충 아무거나 마셔도 상관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애써 모은 내 돈을 아무렇게나 굴려도 되겠는가? 생각 외로 안전한 투자법도 많다. 조금은 공부를 하자.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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