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홍보팀과 홍보대행사 이야기

물론, 기자 전화 한 통으로 갑자기 바빠질 수 있다는 것은 같다

스테이션3

언론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홍보대행사를 거쳐 스테이션3 기업홍보팀으로 이직한 지 반년 정도가 지났다. 어쩌다 보니 서로 연결되는 직종을 한 번씩 걸쳐보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뚝심 있는 경력을 쌓는 중이다. 


이런 내가 홍보팀으로 이직한 뒤에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은 바로 “홍보대행사에서 홍보팀으로 옮기니 어떤 차이가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하자니, 머릿속으로는 알겠지만 깔끔하게 정리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더라. 그래서 매번 적당히 대답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서 먼가 아쉬움이 남곤 했다.


그래서 오늘은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홍보팀과 홍보대행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물론 내가 아는 수준에서 말을 하는 것인 만큼 홍보팀, 홍보대행사 경험이 있거나 재직 중인 사람의 입장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커뮤니케이션의 방향



홍보대행사가 굴러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클라이언트다. 돈과 일을 함께 주는 존재니까. 그러기에 홍보대행사의 거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는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맞춰져 있기 마련이다. 제안서, 기획안부터 자료 조사, 출입기자 정리, 뉴스 클리핑, 자료 작성 및 배포 등까지 모든 것들이 클라이언트의 컨펌을 통해 진행된다. 물론, 업무 진행 현황 역시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한다. 즉, 홍보대행사에 다닌다면 출근부터 퇴근까지(심지어 그 이후에도) 클라이언트와 연락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성향에 따라 업무 강도가 좌우되기도 한다. 매너가 좋거나 순한 성향을 담당자로 만났다면 춤을 춰도 좋다. ‘일상생활 가능한가?’ 수준의 예의를 갖췄다거나, 세상 제일 급한 성질을 지닌 사람이 꽤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홍보대행사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는 업무 파트너로 유지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갑과 을이다. 그러기에 클라이언트를 응대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힘든 일로 여겨지기 쉽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인맥을 쌓는 것 자체가 이미 큰 경험이자 자산이니까. 


홍보대행사에서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다면, 홍보팀에서는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 사내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미리 파악해서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준이 되는지 논의하고, 결정이 난다면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해야 할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보팀에서 하는 활동들이 곧 회사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만큼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고른 선택지가 너무 가볍지는 않은지,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해야 하는 셈이다.


위에서 말한 내용을 짧게 정리한다면 회의와 회의, 그리고 회의를 한다는 말이다. 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여기에 연관된 팀마다 각자의 입장이 있는 만큼 속도를 계속 맞춰가야 한다. 이렇게 팀끼리 조율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면 이제 위에 보고를 올릴 차례다. 왜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하는지, 이를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그래서 어느 정도의 결과를 예상하고, 그래서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 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피드백이 온다면 그에 맞게 어느 정도 수정 후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홍보팀이 왜 바쁜지, 홍보대행사와 어떻게 다른지 조금은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가



홍보대행사의 업무 구조는 대부분 비슷하다. 우선 일을 따내기 위해 제안서를 준비한다. 이러한 일을 이렇게 해서 이러한 결과를 낼 테니 이 금액을 주십쇼 하는 내용이다. 이 제안서가 바로 야근의 주범이니 꼭 PPT를 잘 배워놓자.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면 세부 실행안을 준비하게 되는데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SWOT 분석, 아이템 개발, 스케줄 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할 차례다. 보도자료를 쓰고, 기획자료를 쓰고, 애드버토리얼도 쓴다. 블로그, 카페 원고를 또 쓰고, 포스팅을 위한 이미지 편집도 얼추 한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티 안 나게 긍정 여론을 조성해야 하며, 매일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뉴스 클리핑을 보내야 한다. 이어 기자 미팅에 나가선 클라이언트에 대한 좋은 썰을 풀며 기사를 팔아야 한다. 주요지, 기타지, 온라인 등 채워야 하는 목표치가 있으니까. 만약 안 좋은 기사가 나오면 분노한 홍보팀과 무심한 기자를 모두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자. 홍보대행사 AE라면 이런 프로젝트를 최소 2~3개는 맡게 된다는 것을. 


