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함께읽기]낑깡의 밀레니얼 연구 합류기 

 밀레니얼을 연구하다 / 진저티프로젝트

진저티프로젝트

진저티프로젝트는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동그라미재단의 지원을 받아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잡지 형태로 발간된 결과보고서인  매거진M(클릭)을 함께 읽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가
앞으로 4회에 걸쳐 다음의 내용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1.밀레니얼에게 재미란? 내 속에서 에너지가 생겨나는 것 (5ME - Entertain ME)
2.밀레니얼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 (밀레니얼의 공익활동 트렌드)
3.밀레니얼 연구, 워크샵을 읽다 (5C)
4.밀레니얼 온라인 설문 폭주의 추억 – 이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번째 글에 앞서 프롤로그로 낑깡의 밀레니얼 연구 합류기를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낑깡입니다. 진저티프로젝트(이하 진저티)에 올해 1월 입사한 (중고)신입직원이지요. 작년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던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이하 밀레니얼 연구)에 대한 글을 작성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4주 동안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좀 더 편하게 쓰기 위해 일기처럼 글을 써보았습니다. 그럼,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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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코드네임은 낑깡.
밀레니얼 연구 설문을 홍보하던 페이스북 포스트에서 김귤 옆에 무표정으로 존재감 없던 금귤이 바로나다.

                                    <밀레니얼 연구 설문 홍보 콘텐츠 중>

요즘 젊은 것들-밀레니얼 세대가 어떻게 공익활동을 하는지 궁금해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진행한 연구(이하 밀레니얼 연구).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전 직장동료이자 나보다 3개월 먼저 회사 탈출에 성공한김귤님이 연구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김귤님은 퇴사를 한 이후에도 나와 (주로 회사 뒷담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곤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꼭꼭 만났는데, 이 때 김귤님은 늘 밥을 먹고나서 가방에서 무언가주섬주섬 꺼내 밀레니얼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설문지 버전 10이 나올 때까지 중간 중간 테스터도 하고 김귤님이 만난 재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리액션은 ‘우와~’였지만 한 편으로는 ‘나는 왜 그렇게 못하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리기업에서의 짧지만 강력한 경험, 그리고나서비영리단체에서의 3년을 겨우겨우 채워가며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아주 상세하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는 3년의 이야기를 3시간, 3일, 3개월에 걸쳐 이야기 할 자신이 있다.)

내가 연구에 참여하게 된 운명적인 그날. 나는 김귤님과 저녁을 먹기로 했었다. 김귤님은 동그라미재단분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고, 나는 김귤님을 기다리며 동그라미재단 코워킹스페이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회의 이후 나는 매우 우연히 쭐레쭐레 진저티의 회의에 들어갔다. 그것이 나와 밀레니얼프로젝트가 직접적으로 만난 순간이었다. 나는 온라인 설문 홍보를 맡게 되었고, 보고서 디자인까지 하게되었다. 연구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으셨던 주은팀장님이 “낑깡님, 보고서 디자인할 줄 아세요?” 라고물어봤을 때만 해도 우리 모두는 간단히 인포그래픽 몇 개 정도만 들어가는 보고서를 생각했었는데.

             <왼쪽: 스누피우유의 효과 (출처: 인터넷 검색)  /  오른쪽: 내가 마신 스누피우유>

카페인에 매우 약한 내가 스누피 커피우유를 원샷하고 과라나 성분이 든 졸음껌을 씹어가며 디자인한‘매거진M’. 편집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을 따라가기에는 까마득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첫 잡지가 매우 자랑스러웠다. 얼마 전 2쇄를 찍을 정도로 반응도 굉장히 뜨거웠으며(라고 생각한다) 2쇄를찍는 김에 좀 더 보기 쉽게 디자인을 다시 해보고 싶어 몇날며칠을 보고서와 씨름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실제 보고서에 글을 쓴 연구진보다 글을 많이 읽어보고 내용을 이해했을것이라는 진저티 내부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했던 인사이더이자 그렇다고 해서 모든절차에 함께하지는 않았던 아웃사이더로서 보고서를 읽는 방법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내가 느낀 밀레니얼 연구는 어땠는지, 진저티에서 지금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책(The Practice of Adaptive Leadership)에서 감명받은 부분을 패러디 해서 전하고 싶다.


