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말 잘하는 프로또박이 되기(2)-응용편

이럴 땐 이렇게 또박또박 해보도록 하자(일부 웃자고 하는 소리 포함)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 / 박창선

이곳에 들어오신 여러분은 지금 크게 3가지 상태 중 하나일 듯 합니다.


1. 영 내가 말주변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경우

2. 회사의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경우

3. 뭔가 이 놈이 뭐라 써놨나 궁금해서 들어오신 경우


어떤 경우든 상관없이 프로또박이에 대한 열망은 매한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뭔갈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고대 알타미라 동굴시절부터 이어져 온 본능이니까요. 1번 케이스로 들어오신 분은 여러가지 사례 중에 한 두가지 정도 얻어가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은 잘 짜여진 백화점 명품관 같은 느낌보단 지하1층 특설 할인매대와 같은 느낌인지라 구석탱이를 잘 뒤져봐야 맘에 드는 100사이즈 옷을 찾을 수 있습니다. 2번케이스로 들어오신 분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글을 그에게 공유한다고 한 들 그는 본인의 이야기인줄 모를 것입니다. 내면의 울분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입니다. 

이렇게 오신 분들이면 환영.

3번의 케이스라면 반갑습니다. 아마 오늘 같은 빨간 날, 브런치에 들어오셔서 이런 글을 읽으신다면 극도로 심심하셨거나 아니면 저처럼 한적한 서울거리를 누비며 명절론리네스를 달래고 계시는 분일거라고 (맘대로) 생각하겠습니다.


지난 기초편에서 3가지 사례로 또박이의 다시마육수를 만들어보았다면 오늘은 이것저것 첨가해서 프로또박이로의 거친 발자국을 내딛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격조사를 또박또박 말해보자.


전, 우린, 그건, 저건 ...


와 같이 보통 주격조사 '은는이가'를 축약시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음의 편의와 효율을 위해서죠. 근데 이 주격조사를 살려서 또박또박 말하면 굉장히 꼬장꼬장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왠지 입으로 내는 육성인데도 마침표가 딱딱 들어가 있는 느낌이랄까요.


'저.는.다.르.게.생.각.합.니.다'

원래 조사를 축약시킬 때는 다음 어절과의 부드럽게 연결하기 위함인데, 반대로 조사를 살렸다는 얘기는 그 연결고리를 톡! 끊는 느낌이거든요. 자연스럽게 띄어읽기가 생긴달까요.


"저는." 이라고 말하고 2초정도 뭔가 생각하는 척하다가 얘기하면 뭔가 또박이느낌이 생기는 듯 합니다. 꼭 주격조사뿐 아니라, 을/를 등의 목적격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당.


엄.마. '가'



2. 서술어 콕 찝어 말해주기


"그럼 제작파트는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까?"
"제가 할께요."


보통은 위와 같이 얘기하기 마련이예요. 하지만 종종 왠지 꿀리기 싫거나 고렙또박이느낌을 잔뜩 주어야 하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죠. 특히 뭔가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업무적 미팅이나 비딩이나 꼬장꼬장한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해야할 경우 말이예요. 이럴 땐 Do 느낌말고, 정확한 서술어를 찝어봅시다. 


"제가 진행하겠습니다."

라고 말이예요. 뭐 사실 이렇게 말한다고 아무도 신경안쓰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이 때 안경테를 사카모토 안경테를 살짝 잡아주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대답하면 더욱 냉정하고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응?)

정확한 서술어. "세울 것이다."



3. '왜냐하면' 쓰기


가끔 어떤 주장에 대한 이유를 별다른 구분없이 주루룩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 대부분이 그렇죠.


"저는 김치찌개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벌써 98일 째 국밥 먹었잖아요."


이런 식이랄까요? 그런데 저 중간에 '왜냐하면' 을 넣어보아요. 


"저는 김치찌개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벌써 98일 째 국밥 먹었잖아요."


 뭔가 주장과 근거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느낌이죠? 보통 구어체말고 문어체로 말하면 굉장히 또박해보이는 데 너무 재수없는 문어체말고, 저 정도의 접속부사를 넣어주는 정도는 말의 파트를 정확하게 나눌 수 있어요. 핫토리 한조의 검을 발도로 잡고 자른 듯한 파트의 절단면에 상대방의 오금이 이미 떨리고 있을 거예요.



4. 비유해서 예를 들어보자.


적절한 비유는 무릎을 탁치고 아이엠그라운드를 연발하게 만들죠. 예를 들어 팀장님이

"아니 보통 마케터들은 디자인도 기본적으로 하지 않나? 학교에서 다 배우잖아."

라고 언급하신다면

"그럼 팀장님은 앞으로 감기걸렸을 때 정형외과 가셔서 보통 의대에서 다 배우지 않나? 라고 말하도록 하세요."

라고 유쾌하게 받아쳐드리면 아하! 그렇구나라는 신묘한 깨달음을 얻으시곤 발할라로 승천하실 거예요. (물론 같이 승천할 수도 있어요.)



5. 아니오. 하기


'자네 이거 할 줄 아나?'

'아니오.'


