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뚫어라(1)

스타트업 사내 조직화 및 HR에 대한 천장 깨기

(주)클린그린 / Seonhong Chae

벽을 뚫어라(1)은 

스타트업 사내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경영진과 직원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질문은 늘 나의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원론적으로

거리가 좁을수록 더 수평적이고, 

더 자유로운 회사일 것이다.


다들 알고는 있지만,

회사 내에서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나 역시

계속 부딪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회사가 투자를 받고 인원이 늘어날수록 

스타트업의 경영진은 큰 고민이 생긴다.


성장하는 회사에 필요한 경영진/관리자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내부 직원 중에서 경영진을 선임하는 것은 

회사 내부 결속력 강화와 동기부여 측면에서 최선의 방법이다.


문제는 누구를  경영진으로 참여시킬 것인가.


헤르만 헤세의 단편 중


알을 깨고 나오는 알바트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알을 가지고 있다.


직원에게는 알이 있다.

그것은 누가 깨 주지 않는다.

결국은 스스로가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알을 깨는 시기는 각기 다르다.

그리고 선택의 문제이다.

알을 깨지 못하면 월급루팡이 되어버린다.


또한,

경영진에게도 알이 있다.

자신만의 시각에서 판단하고, 이해하려는 틀에서

직원들을 바라보려 한다.

알을 깨지 못하면 꼰대가 되어버린다.


알을 깨지 못하면 딱 거기까지다.




회사도 알 속에 있다.

시장에 나가기 위해,

고객을 마주하기 위해,

알을 깨야한다.


또는 기존, 정체, 보통이라는 틀을 

깨야 하는 게 스타트업의 당면한 숙제이다.




회사가 알을 깨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부분에서 성장해서

늘어난 크기로 인해 알에 균열이 발생하는 방법


다시 말해서,

사업의 모든 구성요소가 

고르게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틀을 깨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가장 어렵고, 

솔직히

이럴 수 있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2. 부리가 단단해져서 알을 쪼아서 깨는 방법


특정한 강점을 갈고닦아서

그것으로 승부를 본다.


여기서의 그것은

아이템이 진짜 경쟁력이 있거나,

기술력이 최고 거나,

자기 자금이 풍부하거나...

뭐든 간에 아주 특출 난 강점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경우다.


뭐가 부족해서,

뭐가 약해서,

뭐가 준비가 안되서라는 단점들을

지워버릴 정도로 강한 강점!




3. 외부에서 두들겨주어서 알을 깨 주는 방법


마지막으로 모든 점에서 미흡하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다.


투자가 될 수도 있고,

인큐베이팅/엑셀러레이팅이 될 수도 있다.

유력한 외부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알이나 외부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적어도 그 알이 어떤 알인지는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가치가 있는 알이어야 성장시켜서 더 큰 가치를 만들지

그렇지 못한 알이라면 

그냥 바로 구워 먹든, 삶아먹든, 프라이를 해 먹든...


아니면 관심조차 없든....


그런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회사를 예로 들었지만,

원래 글의 목적이었던 HR로 돌아와서


경영진도, 직원도 자신들의 알이 있다.


그래서 그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럼 실제적으로 우리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나는 두 가지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


한 가지는 직원과 경영자의 상호관계 재정립이고

다른 하나는 중재자의 필요성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당사자들 간에

역지사지로 이해하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서로 역할을 바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우리 회사는 2018년부터는 

조직체계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역할극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이건 일단 실험적으로 시행해보고

후기를 따로 남기겠다.


어쨌든

경영진이 기대하고 있는 직원상과

직원이 바라는 경영진의 모습 간에 괴리는 

실제로 그 역할을 맡아봐야 알 수 있다.


회사원으로 지내던 시절에

내가 바라볼 때는 직원의 권리가 보였고

지금의 내가 바라볼 때는 직원의 책임이 보인다.


역으로

회사원의 나는 경영진의 경계가 보였고,

창업자의 나는 직원들의 경계가 보인다.


그 틀을 깬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잘 알겠지만,

아는 것을 실행하는 것은

겪어봐야지만 깨달을 수 있다.


간혹 나는 나의 무능함을 느끼고

잠깐 동안 좌절할 때가 있다.


내가 이 정도였던가,

나의 한계점인가...


그럴 때마다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는다.


"최선을 다하려면 아직 멀었다."

"한계가 아니라 한정된 생각의 틀일 뿐이다."


경영진과 직원은 서로 적대 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살피고, 서로 도와주는 동지 관계여야 한다.


어떤 이슈든 회사에서 발생하는 일은 

경영진의 전적으로 책임이다.

그러니까 경영진이다.


때로는 공개적으로 사과할 수도 있다.

때로는 직원의 감정에 공감해주어야 한다.

회사가 업무 하는 공간이지만,

사람 간에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때로는

지금 당장 업무 하나 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한 템포 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효과적/효율적이다.


우리 회사는 한정된 자원과 시간에 의해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킬 여유는 없다.

아마도 회사가 쾌속 성장하더라도 

100% 모두가 만족할 순 없겠지.


