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냐 노점상이냐 (선택과 결정)

창업의 첫 시작

스푼 - 소셜라디오 / 최혁재


매일매일 선택과 결정을 해야만 하는 것이 스타트업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인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준비한 나에게 닥친  첫번째 선택과 결정은 바로 퇴사였다.


이루어 놓은게 많았고, 누리던 것이 많았던 시기였기에 그 고민의 깊이는 너무나 크게 다가 왔다.


2013년 5월 본엔젤스 투자유치와 함께 법인 설립으로 마이쿤을 시작을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창업의 시작은 5개월 전 크리스마스이브날인  2012년 12월 24일이었다.


1. 구글 넥서스 5


LG전자 내에서 당시 내가 근무하던 팀에 구글 넥서스 5를 LG가 개발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구글이라?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 10년 동안 가장 설레었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를 선별해서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을 최초로 탑재하고 긴밀하게 협업을 통해서 개발되는 레퍼런스폰의 시리즈가 넥서스였다. 삼성, HTC, LG 등의 회사들이 서로 개발을 하기 위해 경쟁을 하는 모델이기도 했다. 그래서 전사에서 모든 팀들이 탐내 하는 프로젝트였다.


근무를 하던 팀의 팀장님이 참으로도 유별나신 분이었다. 실력과 성과로는 LG전자에서 손꼽히지만 일을 하는 스타일과 업무강도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하드코어였다. 솔직히 스타트업을 하면서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 당시의 팀장님 만큼은 따라 가질 못한다. 가족과 개인의 삶을 포기하다 싶을 정도로 회사 일에만 너무 집중하는 모습이 때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물론 오래 일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정말 오랜 시간을 사람이 아닐 정도로 집중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실력은 정말 최고이신 분이였다. 나에게도 엄청 힘들게 일을 시키셔서 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만. 성격상 투덜투덜 대면서도 그냥 열심히 버티고 이겨내면서 많은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우게 되었고, 친해지면서 팀장의 직무와 책임에 대한 것들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프로젝트의 필요한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려 주신 분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팀장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뛰었던 경험은 스타트업을 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모시던 팀장님은 스타트업을 하는 사이 조기 진급을 거듭하고 현재는 그 힘들다는 대기업 임원이 되셨다.)

<  당시 프로젝트는 안드로이드 KitKat 버전이 처음 탑재되는 넥서스5 였다. >

그렇게 나에게는 구글의 최신 기술과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엔지니어로 밥을 먹고 살면서 다시는 이런 기회를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더 좋은 회사에서 오퍼도 들어와서 자신감도 생겼고, 회사 내에서 중장기 목표로 가지고 있던 해외 주재원 파견 대신 이번 프로젝트로 구글로 꼭 출장을 가고 싶다.라는 단기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2. 홍대 노점상


구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프로젝트 초기라 덜 바쁜 시기 짬을 내서 만땅 서비스를 준비했었다. 먼저 퇴사를 한 동생이 실행을 담당했고 나는 그 외의 것들을 챙겼다. 둘이 있는 돈, 없는 돈을 털어 필요한 배터리와 기자재를 구매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한 개에 2만 원 정도 하는 배터리의 단가였다. 덕분에 초기 자본금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 초기에 배터리 구매 비용으로 수천만원을 썼지만 그래도 부족 했다. >

사무실을 구할 돈이 없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노점상을 택했다. 그리고 최소 자본금으로 길거리라도 서비스가 수요가 있는지 우선 검증을 하자는 취지였다. 요즘 흔히 말하는 MVP였는데 어찌 보면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길거리 노점이라? 솔직히 준비를 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이름 대면 알만한 회사의 개발자로 자존심이 한창인 시절이었고 좋은 커리어를 쌓아왔던 나에게 노점상은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함께 준비하는 동생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운을 낼 수 있었다. 하필이면 가장 춥다는 겨울날 그렇게 만땅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홍대 길거리로 나가서 배터리를 교체한다고 소리를 질렀고 동생들은 무식하게 하루에 12시간씩 매일 쉬지 않고 추위 속에 강행군을 했다. 심지어 주말에는 16시간씩 길거리에 서 있었다. 주중에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 나도 함께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사용자를 늘려가게 된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몇 달을 고생하고 나니 매출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작은 원룸으로 첫 사무실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 사무실을 밤에만 빌려서 쓰다가 우리의 첫 사무실로 이사하던 날 어찌나 신나던지... 잠깐이나마 쉴 때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었고, 충전을 하러 집에 배터리를 들고 가지 않아도 되니 너무 행복했었다.

