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피드

내가 고액연봉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유

그리고 10억을 쥐어준대도 돌아가지 않을 이유

더팀스(the teams) / 한상현 / 18. 07. 05. 오전 12:50


 한 가지 인정하고 시작하자. 내 인생은 꽤나 잘 풀린 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해서 인생의 첫 실연을 겸해 뒤통수를 거칠게 후려맞았고, 비탄에 빠진 베르테르가 된 것 같은 치기 어린 마음에 '그 사람과 같은 공기조차 마시고 싶지 않아!'라는, 그 땐 나름 멋있어 보이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껏 들어간 인서울권 대학을 때려치웠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남들이 명문대라 추켜세워주는 대학에 다시 입학해서, 좋은 친구를 잔뜩 사귀고, 그러면서 슬쩍 군대도 다녀오고, 그냥 멋있어 보여서 증권사에 입사했고, 별 어려움 없이 그저 살았다.

 생각해 보면 딱히 무언가 노력한 적은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 본 적은 당연히 없고, 돈을 열심히 모아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한 적 없으며, 일은 당연히 돈 받는 만큼만 해주는 것이었다. 그 '받는 만큼'이 비교적 많은 것들을 의미하긴 했지만...그래도 사람이 양심을 저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내게 삶의 의미라는 건, 많은 이들이 잠든 새벽의 마감 뉴스에 홀로 나와 프롬프터를 읽어내려가는 아나운서의 무표정하고 피곤에 찬 얼굴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있어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고, 그냥 있는 것. 이미 몇 번이고 들었던 스크립트, 같은 자료화면의 반복재생.


 그리고 또 하나 더 인정하자. 인생을 쉽게 살아온 사람은 대부분 방탕해진다.

 받은 월급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낌없이 써버리거나, 마작을 치거나, 그도 아닐 것 같으면 먹는 것으로 모조리 써버렸다. 그 때도 조금 생각했지만, 초밥 50개를 배달시켜서 다 못 먹고 버린 건 좀 너무했던 것 같다. 그 돈이 언제까지나 내 돈일 줄 알았지.

 한창 그렇게 살다 한국에 잠깐 들어왔을 때, 정말 오랜만에 권진 대표를 만났다. 아주 오래전, 함께 맥주를 마시며 회사원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던 그는 한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다. 그 때 깨달았다. 사장이 되면 머리에서 후광이 비치고 손짓 하나에도 품격이 느껴지고, 묵묵한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고...뭐 그런 건 아니구나. 그 때의 권진 대표는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의 인생을 어깨에 지고 내일을 걱정하는, 수심 가득한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지어가며 오랜만의 만남을 온전히 기뻐하기조차 힘들어하는 사람이었다. 그 때의 나는, 나 한 사람 분의 인생조차 제대로 짊어질 생각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던 것이 지독하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잠깐이었고, 여전히 돈은 부족하지 않았으며, 고로 삶은 풍요로웠다. 배부른 돼지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이해하지 못했다. 돼지가 뭐 어때서? 배부르고 등 따숩잖아. 배고픈 돼지보단 그래도 낫잖아?


 여기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인정하자.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

 권진 대표가 내게 연락했을 때, 그는 일본 시장에 교두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일본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친분이 있고, 통역도 해줄 수 있고, 비지니스를 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로 양심적인 사람이다.

 전혀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양복을 갖춰입고, 헤어젤을 바르고, 가장 좋은 구두에 가장 좋은 시계를 차고 나갔다. 어쨌거나 나 하나 믿고 덥썩 통역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면 그리 쉬운 상황은 아닐 것이었고, 가능한 한 도움이 되고 싶었다. 상대는 스타트업에서 중견을 바라보고 있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난 권진 대표가 그 사장보다 못나보이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리고 내 생각은 조금 다른 의미로 빗나갔다.

 말이 통하는 대화는 분명히 아니었다. 일단 내가 통역을 했으니까. 하지만 그 자리에 언어의 장벽은 없었다. 상대 회사의 사장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눈을 빛내며 열정적으로 말하는 권진 대표에게 이상하리만치 깊게 빠져들었고, 못나보이기는 커녕 완전히 상대를 휘어잡는 모습을 보였다. 

 아, 이 사람이구나.

 아마 그 때,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들까지 같이 왔었다면 바로 무릎을 꿇고 제발 같이 일하게 해달라며 바짓단을 붙잡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 추태를 부리지 않게 된 점에서는 다행인 일이지만, 어쨌거나 대화는 잘 마무리되었고, 상대는 권진 대표를 단순한 방문자에서 비지니스 파트너로 격상시켰으며, 나는 배고픈 돼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6개월간 나는 집요하게 구애했다. 꼬리깃을 펼치고 열렬히 구애하는 공작처럼 질척거렸지만 그리 쉽진 않았다. 아마 상대도 수컷이라는 점을 좀 깜빡했던 것 같다. 정면돌파를 하기로 했다. 권진 대표는 굳이 돈 잘 벌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미래가 불안정한 팀에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못미더웠던가 하는 생각을 요새 좀 하긴 하지만 일단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내던질 때가 왔다.

 모든 잡다한 조건을 차치하고 내가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급여불문'의 넉 자였다. 지금 돈이 중요한가? 내 인생을 걸 사람을 찾았는데. 나름 PPT도 준비했다. 그래도 덜 비굴해 보이려고 시덥잖은 우스갯소리를 잔뜩 넣었다. 그리고 그건 엄청난 실수였다. 권진 대표는 나의 동의를 구하는 듯한 제스처를 잠시 취하더니 둘이 만나고 있던 카페에 모든 팀원을 데려왔다. 알고보니 준비해간 PPT는 이미 팀원들에게 공유했단다. 뭇 남녀에게 전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1987년 겨울 산부인과에서의 그 날 이래 최고로 쪽팔린 순간이었다. 어디 한 구석에 'FOR YOUR EYES ONLY'라고 적어놨어야 했는데. 궁서체로.

 어쨌거나, 일은 이미 벌어졌고, 그 날 일본에서의 권진 대표와 똑같이 빛나는 14개의 눈동자가 바라보는 가운데 내 꼬리깃은 펼쳐졌다. 긴장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만은 기억한다. 

 앞으로 나의 0순위는 팀이고, 또한 팀원이다.

 그리고 지금, 예상했던 대로 배는 고프고, 배불렀을 때 찌워놓은 살만 그대로 남아 문자 그대로 배고픈 돼지가 되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상에는 고액연봉, 칼퇴보장, 복리후생, 중식제공...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고, 10억 아니라 100억을 쥐어준대도 예전같은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내일에 대한 불안보다 오늘 내 곁에 팀원들이 있다는 즐거움이 더 크니까. 그리고 그 중심에 권진 대표가 있으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서라도 붙잡고 싶은 팀원을 찾았는가? 그렇다면 인생에 두 번 오지 않는 큰 기회가 온 것이다.

 손에 들린 보따리가 너무 많아 뛰어가서라도 잡아타야 할 기차를 떠나보내고 있진 않는가? 그렇다면 인생에 두 번 하기 힘든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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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해야 남들에게 해달라고 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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