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음악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여성 신예 지휘자, 진솔

더팀스 편집팀 / 2017-10-10

플래직 - 게임 음악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여성 신예 지휘자, 진솔 팀터뷰 사진  (더팀스 제공)

플래직 - 게임 음악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여성 신예 지휘자, 진솔 팀터뷰 사진 1 (더팀스 제공)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는 도전의 아이콘이다. 피겨 불모지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는 신화를 썼기 때문이다. 음악 시장에도 불모지가 꽤 많이 존재한다. 그 중 여성 지휘자 영역도 국내외에서 음악의 불모지로 통한다. 지휘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난 지 한 세기도 채 되지 않았다.

 

장한나, 성시연, 여자경 등 굵직한 국내 여성 지휘자의 뒤를 잇는 여성 지휘자 진솔을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났다. 차분한 입매에서 단호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감기에 걸려 녹음하는 오디오를 걱정했지만, 목소리는 단정한 음색이었다. 음악인이라 느끼는 소리에 대한 예민함 같았다.

 

 

지휘자 진솔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 여성도 지휘자로 도약할 수 있는 대열에 운 좋게 합류했다”며 “한국의 몇 안 되는 여성 지휘자 중 한 명”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음대 교수인 진솔의 부모는 그녀가 지휘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여성 지휘자의 냉혹한 현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느 부모처럼 힘든 길을 가겠다는 딸을 만류했다. 진솔은 그 반대에 더 의지가 확고해졌고 급기야 집을 나가 몰래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그렇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휘자의 꿈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의 도제식 교육은 한국 음악 시장을 지탱해온 원동력이지만 이제는 변화돼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은 음악인들, 특히 저희 세대는 꿈이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음악의 미래가 없는 거나 다름없죠. 그런 환경에서 제가 대학교에 입학한 것은 도제식이 아니어도 음악인의 길을 갈 수 있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를 보여준 것입니다. 저 스스로도 그런 면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계기였고요.”

 

그럼에도 현실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도제식 교육을 받은 동기들 틈에서 빡빡한 학교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줄곧 부진한 성적을 받던 어느 날 “너도 장학금 한 번 받아봐”라는 친구의 한 마디가 그녀의 머리를 내리 쳤다. 항상 기존의 제도권을 비판하기만 했지, 이 세계의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에 맞춰 눈높이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부터 학교 생활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고, 학점 4.1 (4.3만점)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그 후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제 주장에도 힘을 실을 수 있었죠.”

플래직 - 게임 음악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여성 신예 지휘자, 진솔 팀터뷰 사진 3 (더팀스 제공)

 

이후 진솔은 독일 만하임 국립 음악대학원 지휘과를 졸업해 국내의 대구MBC교향악단, 세종국악심포니오케스트, 경기필하모닉, 모스틀리 필하모닉, 국립합창단 지휘를 거치며 베토벤 프로젝트, 말러리안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재해석하고 있다. 또한 주목받는 신예답게 음악의 범위를 정통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 진솔은 게임 OST 공연 및 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클래식 콘텐츠 플랫폼 플래직을 창업했다. 유동적인 오케스트라 팀 인원을 제외하면 십여 명의 구성원이 플래직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이 크게 발달했음에도 게임 음악은 오히려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에서 공급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도 양질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그런 인재들과 국내 게임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저와 플래직 동료들 모두 게임 덕후이기도 하고요. (웃음.)”

 

그녀가 게임 음악 스타트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신선한 도전이라 평가했다. 특히 클래식 전공 후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그 누구보다 알고 있는 교수들은 그녀의 도전을 응원하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서 25인조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색다른 게임 음악 공연을 선보인 후 국내의 유수 게임사로부터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홍대 부근 한 카페에서 진행한 지휘자 진솔과의 팀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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