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피드

아는만큼 들린다

똑같은 말, 다른 해석

하진수 / 18. 12. 22. 오후 9:11


최근 본 SF영화 컨택트는 난해하면서도 매우 신선했다.


이 영화는 시간과 언어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외계인'을 통해 전달한 꽤 새로운 방식의 영화였고, 최근 고민하고 있던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내겐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주변에 '외계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자기 방식대로 하고, 서로의 말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그런 경우, 외계인으로 의심해봐도 될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 것이다.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이고,

'그 분'이 생각났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미쓰커뮤니케이션

오랜 조직생활에서 실제 경험했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동일하게 호소하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언어가 다르거나,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여전히 대화가 어렵고, 대화의 70%는 오류 투성이다.(실제로 화자가 전달하려는 말의 30% 정도만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추측, 오해, 다른 뉘앙스로 해석) 똑같은 회의를 하고 나왔음에도, 각자 해석하는 것이 다르고, 해석의 해석을 위한 또 다른 회의가 벌어지는게 비일비재하다. 


더군다나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분야이거나, 아직 실체 조차 없는 아이디어를 서로 공감시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그 혼란스러움과 시행착오는 충분히 예상이 되는 바이다.


영화 '컨택트'에서 내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최초의 질문을('지구에 어떤 목적으로 왔는가?') 어떤 방식으로 '외계인'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과정이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과 외계인의 언어를 통해, 인간의 질문 의도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이며, 외계인의 대답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2가지 과정이 영화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 하고 있었다. 


정확히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영화를 몇 차례 더 봐야 할 정도로 명쾌하게 이해되진 않았지만(음... 이해력이 많이 딸린다 -_-;), 내게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은 결국 질문을 통해서 생각을 소통해간다는 관점이었다.



질문이 어색한 문화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왜 이 일이 정말 필요할까?"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일을 과거에 어떻게 처리했고, 그 방법이 여전히 도움이 될까?"

...등등


일의 유형에 따라 내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의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처음에는 매우 원론적인 질문을 통해 스스로 일에 대한 명분과 의도를 확실하게 해 두는 것이 내겐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일에 대한 목표와 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이러한 질문은 실제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되며,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좋은 습관이 되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정리되면, 

그 다음에는 이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내 상사일 수도 있으며, 나의 동료나 후배 팀원일 수도 있다. 위 아래 상관없이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서 그 질문의 의도를 공감시키고, 그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대부분의 협력에서 생기는 오류는 서로 일을 이해하는 관점과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일한 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질문을 통해 이 일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좁혀갈 수 있으며, 최소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경험 많은 꼰대

다음 단계는, 같은 방향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단계는 경험과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직장인들이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늘어나고 일이 익숙해지면, 소위 '꼰대'가 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꼰대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 대학원생도 학부생에겐 꼰대가 될 수 있으며, 대리도 사원에게는 동일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이 땅의 많은 부장님들은 말할 것도 없이, 경험이 쌓이고 자신만의 노하우가 축적될 수록 누군가에겐 꼰대로 비하되는 정서가 최근엔 상당히 퍼져 있는게 사실이다.


자신만의 성공방식을 남에게 강요하고, 자신의 방식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꼰대들의 행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더욱이 과거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오늘날의 거대 산업 패러다임 하에서는 자칫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반면에, 성공의 경험이건, 실패의 경험이건,

경험이라는 것은 그냥 함부로 치부해버릴 만한 것은 아니다.

그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지, 꼰대들의 경험일지라도 그 안에 중요한 인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꼰대의 행동방식이어서는 곤란하겠지만...



어설픈 경험의 오류

사실 더 무서운 것은, 어설픈 경험과 무지의 폐단이다.


최근 직급을 파괴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호칭을 바꾸고, 복잡한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누구라도 의사를 존중해주기 위한 장치들이 고안되고 실행되고 있다. 아마 직장인들이라면 최근 이런 변화를 조금씩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의미있는 시도이다. 

그리고 그 효과를 분명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수평조직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계급장 떼고 서로 맞먹자는 것이 수평조직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일반적인 조직형태였던 수직 구조의 조직은 사원, 대리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안을 가지고 있더라도, 허드렛일만 하게되거나, 의견을 개진 하더라도 그것을 과장, 부장님들을 거치는 과정에서 좋은 기획 의도와 취지가 변색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가장 신세대이며 가장 최신의 지식으로 무장하고 아마도 가장 많이 공부한 사람들이 그들일진데, 그 길이 막혀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보고의 레이어(layer)를 줄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검토 단계에서 동등하게 올리자는 것이 수평조직의 취지라고 나는 이해한다. 그래야, 과장, 차장의 아이디어와 사원, 대리의 아이디어가 본래의 의도대로 충분히 검토될 자격을 주어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평조직 도입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는 부분은, 의사결정 부분이다.

조직에서 의사결정은 철학의 문제이다. 사원과 대리의 철학, 부장과 임원의 철학이 각각 개개인별로 다를텐데, 이 부분을 논쟁과 다수결로, 그리고 동일한 가중치로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이것은 아이디어와는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가 중요한 것이다.



더닝크루거 효과 

모든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 존중해야 하는 시대이다.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찰스 다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정말 많이 알게 될수록, 자신이 모르는게 더 많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서울 안가본 사람이 가본 사람을 이긴다는 말도 있다.


아주 조금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들이 환영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실력을 턱없이 높게 평가하여 극도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현상을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한다.


코넬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당시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ger)가 밝힌 이 현상은, 자신의 어설픈 경험에 기반한 과대한 우월감으로 다른 사람의 진정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을 이론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Stay Humble, Stay Focused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좌우하는 가장 중대한 프레임이다.

언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세상과 교류하는 가장 중요한 툴이기도 하다.

동일한 언어이지만, 같은 방식으로 소통되지 않고,

같은 의도로 전달하지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아는 만큼 들리고,

생각한 만큼 이해할 수 있다.



겸손하고 진중해야 할 것이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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