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명함으로 서비스 홍보하는 법

주식회사 퍼즐벤처스

오일나우에 합류한 지 한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이제 해경님 명함도 만들어야겠어요. 근데 이참에 명함 디자인 바꿔볼까요? 좀 더 오일나우를 잘 알릴 수 있게”라고 대표님이 불쑥 얘기하셨다. 사실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명함이 명함이지 뭐. (나는 명함에 설레지 않는 직장인 4년차였고, 오일나우는 나의 3번째 회사였다)

명함은 원래 나의 전화번호나 이메일과 같은 컨택포인트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오일나우를 잘 알릴 수 있는’ 명함이라니.. 기존 명함과는 목적이 다르게 느껴졌다.

근데 생각해보니 명함은 굉장히 매력적인 매체였다.

명함은 직접 만나서 손으로 전달받고, 예의상 반드시 읽어야한다. 확실히 노출이 보장되고 몇초간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지면이었다. 하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종이에 어떻게 오일나우를 소개할 수 있을까?

이런 디자인도 너무 좋지만…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전단지 같은 명함 만들기

당시 누적다운로드 수는 1,000건 이하였고, 브랜드 인지도는 당연히 없었다. 오일나우라는 직관적인 네이밍 덕분에 기름 관련된 회사라는 힌트는 줄 수 있었다. 하지만 B2B인지, B2C인지, 앱 서비스인지, 상품을 파는지, 주유소 가격을 어떻게 알려주는지 얘기해야했다. 그래서 나는 명함을 주고 받을 때 늘 실물로 앱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야 했다.

명함을 건네는 것만으로 이런 점을 어필하고 싶었다.

오일나우는 앱 서비스다.

오일나우는 주유소 가격을 알려준다. 그런데 당신 위치에서 가장 가깝고 저렴한 주유소를 추천해준다.

당신이 운전자라면 분명히 도움이 되는 앱이다. (또는 비운전자라면 주변 운전자에게 소개할 만한 앱이다)

오일나우 마케터로써 좋은 점 중 하나는 우리 서비스가 굉장히 대중적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자동차 등록대수는 2,344만대로 인구 2.2명당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즉, 내가 만나는 사람의 둘 중 한명은 오일나우의 잠재고객이라는 뜻이다. 명함만 많이 뿌려도 오일나우의 고객이 많아질 수 있다.

어떤 비주얼의 명함을 만들 것인가?

어떤 비주얼로 명함을 만들건지 대표님과 디자이너님과 함께 아이디에이션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주유소나 자동차와 관련된 이미지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주유소 아이콘, 주유건 아이콘과 같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주유소 그림만으로는 기름을 파는지 앱을 만드는지 알 수 없다. ‘기름 관련 회사’가 아니라 ‘주유 정보를 알려주는 앱 서비스’로 구체화 해야했다.

오일나우는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추천하는 앱’이며, 핵심 기능인 ‘추천 주유소’는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깝고 저렴한 주유소를 추천하는 기능이다. 주유소를 찾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앱을 켜기만해도 메인화면에서 추천주유소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텍스트로 설명해도 3줄 이상인데… 어떻게 비주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디자인을 1도 모르는 내 상상력에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명함 한번 보고 앱 화면을 한번 보고, 명함 한번 보고 앱 화면 한번 봤다. 갑자기 깨달았다.

앱의 메인화면은 이미 디자이너님이, 앱의 핵심가치를, 비주얼화 한 결과였다. 명함을 세로로 만들면 앱 화면을 그대로 넣을 수 있었다! 명함을 이걸로 만들면 되잖아요?!

(좌)명함의 뒷면 (우)명함의 앞면

명함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명함은 우리 앱 서비스를 소개하기에 최적이었다.

“오일나우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맞춤으로 추천하는 앱 서비스입니다. 대표적으로 주유소의 거리와 가격을 비교계산하여 추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요”

명함을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그리고 임팩트 있게 소개할 수 있었다. “저도 차 있는데 한번 써봐야겠네요” 라는 피드백은 물론, “명함 아이디어 정말 좋네요” 라는 피드백도 지금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이 명함을 다시 볼때도 오일나우가 어떤 서비스인지 확실히 기억날 것이다. 더 좋은 건 제 3자가 보더라도 오일나우가 어떤 서비스인지 알 수 있다.

명함 덕분에 팀원들이 컨퍼런스나 네트워킹을 다녀오면 다운로드 수도 확실히 늘었다. 나도 마치 전단지를 뿌리듯이 명함을 뿌리고 다녔다. 내 명함이 없으면 대표님 명함을 들고다니며 뿌리기도 했다.

오일나우 사무실 문 앞에는 버전별 오일나우 명함이 전시되어 있다.

메인화면이 개편될 때마다 명함 디자인도 바뀌었다. 특별한 가공이 들어간 디자인이 아니라 명함 제작 비용도 저렴해 부담이 없다. 가끔 명함이 바뀌면, 이미 명함을 준 사람에게도 다시 건네며 은근슬쩍 업데이트 소식을 알렸다 “명함이 다시 드릴게요, 이번에 새 기능이 추가되서 앱이 이렇게 바뀌었거든요!”

명함만으로도 홍보팀을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마케팅 또는 홍보 전담 직원이 없는 상태로 시작한다. 시간과 돈이 한없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떤 명함을 만들지 고민하는게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면 서비스 핵심가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명함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잘 만든 명함이라면, 모든 직원을 홍보팀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의 명함 아이디어를 마음껏 사용하셔도 좋다. 단, 명함 칭찬을 들었을 때, “오일나우인가? 거기서도 이런 명함을 쓰더라구요” 라고 한마디만 덧붙여주신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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