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일기장(9)-예비창업자

아무것도 몰라요~ 진짜 아는 게 없고 무식해서 시작했어요.

(주)클린그린 / Seonhong Chae

예비창업자라는 신분은

취준생(취업준비생)과 같다.


꼭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창업은 준비하는데 아직 소속이 없다.

취준생이나 예비창업자나 백수라는 다른 명칭이 있다.

(물론 직장 다니면서, 학교 다니면서 준비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백수였다) 


너무나 몰랐기에

창업을 너무 쉽게 봤다.


그냥 빨리 제품 만들고,

잘 홍보해서,

내다 팔 면 되는 거 아닌가 했는데...


정말 무식했다.


마치, 야구 경기에서 이기는 법은

잘 치고, 잘 막고, 잘 뛰면 이긴다라는 식의

본질은 맞는 말이지만,

말만 쉽지 당사자가 되어보면 

선수 로테이션, 컨디션, 통계, 성향, 경기일정,

타이밍, 작전, 연습량, 장비 심지어 그날의 날씨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 요인들이 많다.



나에게 선생은 

도서관의 책이었다.

창업을 책으로 배웠다.


이론적인 지식은 늘어가지만

실제로 현실 적용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성공한 창업자의 스토리들,

실패한 창업자의 스토리들,

회사 관리의 노하우,

재무와 세무에 관련한 참고서들,

사업자등록부터 인재영입까지

수많은 지침서들이 있었고,


한 권 한 권 돌파해 나갈 때마다,

문제가 뻥하고 뚫린 듯 맑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겁나고, 망설여지더라.

(결과론 적으로 이런 지식들이 지금은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걸 깨닫기까지는 사실 더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리고 이 때는 너무 책 속에서 창업을 상상하며,

몰입되어 있었다. 과할 정도로...;;;)


막연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계속 울렸고,

알아갈수록 혼란스러웠다.




일단 저지르자!

그리고 수습하자!


원체 학생 때도, 직딩일때도 

나는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창업한답시고 

회사 나온 거잖아.


그런데 이런저런 생활고와

애당초 계획된 바대로 진행되지 않는 업무들,

마음이 흔들리는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참 무식하게, 저돌적이었구나란  깨우침은

밤마다 한 숨이 늘어가게 만들었다.


답답했다.

길이 안 보였다.


정말 칠흑 같은 공간에 떨어져서 

어디가 위아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


왜 사람을 정신병이 들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불러도, 아무 대답 없는 공허함.

외쳐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듯한 느낌.


마치 어떤 구렁텅이에 떨어져서

"여기 사람 있어요~! 누가 나 좀 꺼내 주세요~!"

라고 아무리 외쳐도 정적만 돌아오는 상황이랄까?



누가 그러더라.


창업은 즐겁다고,

즐기는 일이라서 한다고...


나도 처음에는 열정이 넘쳤고,

자신 있는 분야였고,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도, 진행도, 계획도

엉망진창일 때가 반복되면

즐기는 게 아니라 절실해야 한다는 걸 

현실로 체감하게 된다.


몰랐을 때는 행복뇌피셜을 가동하며,

꿈꾸고, 웃으면서 내일을 기대했지만,

알면 알아갈수록,

두렵고, 겁나고, 무섭더라.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몇몇 동지들도

나와 동일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지도...

나와 공감되는 현실에서 떨고 있을지도...)


아내와 병원에 갔는데,

"축복(태명)"이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초음파 영상에

기쁘고 신기했지만,

한편으로 부끄러운 아빠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예비창업자라고 불리지만

아빠는 사실 백수란다.

 

예비창업자라는 말은 

나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사업자등록을 내고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더 무모하다.


세금과 건강보험료와 같은 자잘한 것도 걱정이지만,

어쨌든 사업자등록을 낸다고 해서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팔 것도 없는데 무슨 깡으로 사업자를 낸단 말인가.


처음에 무식했기에 막 달렸는데

달리다가 하나씩 알게 되니까

내가 뛰던 곳이 지뢰밭이고, 

곳곳에 함정이 있는 정글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래도 뛸 수 있을까?




그리고 2014년 3월!

이런 나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아이가 세상에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다.


그리고 

기쁨과 환희의 전체 분량만큼

나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이제는 "무식하게"가 아니라 "전략적"이어야 했고

이전에는 "몰랐다"라는 이유가 통했겠지만,

이제는 "몰랐다"는 건 무능한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체면", "존심", "여유" 같은 건 사치고

물러서지 말고,

양보하지 말고, 

쟁취해야 하는 강한 동기가 나를 지배했다.


"어중간하게 할 거면 아예 시작도 말았어야지."


근데 어쩌지? 

이미 시작을 어정쩡하게 해서....


결국은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롸잇나우!


처절하게,

제대로 마음먹고,

미치도록,

확실하게 움직이고,

냉철하게,

지능적으로 효과적이어야 한다.


무식할 때 기다려졌던 내일이 아니라

알기 때문에 기다려지는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그래서, 

도서관 밖을 뛰쳐나갔다.


책상 앞 책 속의 창업 세계가 아니라

책상 밖 세상 속의 창업 현실 속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고객들을 만나러...


그러다가 오랜만에

그녀와 연락이 닿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회에 이어서 글 남기겠습니다.





오래전 다이어리에 작성했던 메모들을 재구성하여

이렇게 다시 기록하다 보니 마음이 저려옵니다.

여전히 두렵고, 겁나고, 걱정이 많지만

때로는 즐겁고, 신나고, 여유도 있습니다.


끝나가는 오늘은 항상 아쉽고,

다가올 내일은 기대합니다.


첫 아이가 태어난 그 날부터,

저도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냥 그런 예비창업자에서...

뭔가가 바뀌어버린 좀 다른 예비창업자로...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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