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일기장(4)-백수의 길

정신 차리고 보니 백수!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주)클린그린 / Seonhong Chae

---지난 이야기---


그렇게 투자해주겠다던 분에게

열과 성을 다 바치고,

공들였던 사업계획서와

그 사업에 핵심이 되는 인맥도와

세부 예산안, 컨소시엄 구성도까지 

다 드렸는데...


그리고는 연락이 없다.


기다려보라는 말만 계속 되풀이된다.


그리고 나는 백수가 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내가 호구였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누가 우리에게 투자해 준다는 게

웃긴 이야기였다.


아직 회사도 설립 안 했는데,

그리고

우리가 진짜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투자해주는 게 이상한 거지.)



그렇다!

나는 백수다.

백수!!!


빨리 재취업을 하든,

준비했던 창업을 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내는 아침마다 집 밖으로 나가는

나를 배웅해 주었다.


집에 있으면, 사람이 나태해진다고

도서관에 가서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라고 응원을 해 주었다.


퇴사하기 전에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았다.

타이밍이 완벽하게

나를 회사생활을 강요하는 모양새였다.


너무나 큰 리스크였다.

사표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잘하는 짓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아내는 나에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금처럼 회사 일로 힘들어하면서

계속 일하기보다는 

새직장을 가서 새롭게 시작하던가,

창업을 해서 꿈을 이루던가,

선택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등을 떠밀어주었다.


믿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그 부담감은 또 얼마나 큰 압박인지...


문 앞을 나설 때마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오늘 하루도 정말 미친 듯이 살아야 해.

후회가 없도록 말이야"


어쨌든 그러건 말건 현실은 백수다.




결국 창업의 결심을 하였다.


한 번 더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적인 기회도 있지만...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과

입사지원시기를 고려했을 때,

6개월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재취업보다는 창업이었다.


그리고 투자하겠다는 분이 

언제 좋은 소식을 줄지 모르는데

직장에 발이 묶이면 안 될 것 같았다.

(다시 말하자면, 결국 투자 건은 물 건너갔다)


그럼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수행해야 했다.


물론 퇴사 전에 계획한 시나리오가

3가지 있었다.


하나는 재취업 시나리오,

하나는 창업 시나리오,

다른 하나는 프리랜서 시나리오.


일단 창업 시나리오와 

프리랜서 시나리오를 수행하기로 정했다.



1) 창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전문교육


때마침 정부에서

플랜트 공정 관련한 

300시간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선정되었다.


12월부터 2월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파주에서 서초동으로 가서

공부해야 하는 교육이었다.


플랜트 공정이 왜 필요하냐면,

제조업은 결국 공장자동화와

기계(유틸리티) 간에 공정을 설계해서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공장이든 기본적인 원리는 유사하다.


필요한 기능을 정하고,

장비 사양을 정하고,

설비 간에 연결을 정하고,

시운전을 하여 수정하고,

생산에 들어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배울 수 있기에

내게는 꼭 관련 지식이 필요했다.


이전에 직장에서 실험실에서 파일럿으로,

파일럿에서 플랜트로 스케일 업을 해 봤지만,

거의 마구잡이 식으로 하다 보니

탈도 많았고,

고생을 엄청 많이 했거든.


기술에 관련한 전문교육을 받기에

직장인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테니

좋은 기회였다.



2) 백수기간이 끝났을 때를 위한 준비


생계를 위해서는

프리랜서 일을 준비해야 했다.


지금 당장은 실업급여를 받지만,

그 기간이 다 끝났을 때,

바로 먹고 살 준비가 안 되어있으면

창업을 하기 전에 포기하게 되니까

미리 지금부터 영업을 해 두어야 했다.


다행히도,

군대 전력 후에 잠시 창업했던 경험이 있어

그때 알게 된 몇몇 분들에게 

일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갑자기 부탁하긴 그러니까

교육을 받으면서, 

차근차근 준비해 두면 

필요한 시점에 일거리를 받을 수 있다.


백수긴 한데...

그래도 꿈이 있는 백수랄까?

(나중에 알게 되지만...

꿈도, 계획도 늘 맘 같지 않더라...ㅠ.,ㅠ)




그렇게 백수가 되어,

창업 준비와 몇 개월 후에 먹고 살 준비를

하나씩 준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음이 안 놓였다.

예상되는 수익과

예상외로 나가는 지출!


그리고

불쑥불쑥 자라는 아내 태중에 아이!


마음 한편에서 불안함이 싹트고 있었고,

서서히 조바심과 조급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될 일도 성급하면 망치는 법!

잘 짜인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인지하지 못 한 곳에서부터

서서히 균열이 커져가고 있었다.


감당하지 못할 문제로 다가왔을 때,

나는 아내에게 큰 마음의 빚, 인생의 빚을 지게 되었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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