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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디자이너 탓인가, 조직 탓인가

하진수 / 18. 12. 22. 오후 9:20


디자이너는 대단하다.


디자이너가 대단한 이유는 매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스스로도 그 역량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들에게 잘 어필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 능력은 분명 무시무시한 역량이다. (스스로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누구나 디자이너처럼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탁월한 능력이란

생각을 언어와 이미지로 동시에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와 이미지로 동시에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추상적 개념의 단계에서 구체적 구상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동시에 프로세싱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머리속 상상을 세상이 인식할 수 방식으로 민첩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파워를 가질 수 있는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다른 이들에게 그 위상이나 가치를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 능력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정받기도 힘들다는 의미이다.


이런 확신은 아주 최근에 더 강해졌다.

디자이너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 영역의 업무를 하다보니, 브랜드의 컨셉을 text로 정리하는 업무와 text를 비주얼로 표현하는 업무에 상당한 프로세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업계에 verbal의 영역과 visual의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 분야가 당연히 나눠져 있겠지만, 그 간극은 꽤 멀다. 멀기 때문에 복잡해지고, 갭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만일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힘을 가질 것이다. 마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가 직접 영화를 연출하거나, 작곡을 하는 뮤지션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은 '의도와 표현의 일치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


인간의 언어는 세상을 표현하기엔 너무나 낮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동일한 언어를 각기 달리 해석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A라는 사람이 특정 의도로 정리된 verbal을 B라는 누군가가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당연히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초기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표현됨으로써 오류가 발생될 수 밖에 없다. 기획자가 디자이너와 갈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디자이너란, 특정 생각(컨셉)을 verbal의 낮은 해상도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현실 세계에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 때문에 조직에서 복잡한 프로세스를 현격히 줄일 수 있다. 때문에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올바른 방향이라면 이 능력은 조직에서 엄청난 생산성과 창의적 결과를 발휘한다. 디자이너가 CEO 역할을 하는 배달의 민족이나 에어비앤비가 그런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지 않을까?


곳곳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디자이너들이 늘상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조직 내에서 늘상 을의 입장에 놓여야만 하는가?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조차 조직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이너라면 공감할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이미 앞에서 언급되어 있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어렵듯이 디자이너는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혼자서 일하지 않는 한 타인과 생각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미지라는 포맷으로만으로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일일이 상대하지 못한다. 때문에 디자이너의 verbal 표현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훌륭한 디자이너들은 뛰어난 감각과 자신의 생각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예외없이 뛰어난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다.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매력적인 단어 선택 능력과 핵심을 끄집어내는 표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낮은 해상도의 언어를 통해서이지만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다.


디자이너는 verbal 표현 능력을 키워야 한다.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그것도 감각이다. 그걸 통해서 반쪽짜리 디자이너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조직에서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verbal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월등히 키워야 한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함축적 언어로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점점 주위에서 자신을 인정하기 시작할 것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언어가 아니라 타인이 인식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주변의 조직이 디자이너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꽃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덕분에 디자이너들이 조직에서  점점 더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그리고 없어서는 안될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깝지 않은가?


그 탁월한 능력이....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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