                             "우리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지만
               막막한 현실에 갇혀있는 당신을 생각하며 이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에게 보내온 반짝이는 빛에
                                  눈물을 반짝이며 글을 정리했다."

                    "우리는 당신 안의 반짝거림이 은하수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매거진M을 만들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두에게 전해주고 싶은 보고서

매거진M의 컨셉을 정할 때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많았다. 그렇게 결정된 컨셉은 ‘별’. 네 안에 반짝이는 별이 있고, 이런 우리가 모여 은하수가 된다는 그 말에 울컥했다. 저 멀리서 열심히 노력해 빛을 내고 있는 나를 천체망원경으로 발견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별 하나가 아닌 여러 별과 함께 큰 별자리를 만들어 나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일깨워 준 연구.

기성세대의 현실 1도 모르는 위로에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냐’라며 온갖 힐링도서를 비웃었던 나에게 이 보고서는 굉장히 새로웠다. 내 자신에게서도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 라는 말을 듣기는 얼마나 어려웠던가. 끊임없이 노력하거나 노력하다 탈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두 갈래 길에서, 내가 서 있는 방향에 앞길을 비춰주고 그 길을 걸어가라고 내 등을 밀어주는 것만 같았다.

보고서가  나오고 나서, 나는 친구들을 만날 날을 기다린다. 가성비 좋다는 밥집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각자의 직장생활이 얼마나 고되고 연애가 위기에 놓여있는지 돌아가며 위로해주는 밀레니얼들에게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밑도 끝도 없는 위로보다는 보고서를 전해주며 네 안에 있는 반짝임이 얼마나 귀중한 지 알고 있냐고 말해주고 싶어서.

또 나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윗세대 분들에게도 이 보고서를 전해드리고 싶다. 작년 학교 앞에서 점심을 함께 했을 때 ‘요즘 아이들’과 나는 무척 다르다며 고민하셨던 교수님이라면 우리 세대의 장점을 최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안전한 실험실을 만들어주실 것 같아서다.



밀레니얼 한 사람의 기록


나는 이 연구가 참 소중하고 고맙다. 우리 세대를 일컫는 말은 왜이리 다 부정적이고 미래가 없어보일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에 이제는 조금 구식인 ‘N포세대’에, 서점에 있는 책도 ‘한국이 싫어서’, 유행어는 ‘헬조선’, 우리의 꿈은 ‘탈조선’. 방청소를 딱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방을 치우라고 하면 방을 치울 마음이 싹 가시는 것과 비슷하게, 안 그래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돈도 없고, 취업도 못하고, 결혼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다 보면 희망을 가지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세대인가 싶었다.  

나는 퇴사를 결심하고서는 한국에 미련이 없었다. 영리기관에서는 이익 추구라는 목적 아래 회사의 맷돌과 태엽에 가차없이 갈려가는 내 모습이 싫었고,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비영리기관은 나의 이상과 달랐다. 이럴거면 돈이라도 많이 벌자라고 생각해 외국행을 결심하고 프리랜서로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다 밀레니얼 연구를 만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연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싱가폴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취업을 하기 위해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전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며 자괴감과 답답함을 느끼는 시간이 더 많았다. 회사 사람들과의 갈등, 클라이언트의 갑질보다 이런 나의 내면속에 있는 여러 생각들이 나를 더 힘들게했다. '이렇게 살아봤자 무슨 의미가 있지. 내 삶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그래서 나는 많은 밤 동안 잠시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사무실을 나와 광화문 거리를 혼자 질주했다. 다음 편인 <퇴사>에서 더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웹툰 <미생>을 비롯해 답답한 내 마음을 쏟았던 콘텐츠 중 하나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였다. 얼마전 우연히 다시 책으로 읽게 되었는데 이 말이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다. 내가 밀레니얼 연구를 만났을 때 느낀 점이었고, 또 연구 과정을 돌아보며 글을 남기는 것도 이러한 마음일 것이어서, 그리고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힘을 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지방시(지방대 시간강사의 줄임말)는 고발이나 투정이라기보다, 내 세대성의 기록이다.
<미생>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모두 기성세대 주도의 ‘힐링’이었다.
정작 내 세대는 온전히 아픔을 감내해왔고, ‘힘들다’ 말할 기회를 갖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대학뿐 아니라 사회 어디에도 지방시는 있다.
내가 기록한 아카데미의 청춘이 내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길 바랐고,
더불어 그들을 위로할 수 있길 바라갔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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