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비스 vs 좋은 사업

그리고 vs 좋은 회사

텐핑거스 / 20. 03. 29. 오후 3:03

'좋은 서비스 vs 좋은 사업 vs 좋은 회사'

Versus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과거에는 저 세 가지를 혼동해서 썼다. 즉 개념이 없었다. 사실 쭉 쓰고 보니 쌀로 밥을 짓는다는 말처럼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생각보다 나는 이것을 스스로 정리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유는 처음부터 사업, 스타트업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공부하고 시작했다기보다 좋은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와서 실행에 옮긴 케이스였기 때문에, 뒤늦게야 개념 정립을 한 것이다.


특히나 최근 회사에서 다음 단계에 대한 방향성을 임직원 전체가 디테일하게 고민하고 있는 시즌이라, 꼭 이 내용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아마 지향점의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좋은 서비스는 뭘까?

(여기서 서비스는 제품이라는 말로도 치환된다. 나는 IT업계에 있고, 컨텐츠가 곧 제품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보니 제품보다는 서비스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좋은 서비스는 곧,  유저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기획되어 제작된 무언가이다. 유저에게 어떤 베네핏을 줄 수 있는 무엇이라면 모두 좋은 서비스이다. 보통은 디자인과 학생들이 내는 아이디어가 UX 측면에서 아주 탁월하게 좋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제 구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즉 ROI를 거의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트팝의 초창기 모습은 이게 맞는 것 같다. 커플이라는 유저에게 너무나도 좋은 데이트 코스 컨텐츠를 제공하고, 쉽게 볼 수 있는 모바일 앱으로 제공되는, '좋은 서비스'가 맞다. (다만 완벽한 이라고는 표현하지 않겠다. 아직 디벨롭할 것들이 많으니.)

다만 좋은 서비스에만 머무른다면, 수익을 내지 못해 결국 서비스를 중단하게 될 것이다. 혹은 수익을 내는 다른 무언가에 의해서 서비스를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초창기 데이트팝의 기획 의도는 '양질의 정보를 모바일로 옮겨와, 데이트를 하는 커플들을 위한 지침서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좋은 사업은 무엇일까?

사업은 오로지 공급자적인 측면에서의 의미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곧 좋은 사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 구체화할 수도 있고, 원래 가지고 있던 자본을 이용해 더 큰 사업을 벌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 많은 매출을 가져다주거나,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곧 좋은 사업이다. 그리고 보통은 좋은 사업에 많은 투자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다만 좋은 사업은, 즉 수익성에만 몰두하다 보면 가치를 잃을 수 있다. 쉬운 예로는 대부업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좋은 서비스이고, 수익도 명확하지만, 결국은 이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꼭 사회적 기업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회계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장을 흔들고 많은 돈을 벌 수는 있어도, 나 개인이 아주 큰 보람을 느낀다거나 인생의 대단한 과업으로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현실은 절대 진심이 없으면 시장을 흔들 수 없겠지만^^;) 또한 리더가 수익성만을 위해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좋은 사업일 수는 있으나 좋은 회사일 수는 없다.

좋은 사업은 캡슐 식사 같은 것. 한 알로 3일을 버틸 수 있다면, 대신 캡슐의 가격이 3일 동안 일반식을 한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모두 환산했을 때 비용보다 월등히 낮아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회사는 무엇일까?

내가 정의하고자 하는 좋은 회사는 '직원이 다니기 좋은 곳'이다. 이것 역시 뻔한 이야기들의 나열이다. 내가 생각하는 직원이 다니기 좋은 회사는 1) 기본급이 보장되고, 2) 커리어를 쌓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3) 의사 결정권이 있어서 임직원 모두가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하고, 4) 거기에 팀 분위기도 좋고, 5) 스톡 옵션 혹은 인센티브 등 일한 것에 대한 더 큰 보상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회사다. 복지가 많은 기업이라고 해서, 직원의 자유가 많다고 해서, 직원이 성장할 수 있다고 해서, 무엇 하나만 충족되는 것만으로는 좋은 회사의 모습을 그리지 못한다.

다만 좋은 회사만을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하면, 일부 안정된 기업의 '좋은 회사'로의 모습만을 보고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아마 학생 창업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아닐까 싶다. 뼈 아픈 현실의 벽에서 이상적인 가치만을 좇을 수 없는 상황이 분명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텐핑거스는 좋은 회사로써 못 갖춘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도 늘 믿고 따라주는 팀원들에게 고마울 뿐. / 16.10.15. 노을캠핑장

좋은 서비스 vs 좋은 사업 vs 좋은 회사, versus라는 표현이 맞는가?

누군가는 이 세 가지 개념이 어떤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달성되어야 하는 종속 관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통합 혹은 세분화를 함으로써 다른 방식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 세 가지를 충족하는 것이 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구성 요소이자,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의 청사진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아직 공언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 뺐다.

그래서 이 귀여운 삼발이를 가져와보았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세 가지 개념이 일부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vs라고 적었지만 완전한 반(反)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또 완전한 정(正)은 아닌 것 같아, 끝내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아마 이 의문의 답은 어떤 노련한 대표님께서는 찾으셨을 수도 있다. 혹은 아예 사업 시작 전부터 완벽하게 구상하고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능력 있는 사업가일 것이다. 사실은 좋은 서비스-좋은 사업-좋은 회사 이 삼박자가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일 같지만,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기는 참 어렵기 때문이다.


균형점을 향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사업은 과정의 연속이니까 나도 경험이 더 쌓이면 또 다른 관계와 단계를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위태위태하게나마 균형을 잡고 설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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