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 적응기#1 「일 오타쿠」

'오타쿠 문화'와 '일'의 절묘한 조화

Fuller / 김준범

밋밋한 얼굴, 게슴츠레한 눈, 촌스런 의상,

전~혀 '강함'이 느껴지지 않는 모양새지만,

너무 강해서 모든 적을 원펀치에 쓰러트리는 것이 고민인

반전 매력 캐릭터 원펀맨(One Punch Man)


원래 만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일본어 공부 좀 재미있게 해볼까 시청한 것이..

하루 만에 애니메이션 전편을 다 봐버렸다.

페이스 북 등에서 워낙 빈번하게 접해본지라 이미 익숙한,

'나는 취미로 히어로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를 자기소개로 하는 이 캐릭터는

 '최강이 되기 위해',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히어로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에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고,

그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최강'으로 자리 잡는다.





일본에서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많은 친구들이 물어본다.

일본, 일하는 것은 어때? 한국이랑 많이 다른가?


그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이 사람들.. 일을 오타쿠처럼 해"

(오타쿠[otaku, 御宅]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_두산백과)


순화해서 말하자면, 일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오타쿠처럼 집요하게, 진심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래뵈도 우리 회사 CTO[최고기술경영자]가 업무에 매진하는 모습 ...


 학교를 자퇴하고 회사를 다니는, 덕(?)이 충만하게 느껴지는 이 자리의 주인공은

직접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을 시작으로

실험을 하다가, 뚝딱뚝딱 뭘 만들다가,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일인지 취미인지 뭔지 모르는 것들을 진심으로 즐긴다.

주중 주말에 관계없이 자리에 있는 이 동료는

항상 뭔가 엄청나게 즐거운 것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음원 차트 10위 안에 랭크될 정도로 실력도 갖춘) 음악을 업으로 하던 뮤지션인데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글을 작성하면서, 틈틈이 피아노 연습도 하고
음악에도 일에도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동료도 있으며,


아이폰이고 뭐고 뜯었다 조립했다를 반복하고 분석하는 영업팀 동료,


위층에 마련돼있는 레이저 커팅기로 무언가를 항상 만들어오는 개발자 동료,


등등 등등 등등 등

,

,

뭐 하나 캐릭터가 없는 동료들이 없다.




한국의 많은 이들이 꿈꾸는 직장은

'일과 삶의 완벽한 분리'

일은 일이고, 취미는 취미고, 삶은 삶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일본 동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저게 일인지 취미인지, 취미인지 일인지

회사인지, 술집인지, 놀이터인지, 수면방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들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동료가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를 둘러싼 '연결들'은 긴밀해질 거야

그리고 그 '연결들' 중 하나는 바로 회사(일)와 나의 연결이겠지"


"우리는 벌써 어디서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몇 년이 지나면,

업무 관련 연락들이 때때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이 안되면 스마트 워치로, 스마트 워치가 안되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구로, 침대로, TV로, 혹은 몸속 센서로

나와의 연결을 시도할지 몰라"


"그렇기 때문에 점점 일과 나를 완전히 분리한다는 것은 어려워지겠지


그래서 미래에는

'이건 일이야', '이건 내 삶이야'라는 경계가 명확한 사람보다는

그사이를 오가며 모두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할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래서일까

나도 어느 센가부터

그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도 취미로 히어로(일)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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