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홍보 모임에 나가게 된 이유

업무 네트워킹을 망설이는 직장인들에게

스테이션3

  누구나 업무, 회사에 대한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 친구, 가족들에게 얘기하자니 공감대가 없어 와닿지 않을테고, 회사 동료에게 털어놓자니 말이 새어나갈까 불안하다. 그래서였을까. 작년부터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이들에게 수소문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알면 나도 좀 알려주라. 그때 알았다. 나만 이런 모임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기회가 생긴 것은 작년 말 겨울 즈음이었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오픈 채팅방에서 자유롭게 업무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홍보 모임이 생겼다는 것. 무슨 용기였을까, 고민할 새도 없이 가입 버튼을 눌렀다.



 # 나를 돌아보게 한 첫 오프라인 모임 



  국내에 '홍보'라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범위를 좀 더 좁혀서 '언론홍보'로만 따져도 셀 수 없을 것 같다.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종업계 동료들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내겐 아직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나와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고민을 하며 일하고 있을까. 왜 이 일을 시작했고, 무엇을 목표로 일하고 있을까. 작년 12월 끝자락에 나는 첫 오프라인 모임에 나갔다.  


  20명 정도 되는 홍보 담당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식품, 게임, 화장품, 부동산, 여행, 제약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었고 홍보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주니어에서부터 15년 차 시니어까지 경력 스펙트럼도 넓었다. 그중 A씨는 모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중 하나였다. 


  홍보대행사에서 5년 째 일하고 있다는 A씨는 일주일에 3~4번 야근을 하고, 막차를 놓쳐 택시로 퇴근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그날도 부정이슈로 하루 종일 탈탈 털렸다는 A씨. 그는 신기하게도 일 얘기를 하면서도 눈빛이 빛났다. 얼마 전 배울 수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고 말하는 A씨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고,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업무에 대한 단단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공부하고 싶은 것이 많아 야간 대학원까지 알아보고 있다는 A씨를 보며 괜스레 마음이 찔렸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신선한 자극이 됐다. 그날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면 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 급할 때 늘 찾는 이곳, 언제나 힘이 된다.  

 


  홍보팀에서는 정기적으로 미디어 리스트를 업데이트한다. 새로 출입하는 기자님이 생기거나, 따로 인사드리고 싶은 기자님이 있을 때 이름과 부서, 연락처, 메일 주소를 기입해 놓는 것이다. 메일주소는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연락처다. 언론사에 연락해 담당기자님의 연락처를 물어보지만, 개인 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기자님 개인 연락처는 오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고, 하염없이 기자님이 메일을 확인해 회신을 주실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홍보모임을 나가기 전까지 나 또한 그렇게 했다. 


  지금의 나는 기자님의 연락처가 급히 필요할 때, 홍보방에 SOS를 친다. 100명에 가까운 홍보인들이 모여있다보니 빠르면 0.5초만에 연락처를 받을 수 있다. 정확도는 99%. 정보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급히 회사의 기사가 실린 지면이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다. 홍보담당자들은 매일 오전, 회사 관련 기사들을 체크하는데 기사가 지면에 나왔을 경우 이를 별도로 보관한다. 하지만 해당 신문을 구독하지 않고 있다면 지면 확인은 어려워진다. 이럴 때 홍보 모임에 지면 확인을 요청하면, 해당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홍보 담당자가 지면 이미지를 보내주기도 한다. 업무 중에 귀찮을 수도 있는데, 요청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면서도 매번 도움 주시는 분들이 많다. 좋은 분들이 참 많다는걸 느낀다. 선배님들, 늘 감사합니다.  


 디지털 마케팅을 겸하고 있는 홍보 담당자들은 인플루언서를 추천받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일일이 컨택하는 것보다 홍보담당자에게 추천 받으면 훨씬 성공률이 높다. 이외에도 기본적인 홍보 업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헷갈릴 때,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홍보인들에게 금같은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곳이 또 있을까. 


  

  # 홍보팀의 생생한 속사정까지 알 수 있다


  홍보모임은 때로 사람인, 잡코리아가 되고 잡플래닛이 되기도 한다. 홍보모임 채팅방에는 종종 본인의 회사나 지인이 다니는 회사의 PR 포지션 공고가 올라온다. 회사가 어떤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홍보팀은 무슨 일을 하는지, 처우는 어떤지 등 사실에 기반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어떠한 조작도 없기에 어떤 구인구직, 기업 평가 사이트보다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회사 홍보팀에서 최근 몇 명이 퇴사를 했고, 어떤 회사에서 인력을 많이 충원하고 있는지도 파악 가능하다. 평소에 좋게 생각했던 회사의 업무 환경이 생각보다 열악하고, 알지 못했지만 사실은 알짜였던 회사들이 많아 놀랄 때가 더러 있다.


  # 업계 모임이 없다면?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정말 네트워킹을 하고 싶은데, 본인이 속한 업계의 모임이 없어 아쉬운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께는 '직접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다. 실제로 내가 아는 홍보담당자는 스타트업 업계 모임을 찾다가 없어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 지금은 다양한 스타트업 홍보담당자 20여 명을 모아 홍보 모임을 활발히 운영 중이다. 같은 업계 홍보 담당자들이 모이다보니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서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는 각종 모임에 스스럼 없이 참여하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홍보 업무 관련 채팅방은 3개가 있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다섯 번 이상은 참여했다. 모임에서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금 홍보모임에서는 업무 관련 얘기들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소한 부분들까지도 스스럼 없이 나누고 있다. 주말에 나들이를 갔다가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재밌는 문구나 이미지를 보면 즉흥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점심을 먹고 몸이 나른해질 때쯤 두뇌회전을 위해 깜짝 퀴즈를 내기도 한다. 때로는 강력한 자극제가, 편안한 휴식처가 되는. 내게 홍보 모임은 그렇다. 업무 관련 네트워킹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주저 없이 실행해 보시길 추천 드린다. 그곳에서 평생의 동료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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