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펀드를 어니스트펀드답게 만드는 것들

내 생애 첫 직장, 어니스트펀드에서의 인턴 생활을 마치며

어니스트펀드(HonestFund)

2016년 7월 말 제대 후 곧바로 떠난 유럽 여행 중에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구하고 있는데 한 번 지원해보라는 내용이었다. 유럽 한복판에서 복학과 인턴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스위스에서 인턴 지원서를 작성하여 회사로 보냈다. 귀국한 날, 인생 처음으로 양복을 샀으며 그다음 날 면접을 보러 갔고, 2016년 9월 내 첫 직장 어니스트펀드 성장전략실에서의 인턴 생활이 시작되었다. 


금융회사와 스타트업의 Identity를 모두 가지고 있는 어니스트펀드에서 6개월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 배움은 어니스트펀드가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일했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이번 브런치 글을 통해 내가 어니스트펀드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1. 자발적인 동기에서 나온 열정

 

어니스트펀드의 하루는 언제나 열정적이다. 어쩌면 스타트업의 ‘열정’은 굉장히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어니스트팀이 가지고 있는 열정에는 남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니스트펀드의 팀원들은 흔히 회사를 어니스트팀이라고 부른다) 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 열정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니스트펀드에서는 직함을 쓰지 않고 영어 닉네임을 통해 소통하는 문화를 채택하고 있음을 밝힌다.


인턴 생활을 시작한 초기, 하루는 회식을 마치고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포세이돈의 차를 얻어 타고 귀가했던 적이 있었다. 포세이돈이 은행에서 근무하셨던 경험을 전해 듣던 와중에, 어니스트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포세이돈은 나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였다.


“알렉스는 왜 우리 회사의 많은 분들이 어니스트펀드에서 일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나는 바로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였다. 다른 좋은 곳에서도 충분히 잘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왜 이곳에 모여 계신 것인가라는 질문만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조금 기다리시더니 이내 곧 나에게 답변을 주셨다.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 그 자체를 정말 좋아하고 즐기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어찌 보면 별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보통 ‘회사’와 ‘일’은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로 수용되기보다는 빨리 해치워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포세이돈의 답변은 그 보편적인 관념에 반대되었기 때문이다. 


밤낮없이 치열한 대화가 오고가는 성장전략실의 회의


이후 어니스트팀 속에 있으면서 구성원 모두가 프로페셔널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금융업의 새로운 분야를 열어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열정으로 표출되었고, 어니스트펀드의 형광등은 밤늦게까지도 꺼지지 않았다. 또한 어니스트펀드의 회의실은 밤낮없이 치열한 대화가 오고 가는 곳이었고, 사무실은 언제나 집중하는 분위기로 압도되어 있는 곳이었다. 


모든 팀원들 한분 한분과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지만, 나는 특히 디자이너 토니와 했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토니가 나에게 항상 했던 이야기는 바로 어니스트펀드라는 금융회사에서 자신의 분야와는 거리가 멀기만 했었던 금융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면서, 금융업의 디자인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이었다. 


대출과 투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어떠한 디자인에 주목하는가? 어떠한 글씨체, 글씨 크기, 아이콘의 모양, 색깔, 어떠한 화면 구성이 금융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러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마주한 토니의 얼굴에서 나는 언제나 즐거움과 열정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껏 내가 본 어니스트팀의 열정은 모두 즐거움을 그 원천으로 두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바로 어니스트펀드가 단기간에 탁월한 성과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제품개발팀의 Agora 회의


그렇다면 '그 즐거움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나는 어니스트펀드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직원들 개인들도 같이 성장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보통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자신의 어떠한 상태가 개선되고 있음을 느낄 때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을 때 우리는 개선이 된다고 생각하며 이는 곧 우리가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니스트팀 개개인이 자신이 속한 직무에서 개인의 성장을 일구고 있듯이, 나 또한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63빌딩으로 첫 출근을 하던 때와 지금을 생각하면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변화했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내가 성장할 수 있게 어니스트펀드가 제공해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2.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의 제공


6개월 동안 내가 인턴으로서 했던 업무를 살펴보면, ‘과연 다른 회사에서는 이런 수준의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인턴에게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사실 나는 어니스트펀드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 전에,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다루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갓 제대한 복학예정 대학생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변화와 성장의 속도가 빠른 어니스트펀드에서의 첫 달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 순간들을 이 악물고 버텨내고 회사에 적응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에게 주어진 업무들은 그 양이나 질을 생각했을 때 매우 파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를 하나의 일화를 통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하루는 어니스트펀드의 대표인 루피가 이야기할 것이 있다며, 회의실로 나를 이끌었다. 루피가 꺼낸 말은 다음과 같았다.


