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데이트팝은 이렇습니다

지금, 현재 텐핑거스의 모습.

텐핑거스 / 조회수 : 2333

2017년은 나에게, 텐핑거스에게 참 어려운 한 해였다. 2~3년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 와중에 남은 사람들끼리는 두 손을 꼭 붙잡고 잘 헤쳐나가리라 다짐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필요한 사람들이 회사에 와주어서 잘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을 잘 남기고 싶어서 글을 써본다.


투자 유치를 했어요


2018년 7월에는 2년 만에 투자를 받았다. 지금껏 좋은 서비스에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로컬광고 산업에서 더 의미 있는 발돋움을 할 총알을 장전했다.

총알 사진인데 뭔가 징그러운 것 같기도.

IR을 하며 돌아다니면서 들었던 이야기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추려보았다.


'이 사업 ~~가 했는데 망했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 아니에요?'

'이게 IT 비즈니스야?'
'성장하려면 꼭 이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구조네요..'

'정말 될까요? 전 아닐 것 같은데.'
'인수 가능성은 없나요?'

'두 분 케미가 정말 좋으시네요. 좋은 팀이에요. 하지만 저희가 좀 보수적이라..'


등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거절의 거절을 당하면서 내 자존까지 깎이는 경험을 많이 했다, 하하.

투자 유치는 숫자로 검증하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잘 제시하면 된다. 거기에 이전에 창업 경험이 있거나, VC 출신이거나 하면 더 세련되고 빠르게 가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투자사는 우리에게 숫자가 부족하다 했고, 어떤 곳은 청사진이 별로라고 했다. 어떤 투자사는 그냥 우리 경영진이 조금 못 미더웠을지도. '진짜 얘네가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우리의 뜻을 공감해주는 좋은 주주를 모셔, 때때로 조언과 응원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3분기 지나고 아직 돈을 너무 많이 안 썼다며 이상하게 생각하시더라.


영업팀이 늘어났어요


회사에서 컨텐츠, 개발, 마케팅, 영업, 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구성원도, 팀도 없다. 다만 회사가 성장하는 단계마다 무게추가 위치한 곳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데, 어쩌면 우리 회사는 그 변화가 꽤 컸던 것 같다.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면, 첫 사업이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 그렇다. (수많은 창업가들이 말한다. 나 다음 사업하면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컨텐츠와 개발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일단 우리는 큐레이션 컨텐츠 회사이고 씨드 투자 유치 후 막 지역 확장을 할 때여서, 데이트 서포터즈를 활용해 열심히 데이트 장소 DB를 모았다.

또한 서비스를 일단 '만드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개발에 있어서는 사용자 기준으로 생각하며 빠르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클라우드 서버를 쓰고 python과 django로 백엔드 개발을 한 이유, iOS는 외주로 운영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나서 많은 BM을 테스트했다. 좋은 서비스이긴 했지만 2000개의 데이트 장소, 15만 명의 유저 수준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진 않았다. 진짜 데이트에 필요한 게 뭘까, 어떻게 하면 모두가 이로울 수 있는 좋은 BM을 만들까, 필드 테스트를 많이 했다. 결국 로컬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영업팀의 중요성이 점점 커졌다. 그 당시 컨텐츠 팀장이었던 창업 멤버가 갑자기 영업 팀장이 되고, 로컬 경력이 많은 분을 모셔 첫 영업팀이 꾸려졌다.


지금은 영업 1팀, 2팀 둘로 나뉘어있으며 영업팀만 10명이 됐다. 대기업(S계열사)에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시작해 영업 조직을 크게 운영해보신 분, 이제는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 초창기부터 영업조직을 세팅하고 광고 상품을 만들어보신 분, 정통 영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두루두루 경험하신 분.. 굵직한 경력직들이 회사에 많이 들어왔고 그들을 중간에 끼고 좋은 주니어들도 왔다.


많은 대표님들이 '그 경력직 조심해야 돼요!'라고 말씀하셨다 ㅋㅋ 일단 믿고 뽑은 분들이고, 그들과 면접 때 나눈 대화, 입사 교육 때 했던 이야기들, 모두 현실로 만들고 싶다.


창업에서 사업으로, 이제는 기업으로

이 문장이 단어를 대응했을 때 문법상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언제부턴가 내가 만든 이 문장을 스스로에게 되새기고 있다. 


예전엔 누가 무슨 일 하냐 물으면 '저 창업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이제는 그래도 돈을 버니까 '사업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있다. 큰 차이다.


회사 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입사자, 퇴사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10명 이하 수준으로 아주 작고 매출도 없던 시절에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왔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회사의 모습을 갖추어가니 오히려 직원들의 기대치는 더 올라간 것 같다. 업무 강도는 여전히 세고, 앞으로도 높을 거다. 그나마 바로 업무가 가능한 경력직들은 적절한 보상과 자율성이 있지만 인턴, 신입들은 그렇지 않다. 이미 회사에서 어느 수준은 내부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업무 자유도가 아주 높을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스타트업에 발 붙이기 가장 어려워하고, 사실 나도 그들이 제일 어렵다..(롬곡)


또한 조직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 되었다. 우리 회사만의 철학, 팀원들 모두가 공감할만하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수준과 기준이 다르고, 완벽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을 어디부터 실행할지 고민이 많이 되어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부에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예전보다 차가워졌다.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나의 Personality의 어떤 부분을 깎고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밝고 유쾌한 내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는데. (긁적)


더 큰 꿈을 꾸게 되었어요

투자 유치를 하지 않아도 회사는 성장했을 것이다. 더디게. 더 빠른 시간 안에 우리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시장에 존재감 있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는 단순히 20대를 위한 데이트 코스 서비스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3040을 위한 놀거리 컨텐츠도 할 거고, 로컬 광고 산업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예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두달 간 많은 분들의 면접을 보면서, 특히 팀장급 면접을 보면서 자극을 정말 많이 받았다. 보통은 한 번에 2시간씩 2차 면접을 봤는데, 이 사람들이 왜 좋은 커리어를 쌓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계속 경력직 얘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똘똘하고 성실하고 능력 있는 신입들도 회사에 꽤 들어왔다. 우리 회사에서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도와주고 싶다.


창업, 사업, 기업이라고 적었는데,

그다음은 Good to great에 나오는 '위대한 기업'이 아닐까.

그날은 언제일까? 기대된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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