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디자인의 여성 리더들

쿠팡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쿠팡 디자인의 여성 리더 3인이 디자이너로서의 성장 과정과 그들의 경험담을 전합니다.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Tessa부터 글로벌 기업 경험이 많은 Cat, 최근 팀을 리드하게 된 Zoe까지 그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롤모델 없이도

내 역할에 충실하다면


Zoe는 시각디자인을 전공,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뒤 스타트업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했다. 쿠팡은 세 번째 회사로 최근 프로젝트 리드가 됐다.


내겐 여성 롤모델이 없었다

10년 간 쭉 일해오면서 내겐 이렇다 할 여성 롤모델이 없었다. 일 잘하고 능력있는 여성 디자이너야 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주변의 리드 급 자리에는 대부분 남성 디자이너가 주를 이뤘다. 내 미래를 비추어 볼 대상 없이 지내다 문득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순간도 있었다. 괜한 생각이 길어질 때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스스로에게 더 집중했고, 워커홀릭이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일에 매진하며 뭐든 배우려 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첫 직장이었던 에이전시에서는 크리에이티브한 감각을, 이후 스타트업에서는 폭넓은 시도들과 그에 따른 책임감까지 얻으며 부단히 성장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즈음 또 한 번의 도약이 필요했다. 단지 멋지기만 한 디자인이 아닌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사고할 줄 알아야 하고, 다양한 직군의 의견을 수용하며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점차 체감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이 오가던 차에 선택하게 된 곳이 쿠팡이다. 쿠팡에선 ‘전사적인 관점(company-wide perspective)’ 원칙을 토대로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PO, 기획자, 개발자 등 협업하는 모든 이들이 이슈와 영향을 꼼꼼히 확인하며 신속하게 움직인다. 모두 ‘내 일'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각각의 모습들이 내겐 전부 배울 점이었다. 지금 다시 롤모델이 있냐 묻는다면 그건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내게 배움과 영향을 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라 답하고 싶다.

 

같이 성장하는 리드

리드 역할을 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실무만 할 때는 알기 어려웠던 부분들까지 챙겨야 해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낀다. 이런 점들을 보강하며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함께하는 팀 동료들이 무얼 필요로 할지, 어떤 부분에서 강점이 있을지, 어떻게 하면 잠재력이 더 발현될지 관찰하고 파악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서 시작하려고 한다. 프로젝트마다 각자의 역할을 정할 때에도 누가 더 잘할 수 있나 고려하면서 동시에 누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일을 하면서 마주치는 어려움, 내가 앞장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찾고, 고민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머리를 맞대어 해결하면서 리드로서의 첫걸음을 그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

 

10년차에게도 처음은 있다

커리어를 시작할 당시, 10년 차 선배들은 디자이너로서 어느 정도 완성형일 거라 지레짐작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쯤 되고 보니 여전히 배우고 도전해야 할 새로운 일들이 많다. 동료들과의 협업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고 성취감을 얻어 또 다시 동기부여 되는 이 반복적인 과정이 여전히 즐겁고 또 새롭다. 10년, 20년 뒤의 먼 미래보다 그때그때 내가 하는 일들에 최선을 다해 얻은 산출물들이 지금의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듯 앞으로도 내가 몸 담은 조직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디자이너로, 리드로, 누군가의 롤모델로 멋지게 성장하고 싶다.



리더에게 필요한

제2의 감각


Cat 야후와 디즈니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했다. 한국에서는 IOT 기업의  기획  디자인을 담당하다 4  쿠팡에 합류, 현재 프로덕트 디자인 매니저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내 능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대학교부터 두 번째 직장까지 사회 초년기를 미국에서 보내면서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많았다. 미국 사회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문화, 다양성을 존중 받는 환경에서는 내가 노력한 만큼 발현할 수 있었고 팀원들과 소통할 때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어느 조직에서든 스스로 목표 설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내가 정한 기준인 만큼 더 강한 동기 부여를 받았다. 돌이켜 보면 성장의 큰 원동력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팀워크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일을 하다가 내 노력 밖이란 생각이 들 땐, 회사 동료들이나 리더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구했다. 혼자서 고민할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동료들의 피드백을 통해 개선한 결과물 또한 만족스러웠다. 능력을 발휘하는 일이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마 이때부터 느꼈던 것 같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잘하면 된다?