“알렉스, 지금 우리 회사에게 필요한 3가지 일이 있는데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 과제들을 직접 해결해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루피가 내게 제안했던 3가지 업무에 대해서 상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인턴 생활이 끝날 때까지 나는 3가지 업무 중에 2가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실 다른 회사에서는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인턴에게 특정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것은 매우 놀라울 일이지만, 어니스트펀드에서는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나는 전략 관련 단독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나의 자리에는 항상 온갖 자료를 검토하며 보고서를 썼던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기회를 준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역량에 초과하는 일을 무작정 던져주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의 부담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략 관련 단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벅찬 일이었다. 여러 자료들을 검토하고 거기에서 얻은 정보들을 요약 및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내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대학생이 작성하는 리포트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러한 난관에 부딪쳤을 때, 조목조목 도움을 준 분은 바로 나의 사수인 마커스였다. 전직 컨설턴트였던 마커스는 전략을 짜는 프로젝트가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절차, 구글에서 자료를 찾는 방법, 자료들 중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는 법, 그 정보들을 보기 쉽게 보고서로 작성하는 방법까지 전반에 걸쳐 피드백을 주셨다. 나 또한 이에 호응하여, 늦은 밤까지 회사에 남아 자료들을 읽고 또 읽고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어니스트팀 전체에게 최종 보고서를 공유


이 과정에서 나는 하루하루 내가 변해가는 것을 느꼈고, 최종적으로 보고서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렸을지라도 기업의 전략 업무의 한 사이클을 제대로 완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내 인생 첫 직장에서 내 인생 최초의 리포트를 작성하여 어니스트팀 전체에게 공유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 어니스트펀드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그 기회를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회사였다.


어니스트펀드의 문화 강령인 ‘Honest Manual’ 4번에는 이런 원칙이 있다.


"4. 개인의 성장과 계발은 월급만큼이나 끊겨서는 안 됩니다. 성장이 없을 때는 리더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우리가 흔히 집단에 속하여 생활을 하다 보면, 정해진 규칙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령, 대학교 동아리에서 수요일 오전 10시까지 활동에 참석하라는 구체적인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성장’에 끊김이 없어야 한다는 추상적인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턴생활을 마치며 내가 성장을 했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면서, 위의 원칙이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회사 내에서 실행으로 옮겨지고 있음을 몸소 체험하였다. 이러한 원칙이 준수될 수 있는 이유는, 대표인 루피와 나의 사수 마커스를 포함한 어니스트팀 전체의 노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성장전략실의 시나몬이 내가 인턴생활을 마무리하며 그동안의 감회와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이를 회사의 얼굴인 브런치에 글로 게재하는 기회를 마련해줘서 나의 인턴 생활을 정리해볼 수 있게 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여러 팀원 분들이 제공해주신 ‘성장’의 기회를 통해, 내가 인턴 생활 동안 깨달았던 2가지 인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3. 절차적 지식의 중요성


나는 확실히 어니스트펀드에서의 인턴 생활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지만, 그중에 내가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절차적 지식의 중요성이다.


교육학 이론에 따르면, 지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이를 각각 선언적 지식(declarative knowledge)과 절차적 지식(procedural knowledge)이라고 부른다. 선언적 지식은 ‘무엇이 어떠하다’는 정적인 형태의 지식이다. 이를 익히기 위한 학습 목표는 ‘~을 안다’의 형태로 표현되고 주로 암기와 이해를 통해 획득된다. 예를 들면, 조선 22대왕 정조의 업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정조에 대한 선언적 지식 덕분이다.

 

이와 달리, 절차적 지식은 ‘무엇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대한 지식으로 동적인 형태를 갖는다. 절차적 지식에 대한 학습 목표는 ‘~을 할 수 있다’의 형태로 표현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보는 과정에서 이를 습득하게 된다. 예를 들면, 자전거를 타거나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이 두 가지 활동에 대한 절차적 지식 덕분이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것은 대표적인 절차적 지식이다


내가 절차적 지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가 결국 무엇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어떠한 무엇을 알아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적 지식은 회사의 업무에서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데, 거의 모든 업무들이 절차적 지식의 영역을 통해 해결되기 때문이다.


내가 어니스트펀드에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절차적 지식은, 바로 ‘Google’을 이용하여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 방법을 아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Googling은 누구나 하는 쉬운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나, 업무는 질적 완벽성도 중요하지만 신속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Google을 이용할 것인가는 중요한 절차적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업무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Googling에 대한 절차적 지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인턴 생활 막바지에, 나는 회사 소개 페이지를 기획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회사 소개 페이지는 대개 그 회사의 철학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물론 어니스트펀드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해도가 높았을 무렵이었으나, 나는 도대체 내가 알고 있는 어니스트펀드의 철학을 어떻게 풀어낼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나는 우선 Googling을 통해 회사의 비전을 작성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부터 Googling이라는 절차적 지식이 매우 중요하게 쓰이는데, 나는 우선 Google 검색창에 ‘company vision’을 검색하였다. 이는 Google에 존재하는 수많은 회사의 비전에 대한 정보들이 대략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감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수많은 웹페이지들이 검색된 가운데, 나는 Business Dictionary의 ‘Definition of company vision’,  Harvard Business Review(HBR)의 ‘Building your company’s vision’, GE의 ‘Mission, Vision & Strategy’ 이 세 가지 웹페이지를 열었다. 그 이유는 어떤 것을 검색할 때 항상 이에 대한 ‘정의, 실행 방식, 레퍼런스(참고자료)’ 이 세 가지를 알아야 업무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Googling


