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0개월, 20억 원 투자 유치까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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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0개월, 20억원 투자유치까지 (1)

TEAM•2021년 5월 20일

해당 post는 글의 특성 상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고 작성되었습니다.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원하면, 정말 간절하게 원한다면, 온 우주는 당신의 편이 될 수밖에 없다.

2020년 7월 6일, 회사 노트북도, 모니터 갖출 형편도 없이 역삼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주식회사 비즈니스캔버스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만 10개월이 조금 흐른 지금, 적지 않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20억원의 후속 투자유치에 성공하여 그간의 여정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 회고는 오늘의 현실을 그토록 바래왔던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축하이자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다짐이다. 혹 창업을 꿈꾸며 이전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조금이나마 위안과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당시 내가 필요했던 것은, 의지만 있으면 인터넷에서 어떻게든 찾을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이 아니었다. 즉, 오늘 쓰는 이 글은 팀 빌딩과 투자유치, 제품 기획 프로세스나 PMF를 찾는 과정에 대한 글은 아니다. 대신, 커다란 비전과 장밋빛 계획이라는 온탕과, 온갖 불확실성과 불안이라는 냉탕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고 갈 entrepreneur들을 위한 헌사이다.


진정한 시작은 굳은 의지가 비이성에 가까운 미친 실행을 만났을 때 시작된다

4년 전인 2017년 6월, 해외에서 경영학 학·석사를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한 외국계 컨설팅펌에서 컨설턴트로서 근무를 시작했다. 학교를 다닐 당시만 해도 목표로 두었던 회사 중 하나였음에도, 심지어 적성에도 꽤나 잘 맞아 성과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가슴 속에는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처음에는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여, 더 높은 보수를 주는 다른 컨설팅펌 이직이나, 더 늦기 전에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싶어 로스쿨 진학을 계속 알아보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불안하였다. 원하는 곳에 '속하게' 되었지만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여기서 더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한다면 실패자가 될 것만 같았다. 당장의 '돈'이 더욱 많아지면 이 구멍이 채워질까 하여 여러 수단을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미친 듯이 매진한 적도 있는데, 그때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내가 원하고 필요했던 것이 물질적 여유가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가치'를 만들어내는 하루하루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깨달은 순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청춘을 더욱 지체할 수 없었다. 보통 컨설턴트의 평균 재직기간이 2~3년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입사 2년이 막 된 시점에서, 이직도 아닌 '창업'을 한다는 사유로 한 가장으로서 일을 그만두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변의 만류나 걱정도 그랬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여 막연히 허황된 꿈을 좇아 도망치는 것이 아니냐는 자문이 가장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일단 더 늦기 전에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기로 한 결정은, 최소한 '행복' 관점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톨의 후회도 없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여러 가지의 감정과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 중 미래의 나는 잿더미의 나이던, 장밋빛의 나이던, 그 어중간한 어디이던 어느 하나로는 귀결될 뿐이니, 기왕이면 장밋빛 미래의 나를 믿어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아다니며 생긴 맷집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나와 내 와이프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게 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예측에서 가장 큰 변수는 자신이며, 자신은 자기가 누구보다 가장 잘 알 것이다. 현재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불확실의 소용돌이로 가는 것을 택할 정도로, 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며 세상을 혁신하는 '창업가'의 삶을 간절하게 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간절히 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뤄나갈 현재의 나를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스타트업과는 거리가 먼 회계와 기업금융 쪽을 공부했었고, 그렇다고 어린 시절부터 IT 창업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나 경험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 만큼, 도대체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얻었던 공유오피스 1인실에서 첫날부터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정작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는 몰라 매일이 거의 좌절의 연속이었다. 창업을 하여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사람들의 스토리를 찾아보며 ‘개발도 할 줄 모르고, 주변에 IT 분야 네트워크도 거의 없어서 독방에 혼자 처박혀 있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구나,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걸 한다고 한걸까’라는 끝이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즈음,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일단 '경험'을 하면서 내가 모르는 것들을 채워나가자는 결정을 했다. 혼자 1인실에서 괴로워한 지 2주 만의 결정이었고, 이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라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지 않고 빠르게 스스로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 내던진 것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캔버스의 본격적인 창업 역시 굳은 의지가 세워진 이후에는 빠르게 실행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사실, 이전 스타트업에서 나름대로는 몇 번이나 결정을 번복하며 회사를 더 다닐까 고민했지만, 내가 떠나야하는 이유와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이유가 확실하게 보인 시점에서는 뒤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실행'했다. 10개월가량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그래도 이해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밤을 지새우며 미친 듯이 매달렸고, 10개월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이제 보이게 되었다.

