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구직중이라면 읽어볼 만한 글

이었으면 좋겠다

더팀스(the teams) / 조회수 : 6448

최근 많은 구직자들을 만나며 느낀 점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채용이 되더라도 많이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들이 몇 있었는데, 원래 정신론을 극도로 혐오하는 입장에서, 마인드셋이나 근성론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에 상당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었던지라,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거기에 내가 누군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정도로 스타트업 경력이 긴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반대의 커리어를 쌓아오던 입장에서 적응에 고생을 많이 한 쪽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완벽하게 스타트업 시장에 적응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구직자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 결국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웃음기 쫙 빼고, 노잼에 진지충 그 자체로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


1. 리스크-리턴의 역학

 흔히 '음식 장사는 못해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산다'는 말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동네 음식점의 90%가 망하고 있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음식 장사는 그만큼 위험부담을 덜 지고 운영할 수 있던 시기의 얘기다. 그 때는 팔다 남은 음식으로 적어도 가족들 배는 채울 수 있었으니까.

 특히 금융업계에서 이 관계성은 매우 명료하다. 리스크가 높아지면 기대할 수 있는 리턴의 폭 역시 넓어지고, 낮은 리스크를 지면 리턴 역시 낮아진다.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 같은 말도 안되는 상품들은 이미 진작에 도태된 지 오래고, 로우 리스크-하이 리턴 같은 상품은 애초에 나올 수가 없다. 그런 게 있으면 내가 사지 왜 남에게 파나. 국가별 CDS(Credit Default Swap의 약자였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의 신용 리스크를 1만분의 1 단위(bp라고 한다)로 쪼개서 이율을 책정하는데, 심지어 그래도 가끔 틀려서 거하게 손해를 보는 동네가 금융업계이다. 이 업계에서, 리스크-리턴의 관계성은 뉴턴 역학의 법칙과도 같은 위치에 있다.

 비슷한 느낌으로 채용 시장을 바라본다면, 아마 공무원은 국채 정도가 될 것 같다. 국가가 신용도를 보증하고, 이율도 다른 상품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지만 확실한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직원은 사채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땅콩들이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그 사채 말고,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 이율은 국채보다 높지만 신용도도 높아 실질적으로 볼 수 있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 중소/중견기업은 안정성 채권 펀드나 채권-주식 혼합형 펀드쯤 되지 않을까. 손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꽤 있으니까.

 스타트업은, 그야말로 주식시장과 같다. 눈 깜빡할 새 상장폐지를 먹고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회사도 있고, 어디 돈 쓸 데가 없어서 대충 500원짜리 주식을 사놨더니 그게 50만원이 되어 떼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친구 말만 믿고 샀더니 10년째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경우도 있고, 작정하고 속이려 드는 회사에 넘어가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한다. 가장 리스크를 크게 지고,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금융상품이 아니라 일자리로서의 리스크는 무엇이고, 리턴은 무엇일까?

 리턴은 명확하다. 돈이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는 대기업 임원이나 국가 공무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금전적 이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럼 당신이 걸어야 하는 리스크는 무엇일까?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돌이키지 못하는 당신의 귀중한 시간과 커리어이다. 즉 인생의 일부이다.

 스타트업은, 인생의 일정 부분을 걸고 뛰어들어야 하는 업계인 것이다. 심지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2. 그래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때가 되면 학교에 들어간다. 사실 대학교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다녀도 큰 문제가 없다. 최소한 전공에 따라 배운 건 머릿속에 남을 것이요, 성적 장학금보다 학사경고가 더 가까운 캠퍼스 라이프를 보냈더라도 친구나 인맥, 이도저도 아니면 '참 잘 놀았다'는 인생에 두 번 하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취업은 다르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처음이고 두 번째고를 떠나서, 일터는 정말로 중요한 곳이다. 최소 평일의 1/3은 일터에서 보내야 하고, 일터의 사람들과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쳐야 하고, 심지어 밥도 같이 먹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과 내 인생의 약 1/3을 보낼 지 정하는 것이다.

 물론 월급이나 복지도 중요한 삶의 일부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높은 연봉과 훌륭한 복지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집 지하에 유전이 묻혀있길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여러분이 높은 연봉과 훌륭한 복지를 자랑하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면, 그 정성으로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스타트업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도 하지만, 이미 당신은 그 기업의 '일원'이라기보다 '직원'에 가까운 포지션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까. 어차피 꼬리가 될 거면 닭 보다는 소의 꼬리가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면, 소의 꼬리로 일하느니 닭의 머리가 되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닭의 머리가 되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면, 인생을 걸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3.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런 건 없어요

 매번 글을 쓸 때 마다 튀어나와 '얘는 대체 더팀스에서 일을 하긴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예전 커리어는 스타트업과 심각하게 거리가 멀었다. 연 매출은 30조를 넘고, 자산은 2,000조가 조금 안 되는 괴물같은 크기의 금융그룹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만큼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에 대해 심각하게,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눈치없이 전 직장의 자랑을 하자면, 도쿄 중심부의 23층짜리 빌딩을 18층부터 23층까지 쓰고 있었으며, 전면이 유리로 된 오피스에서는 도쿄의 전경이 한 눈에, 맑은 날에는 저 멀리 후지산이 보였다. 문구류나 비품이 필요하면 20층의 문구류 창고에서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가져다 쓸 수 있었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라자, 사내 ATM, 층마다 자판기 4대씩,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과 도쿄의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공중정원이 있었으며, 각 부서마다 행정, 사무, 경영지원을 위한 직원 2명이 배정되어 있어 귀찮은 일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회의실은 내가 있던 리테일 부문만 해도 20개가 넘었고, 외부에서 손님이 와 18층의 접객 플로어에 가면 화사하고 단정한 옷을 입은 접수 담당 직원분들께서 회의실까지 안내해주셨고, 황송하게도 차나 물까지 준비해주시는데다 예정된 회의 시간이 지나면 스케쥴을 알려주시기까지 했다. 매년 6월과 12월에는 총합 500~700%의 보너스가 나왔고, 월급은 단 하루도 늦게 나온 적이 없다.