Business Dictionary의 정의에 따르면, 비전은 중장기적인 목표를 의미하며 기업의 현재 업무에 대한 지침으로서 기능한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이를 통해, 회사의 철학을 소개하는 것에 있어서 비전은 하나의 재료이며 단기적인 목표를 의미하는 다른 개념어가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HBR에서는 회사의 비전 수립을 위한 방법론으로 Strategical Planning이란 이론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 이론에 대한 설명을 읽은 후, 나는 회사의 철학이 장기적인 비전-중기적인 미션-단기적인 액션플랜 3단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나는 이 Strategical Planning이 내가 찾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를 다시 Google로 검색하였다. 


그 결과, 어떤 한 웹사이트에서 Strategical Planning과 관련하여 ‘VMOSA’라는 개념을 찾을 수 있었다. VMOSA는 Vision, Mission, Objective, Strategy, Action Plan을 의미하는 것으로 회사의 철학을 5가지 과업의 층위로 나누어 분류한 체계이다. 이 개념을 토대로, 이전에 찾아 놓았던 GE의 회사 소개 페이지 레퍼런스를 확인하여 우리 회사 철학의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것에 대한 적정성을 검증하였다. 결과적으로, VMOSA가 적절하다고 판단되었고 나는 내가 이해하고 있는 어니스트펀드의 철학을 그 개념에 맞추어 정리하였고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업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에서 보듯, 회사의 업무과정에는 원래 알지 못하는 것들의 답을 효율적으로 구해야 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이 모든 것들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의 철학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구성하는 것을 난해한 일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나는 그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구해가는 과정나를 성숙시키고 나를 그 분야의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우주로 쏘아 올릴 로켓을 만드는 스페이스X를 창업할 수 있었겠는가? 정답은 간단한 것 같다. 지금껏 로켓을 쏘아 올린 회사를 만드는 방법이 존재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방법을 알아낼 절차적 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4. 소통의 기술


내가 어니스트펀드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소통의 기술인데, 두괄식으로 주장을 이야기하고 반드시 그 근거를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이 소통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낀 이유는 논리적으로 글 쓸 때와는 다르게, 나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는 소통의 신속성과 명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소통 방식이 업무과정에서 큰 방해 요소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제가 회의에 참석을 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주신 일을 다 못 했는데……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해달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의 폐해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제게 주신 일을 처리하기 위해 시간을 좀 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갑작스럽게 회의에 참석을 해서 업무 처리 시간이 지연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해야 명확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명확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의 중요성


실제로 나의 사수였던 마커스와 일을 하던 도중에, 이러한 소통방식으로 인해 마커스가 나에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되물어 본 적이 많았다. 나는 갑작스럽게 사수로부터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래서 결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으면서 당황했었고 그럴 때마다 나의 말하는 방식을 두괄식으로 바꾸어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두괄식 구조에 의한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나의 주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과 더불어 그 주장의 맥락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 업무를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언행은 탁월한 업무 수행을 위한 목적을 수반하고 있다. 따라서 나의 언행은 모두 그러한 맥락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업무의 전반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시니어와 같은 팀의 구성원들이 그 맥락을 이해하고 있어야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 맥락의 공유가 실패하면, 내가 공들여했던 몇 시간의 일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려 업무의 신속하고 정확한 처리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적 지식과 소통 방식에 대한 깨달음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것들을 배웠던 인턴 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5. 어니스트펀드에서의 인턴을 마치며


약 6개월간의 어니스트펀드에서의 긴 여정을 마치고, 2017년 3월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어니스트펀드에서 맷집을 제대로 키워서 그런지 학교로 돌아가서 겪게 될 진로 고민과 나에게 주어질 여러 가지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그 전과는 다르게 크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니스트펀드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 곳이었으며, 아무것도 갖춘 것이 없어도 뛰어들어서 하다 보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인턴 생활 마지막 날 아침


내가 한 학기를 늦추면서까지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였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 복학이 아닌 인턴이라는 도전을 선택했던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내가 훗날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든지,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든지, 아니면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든지에 관계없이, 어니스트펀드에서의 인턴 경험은 앞으로 나의 인생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어니스트펀드 팀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브런치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에게 짧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요즘, 안정을 찾는 것도 좋고 이것저것 따져가며 사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 새로운 혁신이 꿈틀거리고 있는 곳에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떠한가?” 


“그리고 그곳에서 어쩌면 예상치 못하게 정말 많은 것들을 얻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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