사실 홍보대행사 업무 자체로 보자면 언론홍보에 한정된 경우가 많은 만큼 한 우물을 깊게 파는 느낌이다. 다만 동시에 여러 우물을 파라고 하니까 일이 넘쳐흘러서 당연하게 야근을 하는 상황이 됐을 뿐.


이와 달리 홍보팀은 보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 따져보면 홍보팀은 본인의 회사, 즉 1개의 클라이언트만 맡는 셈이니 어느 정도 여유는 있다. 물론 ‘홍보’ 팀인 만큼 당연히 언론홍보도 업무에 포함된다. 대신 홍보대행사만큼 언론홍보 자체만을 위해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우선 대표적으로 사내컴이 있겠다. 기업 규모에 따라 사보를 발행하는 곳도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귀찮다고 하더라. 사내컴은 사내 분위기와 직결되는 만큼 정말 지루할 수도 있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정신 나간 콘텐츠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스타트업은 매우 유리하다) 기업 SNS도 중요한 항목이다. 다방 홍보팀을 예로 들자면 현재 브런치와 공인중개사용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둘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보니 전혀 다른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 


기업이 행사나 강연에 참석할 경우 발표 자료도 공들여 만들어야 하며, 인터뷰가 잡힌다면 사전 질문지 역시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신규 입사자를 맞이하는 OJT나 미디어용 프레스킷, 회사소개서, 그리고 채용포털의 회사 소개 및 평판 등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하는 업무다. 이처럼 홍보팀의 업무 폭은 꽤 넓은 편이며, 그로 인해 홍보대행사와는 다른 의미로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부담감과 책임감의 경계선



글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마무리하려던 중 다방 면접 볼 때 홍보팀과 홍보대행사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나버렸다. 이 얘기를 짧게 해 보자면, 사실 면접 보기 전에 저 질문은 내가 준비 못 했던 질문이었다. 속으로 @#$^@%!!$%#!@를 외치다가 급하게 튀어나온 대답이 바로 ‘부담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꽤 좋은 대답이었던 것 같아서 흐뭇하다. 


홍보대행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대행이다. 결국 남을 대신해서 홍보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악재가 생기더라도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하다. 물론, 클라이언트를 겨냥한 부정 기사가 올라오면 당연히 비상이 걸리며,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만 이 상황은 근본적으로 홍보대행사를 겨냥한 상황이 아니며, (평소에 AE를 달달 볶던) 남의 회사에 생긴 일이다 보니 ‘최선을 다하긴 하되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생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홍보팀은 다르다. 말 그대로 내가 다니는 회사에 생긴 일이다 보니 나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이 된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상황이 터지더라도 홍보팀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은 훨씬 크며,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간절하게 나서게 된다. 만약 이렇게 해서 안 되면 저렇게도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후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상황 대응 매뉴얼도 착실하게 준비하게 된다. 


이때 느껴지는 감정을 좋게 표현한다면 책임감이겠지만, 현실적인 입장에서는 부담감에 가깝다. 위기 대응에서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하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홍보팀과 홍보대행사의 가장 큰 차이는 급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홍보대행사에 다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컨펌을 바로 해주지 않는 홍보팀에 불만이 꽤 있었다. 대행사를 그리 부려먹으면서 정작 홍보팀은 뭐가 그리 바쁘다고 하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홍보팀으로 이직을 해보니 알겠더라. 홍보팀이 왜 컨펌을 바로바로 해주지 못했는지를, 그리고 무엇 때문에 바빴는지를.


홍보대행사와 홍보팀은 이 글의 제목처럼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홍보라는 분야에 속해있으면서도 서로가 하는 일의 방향이 다르고, 서로가 놓인 입장이 다르다. 그렇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다 같은 미생 아니겠나. 홍보대행사든, 홍보팀이든 간에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고, 서로에 대해 작은 예의를 보여준다면 우리 모두 웃으면서 홍보라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로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