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를 깎아보았다.(feat.애프터모멘트)

오만년만에 내 브랜드를 손대보기로 하였다. 넘나 어려워...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 / 박창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자기꺼 만드는 거예요.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건데 회사소개서든 제안서든 뭐든 남에게 맡기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내가 만들면 굉장히 굉장한 걸 만들 수도 있겠지만, 도대체 그 굉장한 게 언제 만들어질 지 모르니 문제죠.


어제 만든거 오늘보면 막 쓰레기같고 버리고싶고... 어제의 나는 환형동물같고 막 그렇거든요.


그래서 저도 도무지 지금까지 제 새끼. 애프터모멘트를 손도 못대고 있었습니다. 아니 명색이 제가 디자인을 하고 브랜드 어쩌고 하면서 이것저것 뚝딱이똑딱이 만들어내고 있잖습니까. 근데 정작 제 제안서는 어디 길가에 구르는 잎파리 뭉치와 다름이 없더라구요.


시간없는 건 둘째치고 아무리 만들어도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 영속의 굴레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었지요. 이대로 가다간 백골이 되어 관속에서나 완성하겠구나 싶어서... 조금 여유있던 6월에 뚝딱뚝딱 손을 대보기로 했습니다. 



애프터모멘트는 '정리' 를 최우선 목표로 합니다!


그러니 깔끔하고 챡 정리된 느낌의 디자인이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너무 칼같이 냉철한 느낌은 싫더라구요. 제가 그런 성격도 못되는 데다가 그렇게 막 엄청 전문적으로 보이는 게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서, 색을 좀 부들부들하게 써보고 싶었어요.


대신 딱 두개만 쓰쟈!!~~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 두 개를 정하기 위해 굉장히 고민이 많았답니다. 전 개인적으로 보라색을 좋아해서 어떻게해서든 보라색을 넣고싶었어요. 일단 보라색을 넣고 의미를 부여해보쟈!! 싶었죠. 이빨을 까보자는 거죠. 그래서 기어코 보라색을 넣어버렸습니다. 보라색을 넣은 이유는, 제가 좋아해서예요. 


이보다 더 명확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하하하하ㅏㅎ하ㅏ하하하하하하하하하....(브랜드철학 그런 거 없..)


나머지 한 색은 보라색과 좀 대조되는 색이면서 충돌하지 않아야 하고, 예쁜 색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제가 하는 일은 브랜드를 오물조물 잘 정리해서 필요한 것만 보여주는 일이예요. 그렇게 쏙 뽑힌 것들이 나와 너와 지구인의 마음에 스르르륵 녹아들면서 퍼져나가길 원하죠! 그래서 뭔가 아이스크림 녹은 느낌?..내지는 잉크가 퍼지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색도 발산속성의 색이면 좋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노란색이 채택!!



이렇게 색이 구성되었는데, 아무리봐도 자색고구마 같아. 자색고구마라고!!!!!!


자색고구마다아아아아아!!!
아놔..완벽히 오사쯔잖아.................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어요. 저 이상 다른 색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생각할 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당. 


패턴은 자색고.. 아니.. 저 노란색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몰캉몰캉함을 살려서 만들었어요.


이렇게 몰랑몰랑 액괴 주물거리듯 흘러내리는 패턴을 써보았죠. 이게 과연 이쁠까 싶었는데, 은근히 괜찮더라구요. 대비가 강한 색이라서 뭔가 눈에도 잘띄는 듯 싶었구요.


이제 로고를 좀 손대보았어요. 사실 제 로고는 별게 없어요. 애프터모멘트의 A와 크리에이티브랩와 마침표를 형상화한거예요. 마침표의 의미는 뭐 다들 아시다시피 '내 선에서 끝냅시다.' 라는 뜻이죠. 미팅다녀보면 대표님들이 다들 어디선가 멘탈과 비용을 털려서 굉장히 시무룩하시더라구요. 이제 고민말고 내가 마무리 지어드릴께요!!~~라는 거만한 메시지죠. 다른 의미론 이리저리 고민 끝! 저에게 오세용~~ 이라는 졸라 유혹의 손길같은 것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렇게 간단하게 A+마침표로 형상화했어요. 마침표부분을 C로 쪼갠건 '크리에이티브랩' 이라는 부속명칭때문에 그래요. 사실 너무 길다라는 느낌을 받아요. 저놈의 크리에이티브랩은 처음에 왜 붙였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아마 저 땐 마냥 디자인만 하고싶진 않았나봐요. 그래서 디자인에이전시나 뭐 그런 말을 붙이고싶지 않았던거죠. 창의적인 콘텐츠면 다 만들꼬야!!라는 의지가 있었달까요. 


