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가는 길

그래, Plan은 잘 세웠고? 길은 찾았고?

(주)클린그린 / Seonhong Chae

학창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하고,

지금도 새로운 곳, 멋진 풍경을 경험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이러한 성향이 스타트업의 길에 들어서는데 큰 영향을 주었겠지?


타고난 방향치라서 길잃는데는 선수급이다.


휴학을 하고 막무가내로 떠났던 호주!

그곳에서 여행 이야기를 풀면 많이들 놀란다.


소위  "OO 100배 즐기기"란 책을 접한 친구라면

내 호주여행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들어보지 못한 여행지와 먹거리, 경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


글렌애플의 보이즌베리 와인,

뉴캐슬의 바다수영장과 벽화들,

필립아일랜드 가는 길에 있는

성산일출봉같이 생긴 관광지

(다들 필립아일랜드는 펭귄만 떠올리지),


기억을 더듬을수록 미소가 지어진다.


"어떻게 알고 거길 간거예요?"


"글쎄요. 길을 잃어서?"


그렇다.

여행초기에 난 호주 8대도시를

자동차를 타고 돌면서 해안선 따라 일주를 하려했다.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단순하고 쉬우며, 넓은 도로인

A1 도로를 쭉 타고 달리는 간단한 코스였다.


근데...가는 길

중간에 좋은 낚시포인트도 있고,

야영지에,

작아서 운치있는 타운에 들리기도 하고,

마을사람들이 가보라는 식당도가고...


그러다보니 원래 목적과 행선지와 다르게

A2도로타고 내륙도 갔다가,

지도에 좁쌀만큼 표시된 지역도 갔다가,

축제에 휩쓸려 1주일을 그냥 머물기도하고...


결국 처음 어림짐작했던 시간과 예산을 초과했는데

여전히 뉴사우스웨일즈와 빅토리아,

퀸슬랜드,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 주까지만 돌아 볼 수 있었다.


목표한 여정의 딱 반이랄까?


물론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 음식, 문화 등을

마주하며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그럼 이쯤에서 다시 복기해보자.


어쨌든 실패한 여행이다,

계획은 너무 허술했고,

예산은 초과 되었으며,

시간은 다 소진했다.


아무리 즐겁고, 재미있었다지만

더 가고 싶어도 그쯤에서 포기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야했다.


이야깃거리는 남았지만,

내가 보고 싶었고, 가고 싶었던 곳들은

흙 한번 밟아 보지 못하였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고, 스타일이 다르기에

무조건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에겐 이런 식의 방식이 더 가치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의미없을 수도 있으니까.


여행의 가치는 관점에 따라다르기에

절대적으로 좋다,나쁘다를 말할 수는 없지만

여행의 과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실수들을 지적할 수 있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초기 계획에서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하였기 때문이다.


계획 따로,

실행 따로였으니까.

그리고 중간에 수정하고, 보완할 타이밍도 많았지만  

그러지 못한 사실이 실패로 인정할 근거이다.


1) 기간과 예산, 경로, 핵심방문지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기에 편차가 누적되어 리스크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중도에 여행을 보류할 수 밖에 없었던 점.

-> 사전/ 시장조사 미흡, 초기사업계획서 미흡


2) 길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걸 알면서도 대비 안한 점.

-> 단점 보완 미흡, 리스크를 예상하고도 무대처.


3) 길을 잘못 들고 일정에 이상이 생겼음에도

'여행은 원래 그런 맛'이라는 안일한 사고로 자기세뇌.

-> 징후에 대한 관리능력 부재, 자기만의 세계로 현실도피


그 외에도 문제점은 참  많은 여행이었고,

이때 느끼고, 반성한 포인트들이 그 이후 여행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금의 우리회사의 방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마운 경험입니다."


배우고, 깨달은 점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의 삶에 큰 도움과 기준이 형성되었으니,

비록 여행의 과정상 실패였지만, 돌이켜보면

들어간 인풋 대비 얻은 아웃풋이 더 큰 남는 장사였다.


