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틀림의 차이 - 스타트업 편

나는 당신과 다르지만 우린 둘 다 옳아요. 일단은.

더팀스(the teams) / 조회수 : 4158

 앞서 썼던 글에서, '채용에 설렘을 더하다'라는 더팀스의 캐치프레이즈를 언급한 적이 있다. 우리는 진심으로, 채용은 만남이며, 그 만남은 마치 소개팅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 이런 말로 시작하는고 하니, 사람과 사람이 소개팅을 하고, 해봤는데 괜찮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연인이 되고, 마지막엔 행복한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채용 과정이 소개팅이라면, 채용된 후는 연애 내지는 결혼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결혼생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연인들이 1주일에 5일, 하루 최소 8시간, 간단한 곱셈을 거치면 주당 최소 40시간을 함께하는 경우는 좀 드물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생활을 잘 모른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착각하지만, 그래서 매우 슬프지만, 어쨌거나 아직 결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의 기혼자들이 행복한 얼굴로 '어제 와이프가 친구랑 놀 거니까 친구 남편이랑 2시간 PC방 다녀오라고 했어'라며 말하는 걸 듣기도 하고, 나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두 사람이 놀랍게도 서로 결혼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머리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건 역시 연애보다는 결혼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서두가 길었지만, 스타트업에서의 '다름'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주변의 커플들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아서 조금 길게 늘어놓아 보았다. 오늘의 주제는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다름'과 '틀림'을 어떻게 구분지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 이런 건 아니지만...음, 꽤 있다.


1. 우린 모두 달라요

 세상엔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다. 자세히 살펴보면 좋아하는 음식 취향, 음악 취향, 하다못해 배식을 받을 때 밥을 왼쪽에 담는지 오른쪽에 담는지까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군대에서나 밥을 식판 왼쪽에 담는다고 욕을 먹지, 일상생활에서는 반찬 칸에 밥을 담든, 자기 도시락을 가져와서 밥을 먹든 누가 뭐라고 할 일이 아닌 것과 같다.

 일터에서도 똑같다. 우리 팀을 예로 들면, 개발 책임자는 일할 때 아주 깊게 집중하고, 한 번 집중하면 주변에서 어지간한 소리가 나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기획자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쓰다가 한 순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며, 마케터는 깊게, 또렷이 생각을 정리한 후 차근차근 일을 처리한다. 디자이너는 맛있는 차 한 잔과 창작의 고통을 맞바꾸어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을 해내고, 개발자는 머리카락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결코 눈을 돌리지 않다가, 결국 극복해낸다. 그리고 나는,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생각난 것이 있으면 일단 쓰고, 만들고, 말해가며 정리해 나가는 타입이다.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일을 하지만, 우리는 한 이다.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개성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축복받은 것과 같다. 우리 팀 모두가 개발자처럼 일했다면 지금쯤 한두명은 탈모 클리닉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었을 것이며, 나처럼 두서없이 일단 시작하며 정리해갔다면 일관성 없는 디자인과 기획 의도를 알 수 없는 코드들로 가득찬 서비스를 만들었을 것이다.

*모두 다르게 움직이지만, 결국 하나다.


2. 스타트업이니까 다를 수 있다

 대기업은 부서별로 획일화된 역할을 요구한다. 기획부서는 좋은 기획을 뽑아내야 하고, 영업부서는 회사의 이익을 올리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고, 개발부서는 유지보수를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이런 집단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는 힘들 수 밖에 없다. 큰 회사는 개인의 개성에 의지하기보다 부서별로 강한 통일성을 갖는 편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팀이 뭉쳐 다양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한다. 모두가 개발자, 모두가 마케터, 모두가 디자이너인 스타트업은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가 함꼐 모여 일하는 것보다 유연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이런 개성을 드러내며 각자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차이는 제다이와 스톰트루퍼 같은 느낌이다. 우열을 가릴 순 없다.


3. '다름'이 '틀림'이 되는 순간

 때로 이 서로간의 다른 모습들이 크게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틀린 해답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팀은 과연 어디까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걸까? 조직생활이라는 것을 무기로 연두색 형광 티셔츠와 핫핑크색 쫄바지를 입고 펀치파마를 한 다음에 반짝이가 가득 붙은 샌들을 신고 나타나는 남자 직원에 대해서, 우리는 조직으로서의 통일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를 제재해야 할 것인가?

 나는, '나의 개성이 다른 팀원의 다양성을 해치거나 저해할 때'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업무 또는 업무 방식에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거나, 다른 팀원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면 한번쯤 자신이 틀리진 않았는지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똑같은 사람들 속에서 똑같은 업무를 하던 스톰트루퍼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팀원들의 다양성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다. 나에게는 당연하던 것들이 이 사람들에게는 불쾌하거나 귀찮은 일이 될 수 있는 것인데, 문제를 자각하기조차 쉽지가 않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스톰트루퍼의 사고방식으로 제다이를 판단하려고 하니 적응도 어렵고, 나에겐 상식인 것이 이 사람들에게는 상식이 아닌 경우가 꽤 있다. 반란군 앞에서 '위대한 은하제국의 황제폐하 만세'를 외쳐놓고 뭐가 이상한지도 모르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돋는 일이다.

 그렇게 나의 개성이 다른 팀원들의 개성을 침해한다면, 그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영역에 흙발로 침입해 들어간다면, 그 시점에서 '다름'은 '틀림'이 되는 것 같다.

*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마구 들어가면, 꽃은 피지 않는다.


4. 오답노트

 사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실수 한 번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구나 한 번쯤 틀려봤고, 바로잡기 위해 애쓴다면 정말 크게 잘못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든 바로잡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팀'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업무적으로나 멘탈면에서 많은 부가적 손해가 발생한다. 나 역시 비슷한 일을 조금씩 겪었기에, 이럴 때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를 제 1의 대원칙으로 놓아야 한다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본의 아니게 남의 꽃밭에 흙발로 들어가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면, 팀을 위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거기가 남의 꽃밭인지 몰랐거나 내 땅이라고 생각했었다면 문제 인식에서부터 큰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일단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면 사실 해결은 간단하다. 팀을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판단하면 된다. 이 순간에는 개인보다 팀을 앞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물론 나의 핵심적 가치나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심각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영혼의 저울질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가 그 꽃밭에서 나가면 해결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 땅이 어디까지인지 바운더리를 잘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 다 틀렸으면 다 고치면 된다. 기죽어 있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서두에 결혼생활 이야기를 길게 했었다. 성장 과정도 배경도 모두 다 다른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살려고 하면, 일단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머릿속으로 이해한 다음에,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부분이다.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 '쟤 왜 저래?'로 끝날 뿐.

 결혼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이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이 사람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목표를 추구하는 원동력은 서로에 대한 연정, 애정일 것이고, 같은 논리를 스타트업 팀에 대입한다면 팀을 생각하는 마음, 팀을 위해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은 결국 팀의 미래를 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팀원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소 두서없는 글이었지만, 한 번쯤 주변을 돌아보며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바운더리를 당연한 듯이 침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상식을 가진 사람에게 나의 상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만약 짐작가는 부분이 있다면 이 말을 되뇌이며 어떻게 해결할 지만 생각하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어." 

대다수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고, 당신이 정녕 팀을 생각한다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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