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생] 전력을 다한 사람에게 더 뛰라고 하는 시간

메디스트림 / 20. 03. 24. 오전 10:10

오픈이 막바지입니다. 이제 점검할 시간.

Medistream도 오픈 막바지입니다.

우리는 6개월 간 아래 같은 과정을 걸어왔습니다.

'기획 > 디자인 > 개발, 퍼블리싱 > QA > 오픈'

이제 점검할 시간(QA시간)이죠.

기획대로 됐는지 검토할 시간입니다.

개발이 1차적으로 마감됐다고 합니다.

완성됐을까요?

'아 이제 내가 기대하던 서비스가 날아오는건가'

멋진 미슐랭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기대했다면,

이제 요리해야 할 재료 정도가 도착한 기분입니다.

왜 그렇게 앞서 많은 사람들이 QA 너무 짧게 잡으면 힘들다고 이야기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시험 기간에 공부 다했다 생각한 적 단 한번도 없는데, 비슷하네요.

아마 오픈하고서도 한 동안은 수정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개발자도 전력을 다했습니다.

느낌은 아직 엉성한 상태로 도착했지만,

개발자 분들이 전력을 다 했다는게 느껴집니다.

몇 가지 포인트에서는 다이아몬드 원석 얻었다는 기분도 듭니다. 사이트 기획 자체가 버거웠기 때문에, 제 기준에 부족하더라도 이해합니다.

프론트 개발자 분도 저 따라서 요즘 30분 단위로 시간을 계산하며 일하십니다. (그도 물들었다.) 약속한 시간은 넘어섰습니다.

원래 다들 손을 저으며 거절하던 기획.

시간으로도 확인됩니다.

하지만 기준은 그대로 입니다.

통과하지 못한 기준을 다시 통과하도록.

전력을 다해 달려온 분들에게, 더 뛰자고 이야기해야 할 시간. 느낀 점 몇 가지. 감각을 잊고 싶지 않아 적어놓습니다.

'물이 반 밖에 없네, 물이 반이나 있네'가 아닌 '물이 반이 있네'

전자는 '해석'이 붙었고, 후자는 '사실'만 말합니다.

까다로운 쟁점이 될 부분에서는 사실만 언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 밖에 없다.'고 하면 상대 노력에 대한 실례요.

'반이나 있네.'라고 하면 상대가 지켜야 하는 기준을 낮춰버립니다.

그 무엇도 원하는 답이 아니라서요.

요즘 가장 연습 많이하는 관점.

'반이 있네요.'

염담허무 진기종지.

누구나 이 프로젝트가 잘 되기 바라고 있습니다.

전력을 다한 기획, 전력을 다한 개발, 전력을 다한 디자인.

우리 각자의 한계에 도전하며 밤새고, 하루하루 꼬박써서 만든 웹서비스. 물론 부족합니다. 당연히 실수있고, 역시 뜻대로 안되는 이슈들도 출몰하고요.

이때 Client이자, 기획자이기도 제가 조급하면 망합니다. 전력 다하고 탈진한 동료들에게 날카로워질 순 없습니다.

'염담허무. 진기종지.'

예전에 한참 읽던 책에 나온 문구.

영어로 하면 Inner piece입니다.

요즘 아침 운동하고, 타고 가는 버스에서 글귀 몇 개 되새겨 봅니다.

팀 워크는 미분이 아니라 적분입니다.

잘 쓴 기획서가 계약서입니다.

'대차게 하지말라하고 돌아가야지'

저희 프론트 개발자는 처음 미팅에서 미팅 결론을 정하고 왔다고 합니다.

물론 저의 저스트텐미닛에 넘어와서 일하고 계시지만, 같은 돈이어도 딱 봐도 편하게 하긴 어려운 작업, 높은 기준.

설득해서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우리 팀 문화 가이드라인도 보여드리며, 열심히 기준들을 언급하며, 맛있는 식사하며 보낸 시간들. 시간이 갈수록 좋은 개발자, 디자이너 분들 만나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로들은 어떻게 일하는지도 배우고요. 다들 쓰시는 툴이 다르면 각자에게 맞추고, 요구하는 기획서 형태가 있으시면 군말없이 열심히 했습니다.

'내가 Client다'가 아닌, '내가 여기서 이 부분을 좀 더 해놓으면, 완성도를 올릴 여지가 더 많아진다.'는 태도로.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시간을 내가 아껴줄 부분이 무엇이 있나 찾아서 열심히 했습니다.

'희범님, Wiki 써보셨어요?'

예시 하나만 달라고하고, 감 잡았습니다.

그 날 부터 1주일 동안 제 머릿속에 있던 기획을 글로 풀었습니다.

블로거는 헛된 일이 아닙니다.

'오, (Sketch보다) 글로 쓴 기획서가 더 낫네요!'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디자이너님 칭찬 감사했습니다. 범선생 블로그로 매일 글만 쓰다보니 도움이 된 듯 합니다.

그렇게 촘촘히 써내려간 글은 지금 업무계약서 비슷한 문서가 됐습니다. 뭐가 뜻대로 안됐는지, 링크하나 걸면되고, 미리 계약된 부분인지 아닌지 제가 적어놓은 문구 하나하나에 달려있습니다.

JIRA통한 QA점검을 요청하셔서 요즘 또 한창 작성했습니다. 개발자분께 남은 일들을 레고블럭으로 만들어서 드리는 일이라 보면 됩니다. 그럼 우선순위가 나오고, 일정이 나옵니다.

' 이 부분 기획서와 다릅니다. Button 권한별로 다르게 나타나야합니다'

QA하다가 기분 상하는 경우 많다고 합니다. 상대가 못한걸 지적하는 시간이라서요. 상대도 못한 걸 알고 있습니다.

'로그인 부분 경고 문구 안 됐어요.' 아닌

'로그인 부분 경고 문구 기획안 반영 필요합니다.'

힘드시지만 다시 기준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할 일들을 쪼개서 왠지 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을 느끼도록. 그게 기획인 제가 할 일입니다.

비밀이라 모자이크 처리

한 명이라도 쓰러지면, 다 쓰러지는 구조. 버팁시다.

개발은 누구하나 쓰러지면 진행이 안됩니다.

4명이서 통나무 들고 있는 이 기분.

버텨서 좋은 결과 나오면, 남다른 인간관계가 만들어질거 같습니다.

그냥 하나하나 건설해가는 기분으로.

미리 탄탄한 문서작업을 했고, 서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 시간 덕분에 신뢰는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꽤나 많이 웃고, 우스갯소리도 하고, 각자 인생의 목표들을 이야기하며.

기준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라 미안하지만, 한 걸음씩 떼보자고 매일 설득하며, 전력을 다한 사람들에게 더 뛰라고 해야하는 시간.

다들 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범선생.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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