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의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

한 번 생각해봄직한 이야기

더팀스(the teams) / 조회수 : 2777

 사람을 화성에 보내네 마네, 가상현실세계가 구현되네 마네 하는 지금 이 시대에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내리면 항상 경제면 탑 뉴스를 장식하게 되는 건 변함이 없다. 대체 미국 금리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진대 저렇게 떠들썩한 걸까?

 세상 사람들이 저렇게 너도나도 달러와 금리를 외치고 있는데, 과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그런 사바세계의 삿된 번뇌와 거리를 두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면 되는 걸까?

 뭘 끄적이면 좋을까 생각하던 차에, 항상 나를 놀라게 하는 우리 팀원들이 전혀 겹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이 두 점을 하나로 이어주었다.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의 것을 바라보게 되는 경험은 언제나 신선하고 놀라웠으며, 머릿속에서 글자들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의 주제가 되었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한국의 스타트업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최대한, 아주아주 쉽게 설명해 볼 생각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의 지식만 알아도, TV나 신문에서 떠들어 대는 경제 관련 뉴스의 6할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금리? 환율? 달러?

 대부분의, 경제라는 것이 어설피나마 작동하고 있는 나라는 '기준금리'라는 것을 정한다. 미국의 경우는 연방 기금 금리(통칭 FF Rate)를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월별 회합에서 정하며, 한국은 한국은행 휘하 금융통화위원회의 월 정례 회의에서 정하고 있다.

 어려운 얘기는 여기까지만.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은행끼리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의 이자율이 높아져서, 시중 은행들도 거기에 맞춰 금리를 올리게 된다. 그래서 금리가 올라가면 돈 빌린 사람은 갚을 이자가 늘어나고, 돈 빌려준 사람은 받을 이자가 늘어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외국에 나가서 콜라를 사먹고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계산할 순 없다.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는 점원의 눈빛은 당신을 이미 얼간이로 규정지은 뒤일 것이다. 여기서 환율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1달러, 100엔, 1유로, 1캐나다 달러, 1스위스 프랑...모든 화폐는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만약 조개껍데기를 돈으로 쓰는 나라가 있다면, 조개껍데기 1개=200원 하는 식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다.

 옛날옛적에는 사람들이 환율을 따질 때 영국의 파운드를 기준으로 삼았었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그 기준은 아메리칸 달러로 바뀌었고, 이 '기준이 되는 나라의 돈'을 '기축통화'라고 한다. 기축통화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 지는 아주 간단하게나마 설명하고 넘어가자.


 2018년 10월 11일의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135.66원이었고,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12.473엔이었다. 그럼 1,000원은 몇 엔일까?

 1$=1,135.66₩=112.473¥이다. 112.473/1135.66*1,000으로 계산하면, 1000원은 약 99.04엔이 된다. 


 이런 식으로, 세계 모든 돈의 가치를 달러로 재기로 정해놨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달라지면 환율은 심하게 요동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돈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되므로, 찾는 사람이 많거나 세상에 나도는 양이 적으면 가치가 올라가고, 사람들이 죄 내다 팔거나 세상에 나도는 양이 많아지면 가치가 내려간다.  

*이 때의 일급 4딸라는 대략 16만 3천원 정도라고 한다.


2. 1+1+1+1=??

 이제 이것들을 하나로 합쳐볼 것이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겠지만, 여기만 잘 이해하면 나머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으니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논리적으로 잘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얼마 안 남았다.

 앞서 설명했듯이,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1미터의 길이가 어느 날은 95센티미터였다가, 어느 날은 121센티미터가 되거나 하면 세상 모든 길이의 개념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릴 것과 같다. 미국은 아직도 미터법을 안 쓰는 해괴한 나라라서 어쩌면 상관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유리해진다. 같은 돈을 투자해도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안정적인 가치를 가진 달러를 이용하여 투자했을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100달러 투자해서 10달러 버는 것과 1,000원 투자해서 100원 버는 것, 어느 쪽이 더 이득일까? 당연히 전자다. 이제 사람들이 원은 필요없으니 팔아버리고, 달러로 바꿔서 투자를 한다.

 그래서, 설명이 아주 길었지만, 결론적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고, 세계의 투자자금이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미국으로 향하게 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원의 가치는 대략 이런 느낌이 된다.