이제 정말 잘할 수 있음을 믿는 정도가 아니라, '알게' 되었다.


초기 창업팀 빌딩하기

Exit 경험이나 대단한 자본 혹은 네트워크 없이 시작하는 나와 같은 '뉴비' 창업가들에게 불안감은 가장 큰 적일 것이다. 그 누구도, 나조차도,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긍정적인 예측을 해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처한 환경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들부터 미친 듯이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상식 밖에서 '미친 듯이' 해야만 한다.

100여 개의 기업을 창업하였다는 빌 그로스라는 사람이 200여 개의 스타트업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하여 얻은 위 스타트업 성공의 5가지 요소에서 보듯,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모델은 많은 창업가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도가 낮다. 혼자서 창업을 준비하며 끙끙 앓으며 아이템을 물색하고, 그럴듯한 몇 년 치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몇 달만 지나면 전혀 쓸모 없는 종이쪼가리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성공할 것 같은'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대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랜 시간 진심으로 매달리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분야의 아이템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이 아이디어가 왜 '지금' 실현된다면 빛을 볼 수밖에 없을지에 대해 근본적인 자문자답을 해나갔다. 사실 이 단계에서는 아직 실전에 뛰어들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업이 정말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예측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결국 창업에 대한 initiative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 비전을 정말 미친 듯이 이뤄가고 싶을 정도로 간절하냐에 대한 스스로와의 대화였다.

그다음이 팀 빌딩이었다. 팀 빌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업에 대한 비전을 설득시키는 것만큼이나 듣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느냐이다.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계획과 원하는 것이 이미 있다. 공동창업자 혹은 공동창업팀을 구한다고 할 때, 절대 자신의 미래와 사업에 대한 비전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내가 나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누군가 와서 다짜고짜 '자신이 그린 나의 미래'를 강요한다면 아무리 그 사람의 역량과 비즈니스가 훌륭해 보여도 쉽게 나의 미래를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하는 만큼, 반드시 그 사람이 내가 시작하고자 하는 이 사업을 함께 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끔 충분히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이 아이템과 사업에 대한 비전이다. 즉, 처음에는 사업과 제품에 대한 비전은 '수단'일 수도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이야 이미 오랫동안 고민해 온 비전일 수 있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처음부터 그 비전에 감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일단 함께 하기로 한 후, 그때 그들도 나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으면서 이 비전이 수단을 넘어 '목적'이 되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함께 함으로써 각자가 원하고 추구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야 이미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 된다. 그런데 대학생 창업팀이 아니고서야, 공동창업자나 초기 팀원을 모시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은 이 '창업'이 생계를 위협하지 않고 최소한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2020년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사업 스타트업 Catch up! 사업화지원프로그램 선정 / 2020.06.
  • 2020 한양대학교 에리카 이노폴리스 캠퍼스사업 선정 / 2020.06.
  • 세종기능지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3기 선정 / 2020.06.
  • 2020년 경기START판교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 컴퍼니비 X 인포뱅크 선정 / 2020.06.
  • 과학기술정통부 NIPA K-Global 스타트업 공모전 최종 선정 / 2020.06.
  • 2020년 서울시 넥스트로컬 2기 선정 / 2020.06.
  • 월간 소풍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선정(7월) / 2020.07.
  • Seed 투자 유치 -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소풍벤처스 / 2020.08.
  • 글로벌스타벤처플랫폼 Alchemist Class (12월) 지원사업 선정 / 2020.08.
  • Seed 투자 유치 (기업가치 상향) - 신한캐피탈 및 한국기술벤처재단 / 2020.09.
  • D.CAMP 9월 디데이 최종 선정 (경쟁률 20:1) 및 디데이 공동우승 (디캠프센터장상) / 2020.09.
  •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 우수기업 선정 (최종 2팀, 경쟁률 30:1) / 2020.09.
  • 성장금융 추천기업 선정 (최종 1팀, 경쟁률 6:1) / 2020.09.
  • 초기창업패키지 최종 선정 (예산 최대치 확보) -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 (경쟁률 40:1) / 2020.10.
  • Y Combinator Winter 2021 Batch 1st round interview / 2020.10.
  • 1회 82 스타트업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선정 (멘토: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 Swit 이주환 대표, 알토스벤처스 Han Kim 대표,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 등) / 2020.11.
  • Techstars Tel Aviv 최종 라운드 진출 (Sendbird 김동신 대표님 및 Swit 이주환 대표님 추천) / 2021.01.
  • KDB NextOne 2기 최종 선정 / 2021.01.
  •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 고성장클럽 최종선정 / 2021.02.
  • 신한스퀘어브릿지 인큐베이터 6기 최종선정 / 2021.02.
  • Product Hunt - Product of the Day 선정 / 2021.03.
  • 세계 최대 규모 기술 컨퍼런스  한국 대표 스타트업 선정 / 2021.04.
  • 중기부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선정 / 2021.04.
  • Techstars London 최종 오퍼 / 2021.05.
  • 20억원 후속투자 유치 (미래에셋벤처투자, 카카오벤처스, 신한캐피탈, 넥스트랜스) / 2021.05.