그래도 계속 완성형이 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논의하고, 행동해야 한다.


나는 믿는다.

경영진이 진심을 다해 마음을 전하면,

직원들도 그 진심을 알아준다고.


그것을 열정 페이나 불합리한 근무조건으로

대체하려 하지 말 것!

그것은 진심이 아니라 진심을 가장한 거짓이라는 증명이니까.


나는 믿는다.

비록 지금 부족하고, 어리숙한 대표지만

처음 합류했을 때, 나를 봐준 가치 때문에

우리가 지금 함께 있는 것이라고.


경영진으로써의 푸념을 조금 풀어보자면,

직원들도 마음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


이전에 경영진의 시행착오에 얽매여

마음을 닫아버리면 더 이상의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스타트업에서

경영진도 매일 겪는 일들이 사실은 첫 경험이다.


잘 풀어나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다.


그러면서 업그레이드되고 보완하면서

어제보다는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가려 하는 거다.


하지만, 

이러한 실수에 대한 용납이 안 되면

경영진들은 결국 보수적이고 일반적인

기업문화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게 더 편하거든.

그게 비용 효율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거든.


다만, 

나는 그렇게 흘러가는 순간 

기업은 강력한 힘을 잃는다고 본다.


팀워크가 없어지고,

서로의 신뢰가 없는 상태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의미 없는 동행을 하는 것이다.


우선은 경영진이 행동과 변화를 주도해야 하고,

직원들은 이것을 용납해 주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클린그린이 그렇고 그런 회사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일하는 직장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칼퇴라는 말이 아니라 정시퇴근이라는 말이 다르듯이

우리 기업문화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라서

즐거운 만남과 대화로 운영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두 번째 방법론은 중재자,

다시 말해 중간관리자의 필요성이다.




안 그래도 인력 구조라던가, 인건비에 허덕이는

스타트업들에게 중간관리자가 필요하다는 말은

언감생심일 수 있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는 중간관리자가 없어도

우리가 서로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이 잘 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고,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직원은 경영진과 사이에 벽을 은연중에 느낀다.

경영진이 아무리 부정하여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중간관리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시간적 소모는 크지만 효과적일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그렇지만, 역으로 개개인의 목소리를 다 반영할 수 없는 

스타트업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더라.


또한, 직원들 개개인 간에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더라.


우리는 병행해야 했다는 점을 간과했다.


개별적인 접촉도 필요하지만,

의견을 모아서 통일된 의사소통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것을 경영진이 직접 챙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중간관리자를 두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중간관리자는 직원 중에서 탄생하는 게 좋을까?


어설프게 외부에서 영입된 중간관리자보다는

직원 모두의 사정에 공감해주고,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터여야 한다.


사실 외부에서 영입된 중간관리자의 경우,

기존 인력에 녹아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기존 인력에서 탄생한 중간관리자에게

큰 변화를 기대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때로는 외부에서 들어온 시각이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외부/내부 중간관리자라는 장단점이 뚜렷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경영진이 중간관리자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감시하고 좋게 좋게 분위기 만드는

중간관리자를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간관리자는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경영진이 신뢰를 부여해야 한다.

믿어주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중간관리자가 힘을 얻고,

개혁을, 변화를, 업무를 조정해 나갈 수 있다.




어쨌든 중간관리자가 생기면

초기에 트러블이 많이 발생한다.


실예로, 이전 직장에서 팀장이 있었는데,

합류한 지 일주일 만에 기존 인력과 

마찰이 발생해서 팀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문제는 경영진이 바라는 즉각적인 영입 효과에 대한 부담감과

기존 직원과의 알력 다툼이 문제였다.


한 번은 급작스레 승진한 직원이 중간관리자로 올라왔는데...

역시나 원활한 통제가 어려웠다.


질투하는 사람도 있어 잘 안 따르기도 하고,

개인적인 친분을 내세워 통제를 따르지 않는 케이스도 있었다.


익숙해진 문화와 업무방향을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전과 별다를 것 없는 진행상황은

윗선에서 눈치를 받게 되는 이유가 된다.


그렇게 중간관리자가 고립되기 시작하면,

없느니만 못한 상황의 조직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 회사는 2018년에는 조직개편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중간관리자가 세워질 것이고,

그에 걸맞은 대우와 권한을 위임할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 위주의 업무를 보다 체계화할 것이며,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를 병행할 것이고,


이를 기준으로 인사고과와 연봉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성립할 것이다.


창업 초기에는 두리뭉실한 동료라는 집단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체계를 확실하게 다져야 할 시점이다.


더 커지고, 인원이 늘어났을 때의 시행착오는

돌이키기 어렵지만,


10인 미만일 때는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는

회사 문화와 조직체계를 갖추기 위한 

실험적인 여러 방법을 체험해 보는 좋은 타이밍이다.



가끔은 아플 것 같지만,

가끔은 아쉬움이 남겠지만,

가끔은 걱정되지만

해야 할 일을 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게

스타트업의 본성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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