아니오

물론 이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예전엔 '네, 일단 제가 해보겠습니다!' 를 달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회사생활의 기본이고 예의라고 생각했죠. 못하면 군생활 끝나냐는 고대의 정언명령을 2년 내내 배운 저로써는 일단 까라면 까고보는 투철한 사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람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고, 잘하는 사람은 항상 개털리기만 해요. 적절한 보상이나 인정이란 건 사실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아니오'를 익히는 게 더 낫다는 쪽이예요.


특히 아니오. 를 외칠 때는 아주 정확하고 냉정하게 외치도록 하세요. 마지막에 '-오' 자가 정확하게 들리도록 말이예요.



6. 에. 말고 네.


예와 네 사이엔 '에' 가 있어요. 뭔가 대답할 때 에. 에. 에. 에 거리는 분들이 있는데, '에'는 복화술에서 쓰이는 대답소리예요. 우리는 혀와 하악골이 발달되어 있는 구강구조를 정상적으로 지니고 있으므로 혀를 윗니 뒷쪽에 정확하게 붙이고 '네!' 라고 대답하도록 해요.



7. 한 문장은 10단어 이내로 짜르세요.


문장이 길어지면 제 아무리 달변가라도 엉망진창이 되버리고 말아요. 특히 우리나라 말은 서술어가 뒤에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수식표현이 풍부해요. 말이 길어지면 듣는 사람 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도 내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수 있죠.



8. 그럼 이렇게 해보시죠. 

이건 어떨까?!

이건 앞서 기초편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말의 시작엔 마블 인트로 영상같이 듣기만 해도 설레는 테마를 깔아주는게 좋아요. 일단 뭔갈 주장하거나 말하기에 앞서, 책을 탁 칠 필요까진 없고 그냥 가벼운 제스쳐와 함께


'그럼 우리 이렇게 해볼까요?'

'이쯤에서 정리를 한 번 해볼께요.'

'잠시만요, 그 부분 다시 설명해주시겠어요?'

'일단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다시 확인해볼께요.'


등등 한참 얘기하다보면 원래 매출증대계획으로 시작한 회의주제가 오늘 점심 뭐먹지로 자꾸 변해가기 때문에 중간에 누군가가 계속 방향을 잡아줘야 해요. 이 때 당신이 양치기 개 콜리로 빙의해서 목장을 달리는 거예요. 저런 정리멘트만 탁탁 쳐줘도 회의의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어요. 물론 이렇게 프로또박이가 되다보면 가끔 회의록을 정리하라거나 그럼 니가 맡아라...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땐 5번 '아니오'를 기억하세요.



9. 오랫만입니다. 잘지내셨어요? 하기


전 직업특성상 미팅을 겁나 많이 다니는데, 참으로 다양한 분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첫인상은 인사와 악수에서 결정되는 듯 해요. 특히 인사할 때 뒤통수 긁적이면서 3번척추가 부러진 느낌으로 구부정한 분들은 뭔가 흐음....하게 보게되요. 인삿말을 흐리흐리하게


'아녕ㅎㅅ...ㅇ.'


 라고 발음하시는 분도 마찬가지예요. 악수는 케바케에요. 손에 땀이 많으신 분은 손가락만 수줍게 잡으시곤 해요. 그건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다한증이 아닌데도 흘린 커피 닦은 휴지조각 잡듯 스리슬쩍 악수하는 경우에도 흐음 스러워요. 뭔가 경계심을 대놓고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뭐... 하지만 악수는 스킨쉽의 문제니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하긴 해요. 그러나 손잡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면 악수는 꼭 쥐고 안녕안녕 하듯 하도록 합시다. 서로가 '난 무기가 없으니 널 해치지 않아' 라는 표시로 시작된 것이 악수인데, 손에 미니 글록권총이라도 쥔 듯한 제스쳐라면 저도 할 수 없이 가방에서 M4를 꺼낼 수 밖에요..



10. 또박이의 생명은 침묵!


이..이자식 연습한게 분명해!!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이는 노래방법칙과도 일맥상통해요. 내내 남의 노래들으면서 박수만 치며 부처님미소만 짓고 있는 저 구석에 남자아이에게 '노래 한번 불러줘요!' 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 녀석은 쿨하게 손을 내저으며 아냐아냐 난 듣기만 할께. 라고 한 쪽 입꼬리를 올려요. 그러다 마지못해 고른 노래가 엠씨더맥수의 '어디에도' 였어요. 그리곤 1절만 딱 겁나 잘부르곤 끄는 거예요. 그리곤 다신 노랠 부르지 않는거죠. 전 알고 있어요. 사실 저 녀석 동노에서 3개월 내내 저것만 연습했을 거예요.


예전엔 침묵이 금이라고 했어요. 물론 그건 바보같은 소리예요. 침묵은 그냥 침묵일 뿐이예요. 침묵 후에 내뱉은 한 마디가 금이죠. 침묵은 에너지와 같아요. 점점 쌓여있는 거죠. 표현이 많아지면 일관성이 없어지고 색이 흐려지는 것은 당연해요. 다들 열심히 떠들고 있을 때 카만히 듣고 있다가, 발표차례가 오거나 소위 귀신이 지나갔다고 하는 급작스런 침묵의 시간이 오면 8번카드를 꺼내서 터뜨려요. 


물론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진 상태일 수 있으니, 잘 정리해놓고 있도록 해요. 침묵과 멍때림은 다르니까요.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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