이것은 피보팅(수정)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초기 생각했던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가치를 발견한다.

다른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실패한 여행을 통해

형성된 내 여행의 가치관은

"즐거움과 배움, 만남"이다보니

과정의 실패 반, 가치의 성공 반이랄까?


창업초기에는

이러한 실수나 실패를 통해 얻는 것이 많아야 한다.



스타트업에게

성공이든 실패든...

그 후에 얻는게 없으면 독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 실패에 익숙하다.

내일은 더 실패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이

오늘의 실패에서 찾은 대안에서  만들어진다.


그냥 지나쳐버리면 내일은 또 같은 실패를 만날 것이다.


성장이란걸 달성해야할 지표로 오해하는데...

그 지표들은 성장을 확인하기 위한 근거,

정량적인 수치라는 도구이자 방법론일뿐이다.


성장의 본질은 "이전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다른 점"이다


자! 바로 앞에서는 여행을 스타트업과 비교하였다.


여행이 외로울 수도 있고,

멋진 풍경을 기대하고,

때론 안 좋은 날씨도 만나고,

목마름과 배고픔도 있고,

시간, 비용이 한정 된 점도 유사하다.


그리고 다수의 창업자와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말!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여행과 스타트업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다.

즐거움/재미라는 요인은

스타트업이나 여행에서 가질 수 있는 공통분모이다.


그러나 여행과 달리 스타트업이

가지는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바로 "절실함"


그렇기에 나는

창업자와 탐험가의 비유에 더 공감을 한다.



내가 콜럼버스라고 상상하자.

난 미지의 땅과 황금, 진귀한 향신료를 믿는다.

그리고 그곳을 찾을 생각에 가슴이 뛰고, 잠을 못 이룬다.


누가 나보다 먼저 그 땅을 밟을까봐 걱정도 되고,

그런 소식이 들려올까봐

노심초사 매일 바다 건너 소식을 체크한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여왕에게 받은 투자금과 배와 사람들이 있고,

꼭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해도를 보고, 길을 확인하길 수백번,

지구가 둥글다는 소수의 의견을 기준으로

계획을 짰지만, 아닐때의 플랜B도 있어야한다.


목적이 확실하다.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명확한 미션이 주어져 있다.


단지 재미있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로 끝날 일이 아니다.


예상치 못 한 리스크도 걱정한다.

선상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해적을 만날 수도 있고

경쟁자인 스페인 군함을 만날 수도 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부담이 큰 탐험이다.


목숨이 걸린 비지니스다.


솔직히 나도 큰 파도가 몰려오고,

태풍이 몰아치는 것에 겁이 날 수 밖에 없다.


중간중간 거쳐가는 육지에서

보급품을 얻지 못 할 수도 있다.


동료들이 굶어서

선상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막상 도착예정이었던 스케쥴보다

더 늦어지면서 식량과 물을 살 자금이

일찍 동날 수도 있다.


도착한 곳에 향신료가 없으면 어쩌지?

분명히 있다고 들었는데....

황금이 많다고 믿었는데....

배 안에서 자기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이렇지 아니한가!



마냥 웃으면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즐거움만으로 버틸 수 없다.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선장의 진심을 보일 수 있다.

보다 더 위험에 예민해 질 수 있다.

보다 더 나은 대안을 얻을 수 있다.

보다 더 빠른 경로를 찾으려 애쓰게 된다.



한 동안...글을 쓸 생각조차 못 했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너무 많은 업무에

이렇게 글을 남기는게 사치로 느껴진다.


너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은

끊어진다고, 그러다가 번아웃된다고....


그래서 잠시나마 생각을 비우고

글을 남겨본다.


이래야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보고

과거의 나에게 "우쭈쭈~ 그때 그랬쪄?"하고

대견 해 하겠지?

#클린그린 #스타트업 #스타트업창업 #창업가 #창업자 #고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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