작년 즘 후배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리드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 때 멘토링까지 하게 되면서 이전에 주변 동료들에게 도움 받았던 상황들이 연상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팀을 운영하다 보니 일과 마찬가지로 리드 또한 혼자서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같이 일하는 중요성에 대해 또 한번 통감했다. 사회 초년기에 동료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은 기억, 다양성을 기반으로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주변 동료들이 준 선한 영향과 자유로운 사회적 환경 덕에 지난 날의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팀에도 최선의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다. 이럴 때 아무래도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소통하며, 본인의 의견을 설득하는 과정도 정직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제1의 감각이 디자인이라면, 제2의 감각은 바로 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부분일 거다.


그렇게 서포터가 된다

디자이너와 리드의 차이는 직급이 아닌 직무에 있다고 본다. 디자이너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책임을 갖고 끝까지 수행한다면, 이를 리드하는 사람은 그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고민을 듣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주는 서포터(supporter) 역할을 하며 팀원들이 본인의 생각을 더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물론 이 땐 팀원들도 각자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런 상호 간의 배려와 매니저의 소프트 스킬(soft skills)이 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건강한 팀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일한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팀에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그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서포터로서의 리드’가 될 수 있도록 나 또한 그에 부합하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나를 부르는

세 가지 이름


모바일 제조사에서 UX 디자이너로 첫 발을 뗀 Tessa.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주해 은행의 테크 사업부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IT 솔루션 기업에서 UX디자인을 리드하다 2년 전 쿠팡의 디자인 매니저로 합류했다.


엄마, 디자이너와 매니저

내겐 엄마라는 이름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지만, 많은 순간 그 타이틀이 내 정체성을 압도할 때가 있다. 누군가의 엄마 이전에 내 이름 ‘김시내’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었고 그 정체성 역시 무척 소중하다. 직장에 가면 난 다시 김시내(Tessa)가 되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좋아하는 일들을 한다. 엄마로서의 나, 디자이너와 매니저로서의 나를 모두 잃지 않으려 매 순간 가정과 일 사이의 우선순위를 저글링 하듯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짐과 끊임없이 싸운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게 되면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회적 편견에 맞설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온전히 할애하지 못해 스스로 짊어지게 되는 죄책감과도 싸워야 한다. 이런 짐들을 십수 년 끌고 가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 몇몇 동료들은 결국 커리어를 중단하기도, 보수적인 기업의 고위직 여성들 중 일부는 미혼이거나 비혼을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업 문화를 가진 IT,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경력이 오래 된 여성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수 차례 좌절할지언정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주변에는 잠깐의 고비를 넘겨 멋진 커리어를 그리고 있는 여성 동료들이 충분히 많고, 이미 여러 기업들에서도 각 구성원들이 가진 환경적 제약들을 이해하며 지원해줄 수 있는 문화가 마련되고 있으니 말이다.


내 일과 가정 다 잡을 수 있는 문화

이제는 가정에 신경써야 할 일이 생기면 융통성 있게 시간을 안배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집에서 일을 마무리 한다. 쿠팡은 온라인 회의 체계가 잘 갖춰졌을 뿐더러 재택 근무도 있기 때문에 조정만 잘한다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적당히 확보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해 기업은 모든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태도로 동등한 권리를 주려고 노력하며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 주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테크 기업에서도 사내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명 CDO(Chief Diversity Officer)까지 두고 다양성의 문화를 위해 노력한다. 이는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업의 특성상 다양성이 곧 생산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수용하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다양한 대중을 위한 우리들의 다양성

이러한 다양성의 문화는 회사와 내 생활 반경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고객 경험을 만드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쿠팡의 고객들은 연령층도 집단도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이 폭넓은 대중을 상대하려면 다양한 관점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수많은 상황들을 펼쳐놓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안에 다양한 성별, 연령,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질 때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하물며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우리 고객이 어떤 점에 불편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묻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어느 직군보다도 다각도로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기업과 조직, 개인 환경에서의 ‘다양성'을 지지하는 경향은 테크 기반을 넘어 점차 강해질 것이며, 우리 사회에서도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때가 올 거라 믿는다.



Written by Cat, Tessa, Zoe

Edited by Ella  

Photography by Erica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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