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몸쓰 일상] #0 어쩌다 슬라운드

이때는 몰랐지

슬라운드 (SLOUND)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정도 방황했다. 친구들의 동업 제안, 머릿속을 맴도는 사업 아이디어, 이런저런 스카우트 제의. 무엇하나 쉬운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핑계처럼 로켓펀치를 켜고 뻑뻑한 눈알 위를 겉도는 채용공고를 훑었다.


딱 하나, 홈에 덜컥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 8시 40분. 입사 지원하고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다. 당황과 반가움 중간 어딘가의 감정을 안고 통화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찾던 포지션이 신기할 정도로 나와 맞아떨어진다는 데서 오는 반가움. 굉장히 빠른 액션에서 오는 당황. 


전화받고 이틀 후 오전 11시로 인터뷰 약속이 잡혔는데 재밌는 건 그 날이 일요일이었다는 거다. 많은 인터뷰를 봤지만(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로서) 주말 오전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나에겐 이례적인 일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갈지, 진중한 마음으로 갈지 갈팡질팡했다.


일요일 오전 11시.

매트리스 업계의 적폐를 바꾸고 싶다던 두 남자와 만나 가장 먼저 한 이야기는 폴리에스테르 빨대에 관해서였다. 거북이의 콧구멍에서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 속 거북이가 얼마나 쾌감에 젖은 표정을 지었는지가 우리의 첫 이야기 소재였다. 아무도 어색해하지 않고 첫 만남에서 그런 이야기부터 시작했다는 게 지금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지만 우리는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른 건 모르겠고, 제품 하나는 잘 만들고 싶었다던 그들은 고맙게도 내가 개인적으로 끄적이던 콘텐츠들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했다. 반대로 난 짧은 대화에서도 묻어 나오는 그들의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성, 열의가 좋았다. 




난 내 길지 않은 커리어의 대부분인 4년 반 정도를 스타트업에서 보냈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이 멤버의 유능함과는 별개로 얼마나 고단한 길을 걷는지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쉼 없이 고생했으니 이번엔 좀 편하게 일하자'

'일단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자'

'이름이 알려진 곳으로 가자'


이직 고민을 하면서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생각들은 결국 사람 앞에 스러졌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굴러다녔던 경험만큼, 능력 있고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즐거움을 알기에 두 명의 founder와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번 가족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결정을 내렸다(부모님, 장모님, 마누라 죄송합니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문구다(참고로 교회 다닌다). 현실의 꿈이 비록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 꿈을 빚기 위해 그렇게 난 슬라운드에 콘텐츠 마케터로 합류했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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