뭐 덕분에 지금은 글도 쓰고 곧 유튜브도 생각중이고 이래저래 확장할 생각을 하고있긴 합니당 :) 다만 회사이름이 겁나 길어서 맨날 클라이언트님들이 힘들어해. 사실 저도 풀네임 부르기가 좀 힘들더라구요. 가끔 소개할 때 입꼬이고.. 애픝어모멘트 크리이에뷥탭.........


그냥 애프터모멘트라고 합시당.


컬러는 메인컬러 자색고구마와, 노란색에 어울리는 두 컬러를 조합해서 총 4개로 구성해보았어요. 종종 포인트로 쓰기도 하고 조합컬러로 쓸 것 같아요. 근데 지금까진 쓸 일이 없어요. 그냥 비상용으로 만들어놓은 거예요.



이렇게 자기만족을 위한 브랜드가이드를 뚝딱뚝딱 만들어보았어요. 이제 제가 만든 이걸 제가 지켜야해요. 겁나 귀찮더라구요. 브랜드가이드를 지킨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 귀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 만들어놓으면 나름의 기준이 있어서 맘대로 쓸 때마다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게 좋은건가?..)


목업도 만들어봤어요. 만들고보니 괜찮드라구요. 그래서 난 언제 저런 앱도 만들고 굿즈도 만드냐...돈이 없어. 얼른 굿즈 제작해서 막 굿즈도 팔고싶은데...... 저런 지우개..저런 명함..저런 앱 봐봐요. 얼마나 저 깔끔하고..저런거 다 만들어서 온 지구에 저렇게 깔고싶다. 


저런 다이어리도 막 만들고싶고 만년필도 만들고싶고 그렇다구요. 일단 전세자금을 모은 후 돈이 남으면 여행도 좀 다녀오고...아이맥프로도 좀 사고..그리고도 남으면 다이어리제작을 해봅시다.(47억년 후쯤..)




이렇게 브랜드정리를 하고나니 이제 웹도 손대야 하고... 서류들도 손대야 하고, 리플렛도 제작해야 하고.... 그렇더라구요. 일이란 게 참 그래요. 뭐 하나 벌리면 뒤따라 오는 일들이 오백만가지야. 아기오기마냥 졸졸졸졸 따라와선 엉덩이를 깨물고 절대 놔주지 않죠. 이제 한마리한마리씩 좀 처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 제 브랜드를 제작하면서 굉장히 3자입장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가 미팅할 때 하는 질문들을 녹음해서 틀어놓고 혼자 대화도 해봤다니까요. 누가보면 완전히 자아분열스럽달까.... 생각보다 저도 제 브랜드를 그냥 마구 다루고 있었더라구요. 로고ai 하나 놔두고 그냥 막 아무렇게나 쓰고있었달까...


지금부터라도 반성하고 귀찮아죽겠지만 제 브랜드가이드를 잘 지켜서 써보려구 합니당.



 저는 사실 브랜드쪽으로 업력이 오래된 것도 아니고, 비전공출신인지라 디자인퀄리티가 엄청나다고 얘기하긴 어려워요. 훨씬 레퍼런스 좋은 업체들도 많구요. 아무래도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디자이너님들과 함께 일하긴 해도 1인기업의 특성상 일을 쳐내는 속도라는 게 한계가 있거든요. 게다가 프로젝트를 취향대로 받는 내맘대로 성향때문에 여기저기 제가 맘에 드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일하고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에 브랜드가이드만들면서도 느낀 거지만... 이게 얼마나 '일' 인지 아주 잘 알고있답니다. 그래서 무작정 예쁘고 멋진걸 우르르 만들어서 PSD 던져놓고 안녕!!! 하고싶진 않아요. 브랜딩이 내부직원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되지 않도록 '일'을 생각하는 브랜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브랜드란 건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라서, 사람이 지치면 그때부터 흔들거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이러면 안된다고!

그래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브랜드를 구축하려고 꽤나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맥락!!..맥락없이 예쁜건 그냥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해요. 브랜드는 그냥 책상에 세워놓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놈의 맥락을 찾고 연결시키기 위해서 클라이언트 님을 집요하게 괴롭힐 거예요. 계속 물어보고 계속 귀찮게 할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그리고 말도 안되는 소리하시면 눈을 지그시 감고 '놉!' 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을거예요!!




예쁘게 리뉴얼한만큼 나머지도 하나하나 손대면서 열심히 일을 해보겠습니다. :)
돈도 많이벌고싶다....아이고 마음의 소리를 적어버렸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로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