 그런 환경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했을 때, 내가 생각한 것은 단 하나였다. '나의 상식은 이제부터 상식이 아니다.'라는 것.

 여담으로, 나중에 알았지만, 대기업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 스타트업에 오면 으레 '~해서 ~하니까 ~하는 건 어떻습니까!'라며, 소위 말하는 '지적질'을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회의를 어떻게 하자던가, 일하는 방식을 이렇게 고치자던가, 의사 결정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해보자던가...죄다 쓸모없는 짓이다. 왜? 그럴 거면 안내 데스크나 접수처 직원도 뽑아서 앉혀놓고 경비팀도 채용하자고 하지. 대기업에서 하는 것이라고 모두 옳은 건 아니다. 스타트업에는 스타트업만의 방식이 있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에 맞추어 내부 프로세스를 바꾸어 가는 것이다.

 이런 상식의 파괴는 채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월급이나 수당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아주 좋은 것이다. 먹고 살자고 취직하는 거지 자원봉사 하자고 지원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세상엔 직원들에게 나가는 인건비를 아까워하는 몰상식한 경영진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그리고 여러분의 노동력은 정말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서야 겨우 빌릴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것이니까. 

 어차피 만족할 수 있는 만큼의 사내 복지는 없다.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복지'란, 대부분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다. 자율출퇴근, 재택근무, 원격회의, 도서구입비 지원, 식사 제공....석식 제공이나 사무실 매트리스 구비 같은 건 복지를 하자는 건지 감금을 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으니까 일단 빼고.

 일반적인 기업, 여러분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일해왔던 기업에서 제공하는 상식적인 복지들은 스타트업의 상식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물론 없는 걸 쥐어짜내서 복리후생에 힘쓰는 정말 존경스러운 대표님들도 더러 계시지만, 그런 분들이 특별하게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것을 기대해야 한다.


4. 인생을 걸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자

 내가 위에 써놓았던 저 화려한 조건들을 마다하고 더팀스를 선택한 것은, 더팀스의 가능성이 너무나도 확실히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나만의 착각일 수는 있지만, 인생을 걸어볼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판단에 어떠한 가필도 수정도 하지 않고 있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세상에 뛰어든다면, 하이 리턴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한 쪽에 걸어야 한다. 다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못하고, 어떤 누구도 보전해 줄 수 없는 나의 인생이니까. 만약 더팀스가 오래가지 않아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정신이 나간 게 아닌 이상 이직을 결심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그 가능성의 근거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의 액수도 아니었고, 뛰어난 사내복지도 아니었고, 사무실의 넓이도 시설의 뛰어남도 아니었다. 내 믿음의 7할은 우리 부끄럼 많은 대표님이고, 나머지 13할은 지금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다. 그래서 나는 200% 확신할 수 있다.

 물론 팀원이 아니어도 좋다. 사업 아이템이 너무나도 매력적이거나, 내가 이 회사에서 할 일이 너무나도 하고싶었던 일이라거나, 기존에 일하고 있는 친구가 그야말로 BFF라서 같은 길을 걷고싶기 때문이어도 전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의 꽤 많은 페이지 수를 이 회사에 할애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그 가치를 찾았다면, 하이 리턴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던질 준비가 필요하다.


5. 무임승차는 30배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인생을 걸 스타트업 기업을 찾았다고 해서, 인생을 기업에 의탁하면 안 된다. 요즘 사무실에서 농담삼아, '회사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우리 팀원들이 낮이나 밤이나, 심지어 필요하면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을 보는 일이 가끔 있어서 정반대의 의미로 하는 말이지만.

 스타트업은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아니 책임져주지 못한다. 스타트업에서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일을 게을리하거나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기업 전체가 박살나기 딱 좋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대형 크루즈선이나 마찬가지라서, 적당히 돈 받으며 일한다는 마인드로 일을 해도 가라앉지 않는다. 나 말고도 일 할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스타트업은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조각배와 같아서, 한 명이 제 몫을 못하면 배 전체가 기울고, 결국 가라앉게 된다.

 또한 스타트업은 대충 시키는 일만 해주면 돈이 나오는 그런 기업이 아니다. 하다못해 도박판에서도 건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는데, 인생을 걸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성공을 위해 당신도 보조를 맞추어 뛰어야 한다. 불 속에 들어가야 한다면 어떻게 다치지 않고 들어갔다 나올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물 속에 들어가야 한다면 어떻게 숨을 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적당히, 대충 일하는 스타트업은 99% 망한다. 대표가 금수저라면 1%에 해당되긴 하겠지만.

 물론 나의 능력이 낮아서, 업계에 적응하지 못해서, 지금 업무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지금 당장 원하는 퍼포먼스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회사라면 이제 갓 입사한 당신에게 남들만큼의 퍼포먼스를 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당신의 성장을 기다릴 것이다.

 여러분의 삶은 결코 값싸지 않다. 그 귀한 것을 걸고 도전한다면, 잃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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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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