지금까지 비즈니스캔버스가 선정된 사업들과 마일스톤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정부 주도의 창업지원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이고, 몇 년 전부터는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들도 점차 성장하고 있다. 스스로 정말 간절했고, 함께 하기로 한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처음에는 단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정말 모든 기회를 다 탐색하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느 날부터 누군가와 도원결의를 하든 하지 않든, 같이 하기로 했다고 해서 처음 창업을 제안한 나와 같은 의지를 '기대'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 투자유치는커녕 법인 설립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떠벌린 모든 계획이 실제 현실로 이뤄지리라는 것은 처음 시작하자고 한 사람이 가장 솔선수범하여 보여줘야 하는, 스스로의 몫이다. 함께 해주는 사람들에게는 일말의 더 큰 기대가 아닌, 무한한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팀은 '같이 잘 해보자!'라는 말이나 심지어 계약서를 쓴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생과 책임을 처음부터 몇 대 몇으로 나누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행동하며 아주 작은 무언가라도 함께 하나씩 이뤄나갈 때, 나에 대한 믿음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비로소 팀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책임감은 지금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작은 일을 하고 있느냐에서 시작된다

창업팀을 만든다는 것은 나와 내 가족뿐만이 아닌, 공동창업멤버들의 소중한 인생까지 담보로 잡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기 위해서는 법인의 대표라는 거창한 단어를 들먹일 필요까지 없이, 실제로 매일매일 한 사람으로서 공감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 나야 내가 예전부터 꿈꿔왔고 자초한 일이지만, 공동창업멤버들에게는 이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 스스로 내린 선택일지언정 내게는 '고마움'으로 다가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마움을 반드시 하루하루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경우, 자본금 천만 원을 겨우 모아 시작했고, 공동창업멤버 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생계유지가 매달 필요했기 때문에 사업을 제대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빠른 자금 확보가 절실했다. 창업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거의 모든 계획에는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에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대출이든, 정부지원사업이든, 투자유치든 결과론적으로 계획대로 되었지만, 실제 그 과정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 간절하다면, 그리고 정말 내 꿈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소중히 여긴다면 계획의 어떤 차질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메일 한 통이라도 더 보내고, 오늘 받은 피드백으로 밤을 새워서라도 장표를 개선하고, 그래도 안되면 담당자를 무작정 찾아가서 기다려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절대 저절로 무너져가는 계획을 바로 잡을 수는 없다.

