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몸쓰 일상]#4 아직도 스프링 침대 쓰세요?

이제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요?

슬라운드 (SLOUND)

내 침대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유치원 입학할 즈음인 것 같다. 스프링 침대의 탄성이 재밌어서 방방 뛰다가 옆으로 떨어져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더 서러웠다. 나이가 들고 머리가 커가면서도 내 방의 침대는 언제나 스프링이었다. 심지어 결혼할 때도 아무 고민 없이 스프링 침대를 선택했다. 그만큼 내 삶은 스프링 침대에 익숙했고 다른 소재는 있는줄도 몰랐다. 


시몬스 유튜브 캡쳐

실제로 상담하는 고객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평생을 스프링 침대만 쓰고 살았고, 라돈 사태가 터진 후에야 침대에 대해 깊게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들 말이다. 통계적으로 따져봤을때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침대 구매액의 90%가 스프링 매트리스였다고 하니 나와 같은 2030세대나 윗세대들에겐 침대하면 에이스요, 편안함 하면 시몬스가 무조건 반사처럼 튀어나오는 것이다. 


스프링 침대는 나름의 감성이 있다. 오래된 침대를 올라갈 때 나는 삐걱삐걱 소리, 걸터 앉을 때 체중을 실어 뛰듯이 앉으면 몸에 전해지는 탄성, 옆사람의 뒤척임에 새벽에 슬쩍 떠지던 눈. 딱히 잠자리의 편안함을 추구한 적이 없던 지난 침대 생활은 돌아보면 참 불편하고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스프링 침대가 주던 빈티지한 맛이 썩 싫진 않았다. 다만 빈티지 감성으로 채워질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는 있었지만.


어릴때부터 난 먼지 알레르기를 심하게 앓았다. 비염, 결막염이 동시에 올라오고 오래된 침구를 사용하거나 더러운 매트리스에서 자면 목구멍까지 부어서 꼬박 하루를 고생하곤 했다. 대학때 생명공학을 전공하면서 미생물에 대해 배우다보니 내 알레르기가 왜 발생하는지도 알게 됐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전이고 다음은 집먼지 진드기였다. 


이 친구들이 똥을 싼다

유전이야 다시 태어 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지만 집먼지 진드기는 청소하고 햇볕에 침구를 말리기만 해도 대부분 사라진다. 문제는 침대였다. 매트리스를 통째로 들고 나가서 햇빛샤워를 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불빨래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베개 커버를 계속 바꿔도 강도만 약해질 뿐 알레르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더 기분 나쁜 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게 집먼지 진드기 자체가 아니라 녀석들의 똥에 묻은 소화액 때문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매일 진드기의 똥을 들이켜며 살아갔다는 뜻이니까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의 알레르기나 아토피 때문에 고민을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도 침구는 햇빛에 내다 말리고 털고 세탁하고 하지만 매트리스는 방법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소리를 자주 하더라. 그럴땐 넌지시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용하냐고 물어보면 거의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국내 침대 사용자들의 대부분이 스프링 매트리스 유저인 것도 있지만 굳이 저걸 물어보는 건 영업을 위해서는 아니다. 


집먼지 진드기에 대해서 공부하다보니 녀석들이 스프링 매트리스에서 가장 활발히 서식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곤 하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는 고객의 반응을 보는 건 덤이지만 아무튼 아이가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심하다면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건 좋지 않다. 스프링 사이의 빈 공간에 진드기가 엄청나게 서식하기 때문이다. 녀석들 입장에선 천국이나 다름 없으니까. 그래서 스프링처럼 속이 텅텅 빈 침대보단 속이 꽉찬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쓰는 게 아이의 아토피나 알레르기엔 더 좋다. 


시대가 변하고 매트리스의 대세도 변하고 있다. 확실히 고객들과 상담을 진행해봐도 스프링 매트리스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만해도 언제부턴가 옆으로 누워 잘 때 어깨가 자주 아파서 조금 더 푹신한 매트리스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으니까. 아무리 스프링 매트리스가 발전해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소재 특유의 사용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옛날 먼 옛날의 매트리스

인류가 매트리스를 처음 개발한 건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18세기 후반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철로된 침대 프레임과 솜을 채워 넣은 매트리스를 사용했지만 1865년, 스프링 매트리스가 개발되면서 인류의 잠자리 역시 변화해 왔다. 1900년대에는 포켓 스프링과 라텍스 매트리스가 탄생해 또 한 번 수면 환경을 혁신했고, 오늘날에 이르러선 NASA가 개발한 메모리폼이 대중화 되어 매트리스 시장에 커다란 지각 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템포 느리지만 국내에도 똑같이 반영된다. 국내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1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며 매년 스프링 매트리스의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음식이나 운동 뿐만 아니라 질 좋은 잠에 관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떤 매트리스가 더 우월한지를 떠나서 인류의 침실은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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