3. 그래서 스타트업이랑 무슨 상관인데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린다는 얘기는, 한국의 투자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주식, 채권, 부동산 할 것 없이 시장이라는 시장은 죄다 끝간 델 모르고 하락세로 돌아서게 된다. 외부 요인에 의한 경기 둔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인데, 그 돈이 자꾸 외국으로 나가니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은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나라라기보다 거대 경제 블럭에 가까운 EU, 해괴하기가 이를 데 없는 명목상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중인 일본 같은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면, 어쨌든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자본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안정성이 낮을 수록 이 경향은 강하다.

 말인즉슨,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진다는 뜻이다. 사족으로, 대출을 받아놓은 사람들은 늦기 전에 변동금리가 아니라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은행에서 미리미리 그런 상품들은 다 치워버렸거나 이자율을 높여놨을테지만.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특히 스타트업은 돈이 부족하다. 운영자금조차 없어 허덕이기도 하고, 임대료와 인건비도 제대로 못 맞추는 경우조차 허다하다. 대표가 빚을 내는 건 비일비재하고.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거기다, 같은 스타트업 시장에 투자를 해도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더 이득이 된다. 가뜩이나 좁아터진 시장인데 득실계산을 해보면 더더욱 메리트가 떨어지기에,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투자사들이 포트폴리오의 국가별 구성비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아시아 지역의 마이크로 펀드라고 해도, 어차피 리스크를 질 거라면 금리가 더 높은 나라의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현금 보유비율을 높여 자산 가치를 보전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금리가 그대로면 투자자본이 이탈하고,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결국,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한국의 스타트업 시장도 장기적인 자금 압박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안 그래도 돈 없어 죽겠는데 더 힘들어질 거라고 하면...


4. 오늘 굶으나 내일 굶으나 굶긴 매한가지 아닙니까

 그러면 의문이 든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당장 창업한 기업을 때려치우고 공무원 시험이나 알아보아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어차피 하이퍼 리스크-하이퍼 리턴을 노리고 창업을 하는 건데 그까짓 거시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리스크 요인 하나가 더해졌다고 해서 여러분의 심장이 쫄깃해질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생각해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져올 충격이 한국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 회사는 이미 망해있을 수도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일단 살아남는 것이다. 당장 굶어죽을 판인데 독이 든 사과면 뭐 어떤가, 일단 삼키고 봐야지. 그 사과를 안 먹으면 100% 죽고, 먹으면 50%확률로 산다면 결론은 불보듯 뻔하다.

  지금 하는 사업에 자신이 있고, 성공을 확신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여러분이 따스한 감성의 소유자라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5. Winter is coming

 그래도, 적어도 오래도록 살아남아 성공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준비는 해야 할 것이다.

 특별한 수는 없다. 사업 아이템을 더 가다듬고,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나 제품 퀄리티를 높이고...때로는 정공법만이 답일 때가 있으니까.

 그래도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건, 조금 더 뾰족하게 갈아둘 필요가 있을 거라는 것이다.

 어차피 한국의 시장은 너무나 작고,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 시장이라면 더더욱 작다. 아마 중소규모의 펀드에서도 한국의 스타트업 시장이라면 포트폴리오의 0.01%도 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영향은 덜 받겠지만, 아주 작은 자금 흐름의 변동으로도 체감상 변화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아직 뚜껑을 열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세상에 절대라는 건 절대로 없으니까. 하지만 큰 물줄기가 바뀌어 가는 것을 먼저 감지한다면, Plan B를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다.

 조금 더 단기적인 현금의 확보와 매출의 성장, 중장기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한 핀포인트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해 놓고, 언제든 시장에서 변화의 낌새를 알아챘을 때 시행할 수 있도록 해두면 좋을 것 같다. 뭐 누구는 돈을 벌기 싫어서 안 버느냐는 말이 당연히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겠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해리감이 있더라도 단기적 현금 흐름의 확보에 집중한 계획, 즉 Business Contingency Plan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매일매일이 Contingency로 꽉 차서 하루는 커녕 1시간 뒤에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르는 게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1딸라에 만족하지 않고 4딸라를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팀원들이 던져준 아이디어에 덥썩 숟가락을 올려놓으며 생각해 본 것은, 이전 직장에서 하던 일과 현재의 일은 아무런 연결점이 없을 것이라고 나 스스로 단정짓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분명 이질적이고, 상당히 다른 업계지만, 돈을 다루고 금융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어디에선가 분명히 이어지는 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한참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작은 계기였지만, 시장과 미래를 예측하는 감각이 오랜만에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낯익지만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럴 때 주식투자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듦과 동시에, 이번달 휴대폰 요금이 제대로 납부될런지 걱정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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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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