외부적으로 허슬링하는 것 이상으로 내부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가 '팀'으로서 이뤄나가고 있음을 계속해서 느끼게 해야 한다. 내가 처음 하자고 한 사람이니 대표이고, 그로 인해 가장 많은 내외부 정보를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공유의 의무도 따라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포지션에만 국한된 역할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서 ownership이 생겨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리더로서는 '결과 지향적’인 사고방식도 필요하다. 개발자가 개발을 책임지고,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책임지는 것처럼 대표는 사업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궁극적으로 개발이 안 되거나 디자인이 안 되는 것도 모두 대표의 책임이며, 이를 절대 회피하거나 남 탓해서는 안된다. 즉, 모든 것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유는 하되, 그 공유의 내용이나 방식이 다른 팀원들이 들었을 때 '자명하게 악영향'을 끼칠 때에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너무나 공유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많은 불필요한 것까지 공유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러니까 분명 혼자 안고 가고, 밤새 끙끙 앓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서라도 혼자서 해결책까지 고안한 후에 공유해야 할 것도 분명 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무식하고 세련되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시드 투자 유치 과정에만 20~30개의 투자사를 만났고, 그렇게 하기 위해 공식적인 루트뿐만 아닌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였고, IR Deck을 보고 어떤 투자자분은 IPO 준비하는 줄 알았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매일매일 사업계획을 추가하고 개선해나가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말 다 했던 것 같다. 이는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만 보면, 빠르고 순탄하게 시드투자와 후속투자를 마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절대 빠르고 순탄한 과정이 아니라, 하루를 쪼개서 썼을 뿐이다.


집착과 집념의 차이, 그리고 믿음에 대하여

국어사전에 나온 정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집요함을 이유가 있고 없음에 따라 집념과 집착으로 구분한다. 아마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람들은 성향상 통제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을 하면서 깨닫고 스스로 되뇌이는 한 가지는 '집착은 버리되 집념은 더욱 강하게 갖자'는 것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나 내가 궁극적으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함께 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를 모셔놓고 서비스의 컬러팔레트에 대해 계속 고집을 부리는 것은 집착이다. 어떤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고 싶은 마음이 제아무리 컸다고 한들, 거절을 당했을 때 그 아쉬움을 계속 잡고 있는 것 역시 집착이다.

다만 과정에서의 집요함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팀원 중 상당수가 그랬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집요하게 정말 많은 연락을 먼저 하면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계속해서 표현했다. 제품에 대한 철학 역시 처음에는 그저 증명되지 않은 '내 생각'일지언정, 내부적으로도 집요하게 전파시키려고 노력했다. 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굳이 숨길 필요도 없고, 아니 오히려 충분히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의 진척과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성패가 갈리는 전쟁터에서, 전반적인 경영과 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그 조직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 '다른 사람이 더욱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boundary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는 팀원들이 충분한 자율권과 ownership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심지어 내가 '현재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앞으로 내가 할 수 없거나 그 사람이 '더 잘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는 아주 큰 믿음이 필요하다. 관리자의 집요함이 자칫 이 믿음을 해치기 쉬울 때가 많다. 그렇기에 어디까지나 관리자로서의 이 집요함이 당신의 역량과 잠재력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임을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 인재 선발과정을 거쳐 누군가와 함께하기로 한 이상, 믿음은 그 사람이 입사 후 내는 결과 기반으로 주는 것이 아닌, 채용 프로세스에서 예상한 그 사람의 미래를 기반으로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기껏 모셔와 놓고, 그 '믿음'조차 주지 않는다면 내가, 그리고 그 사람이 회사와 함께하면서 기대했던 미래는 올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 다음의 이야기는 2편에 계속해서 기술하겠습니다.


김우진 / CEO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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