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E2 폐기물 침대와 중국산 Made in Italy

이제껏 속고 살았구나

슬라운드 (SLOUND)

처음에는 매트리스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줄도 몰랐으니 공장들을 무작정 방문했다. 그런데... 공장들은 도대체 어디있지? 우선 우리는 인터넷으로 샅샅이 뒤져 침대 공장 리스트들을 만들어서 하나씩 찾아다녔다. 

50여개의 공장 리스트를 제작해 하나씩 방문하는 일정. 연두색으로 표시한 곳들이 2017년 10월 26일에 방문한 곳이다. 역시나 우리가 기대했던 A급 공장은 전무했다.

대부분의 공장은 미리 연락을 하면 사업자등록증과 홈페이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둘다 없었던 우리는 그냥 연락없이 공장들을 무작정 찾아갔다. 직접 공장을 다녀보며 매장에서 침대를 구매할 때는 몰랐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봐왔던 수많은 매트리스 광고들. 아.. 나는 속고 살았구나. 

왜 우리가 가는 공장 마다 공장장님은 항상 외근 중이실까? 공장장님 돌아오실 때 까지 공장 앞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는 모습
깔끔하게 정돈된 자재들. 큰 브랜드의 거래 업체일 수록 생산 공정이 효율적이고 자재관리가 깔끔해 보였다.



1. 으악! 폐기물로 만든 재생 매트리스

우리가 다닌 대부분의 침대 업체들은 대기업 브랜드의 OEM 생산 공장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스프링 매트리스를 생산하기 때문에 메모리폼을 생산하는 업체 자체가 드물었다. 간혹 폼매트리스를 생산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업체들에서는 충격적인 재료를 볼수 있었다.

버려진 스폰지들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내서 본드로 녹여 붙인 재생 스폰지. 버려진 소파나 방음벽 등의 내장재를 수거해와서 폐기물로 매트리스를 만든다.

폐기물 처리장이나 고물상에서 버려진 소파나 건축 자재의 내장재들을 뜯어와 뜨거운 본드로 붙여 새롭게 매트리스 재료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방음벽이나 싸구려 의자의 쿠션으로 사용되는 재생 스폰지들을 매트리스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일명 마블(?) 스폰지로 만들어진 체육관용 매트. 운동용으로 사용하기에도 불쾌하다.
겹겹이 쌓인 마블(?) 스폰지위에 솜을 깔아 만든 판매용 매트리스 내부. 이런 제품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과연 가족들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



2. 허걱! 공업용 본드로 붙인 방음 스폰지

폐기물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업체들을 방문해도 우리를 실망시키기는 마찬 가지 였다. 현란한 모양으로 제품을 소개하지만 결국은 노래방 방음벽에 쓰이는 소재를 가공해 매트리스를 만드는 공장들도 있었다. 

녹음실의 방음벽으로 사용되는 산업용 스폰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방음 스폰지가 약간 모양을 바꿔서 갑자기 매트리스로 돌변했다.

신기한 점은 이런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 중에는 대단한 판매량을 자랑하는 곳들도 있었다. 좋은 제품이 좋은 브랜드의 시작이다. 내가 쓰고 싶은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한다. 학교와 회사에서 배웠던 원칙들과 공장에서 발견한 현실들 사이에서 우리는 또 한번 아득한 시차를 느꼈다. 



3. 와우! 중국에서 만든 Made in Italy

만났던 공장장 분들 중에는 아들 뻘되는 우리를 자식 처럼 여기고 진솔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도 많았다. 그분들의 머리속에서 침대는 딱 두 종류였다. 대기업 제품을 OEM 생산하거나 쿠팡에서 이름없는 제품을 최저가로 팔거나. 우리가 온라인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내가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싶다는 아이디어에는 한결같이 우려를 보이셨다. "총각들 침대판이 그래 만만한게 아이다. 아참 다들 장가는 갔나?"


그래서 자식같은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 '창의적인' 방법들을 몇가지 알려주시기도 했다. 그 중 하나는 Made in Italy를 Made in China로 만드는 것. 응?! 중국산으로 이태리산을 만드는 것?!


방법은 간단하다 이태리의 Napoli나 Milano같은 물류 거점에 창고를 하나 빌리고, 중국에서 만든 매트리스를 이태리로 수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태리에서 수출 도장을 받아 한국으로 다시 수출한다. 물류비가 여러번 들기는 하지만 결국 Made in Italy 딱지가 물류비를 훨씬 웃도는 가격을 정당화 시킨다. 그렇게 컨테이너 몇개만 해먹어도 한국에 몇백평 공장부지는 살수 있다며... 세상엔 정말 창의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구나. 또한번 아찔했다.




많은 것을 바란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쓰기에 거리낌이 없고, 가족과 친구에게 권했을 때 떳떳한 제품. 그게 그렇게 힘든걸까? 매트리스공장.xls의 리스트를 거의 다 지워갈 쯤 우연한 기회에 우리 처지를 딱히 여기신 대리점 사장님을 통해 은둔 고수를 소개받았다. 


"젊은이들 해달라는 거 할수 있는 사람이 한명 있긴 한데.. 찾아가봐. 근데 외국물을 먹어서인지 까칠해~ 아주"

"사장님 감사합니다. 어떻게 연락처라도..."


"자네들 뭐 나한테는 연락하고 찾아왔나? 그냥 가봐. 주소 줄게."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로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