< 보증금 500만원에 50만원 원룸으로 첫 사무실을 이사하고 나서 만든 충전 테이블 >

한편으로는 본엔젤스와 미팅을 시작해서 진행 중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는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고 슬슬 합숙?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프로젝트가 가장 바쁜 후반부에는 모든 팀원들이 스마트원이라고 불리는 합숙소로 들어가서 개발을 하는데 들어가면 매우 신나는 삶이? 펼쳐진다.)


3. 선택과 결정


프로젝트가 더 바빠져서 팀에 민폐를 끼치기 전에 결정을 해야만 했다. 회사에 남아서 개발자로서의 삶을 이어가던가, 창업이라는 꿈을 위해서 길거리로 뛰어들던가. 구글과 함께하는 이번 프로젝트만이라도 끝내고 나오고 싶었지만 시간은 그렇게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회사 선배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절대 창업하지 말라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이어졌다. 나도 알았다. 나가면 끝이라는 걸... 다시는 회사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경험상 잘 알고 있었다. 선배들이 하루가 멀게 술을 사주면서 설득과 협박을 했다. 다들 망하는 확률이 더 큰 걸 알고 있었고 다 내가 걱정돼서 그런 거니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렇게 고민을 몇 주간하다가 결정을 했다.


해보자...



< 재미있게도 근무 당시 트윈타워에서 뷰가 멋져서 찍었던 공원에서 불과 몇 달 후 난 노점을 하게 되었다. >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결정이었다.


( 물론 스타트업 하고 나서는 닥치게 될 더 큰 선택과 결정의 순간들을 그때 당시 상상도 못했다. )


더 이상 설득이 안 되는 것을 알게 된 회사 동료 들도은 퇴사를 결심한 나를 이해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 뒤로도 힘들 때면 아직도 연락해서 편하게 보고 있고, 바빠서 잘 챙기지도 못하는데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너무나도 고맙고 함께 시간을 보냈던 내 동료들이 많든 제품이라 LG 스마트폰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퇴사한다고 화를 냈지만 응원을 말을 가장 진심 어리게 해주셨던 팀장님, 만땅 서비스가 망하고 힘든 시기 소주 한잔 사주시며 집에 가라고 택시비를 쥐어 주셨던 고책임님, 언제라도 돌아오고 싶으면 자리를 마련해보겠다고 말해 주셨던 준호 수석님, 야식 싸들고 문득문득 쳐들어오는 노책임님, 그리고 간간히 연락하며 응원해주는 선배와 동료 그리고 후배들이 있기에 고맙고 기운 내고 있다. 가끔씩 소주 한잔을 하면서 꼭 잘돼서 자기들도 부르라고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을 건네고는 한다.


근무하던 팀부터 예전팀까지 동료들이 송별회를 참 여러 번을 해줬다. 조직이 크고 사람들이 많다 보니 HR 부서에 사표를 내고 마지막 날 인사하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  2013년 5월 퇴사 송별회때 >

결정을 하고 퇴사를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말로만 창업이 아닌 진짜 퇴사를 하고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 창업의 첫걸음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퇴사 후 한 가지에 몰두해서 집중을 할 수 있었고 뒤로 돌아갈 수가 없는 길이기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 그때 창업이 아닌 회사에 남기로 결정을 했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를 않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삶에서 변했다. 그렇게 퇴사 후 정확히 길거리 노점을 2년 6개월 정도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들 버텨 주었고 그래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이쿤은 나부터가 모든 할 수 있다는 끈기와 자신감을 자연스레 조직문화로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창업이란 선택과 결정이 옳았는지는 아직도 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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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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