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몰라요

공동창업 할 때 알았어야 할 것들

라이비오 / Seoyoung Claire Park


처음 창업팀에 조인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전에 스타트업 두 군데에서 일해본적이 있었지만, 둘 다 인턴이나 직원형태로 짧은 기간 동안만 일했기 때문에 공동창업자에게는 어떤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돈을 넣으라니까 돈을 넣으면 되는거겠거니...


얼마까지 가능하세요?
500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럼 런칭하기 전에 하셔야 하니까 지금 바로 넣어주세요.


???

이거 뭐 경매도 아니고 그렇게 투자금을 넣었다.


+


아직도 7월 1일 처음 귀국해서 사무실을 방문했던 날이 기억난다.

수서에 있는 작은 오피스텔이었는데 당시 팀원 3명이 각자 벽을 보고 앉아있는 형태였고, 가운데 둥그런 테이블과 화이트 보드가 있었다.


공동대표 2명과 나와 동갑인 여후배 1명이 팀 구성이었고 거기에 나까지 4명이, 앞으로 위젠을 만들어 가야 할 팀이었다. (현 홍기대대표 JOIN 이전)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맥주 한 잔을 하러 갔다.

이전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영업팀이었던 까닭에, 매일같이 소주 회식은 기본이었는데

환영 회식으로 가벼운 맥주라니 뭔가 외국 느낌이 물씬났.........다 ㅋㅋㅋㅋㅋ


법인 카드는 따로 없었고 공용 비용은 대표 카드로, 식사는 각자의 카드로 해결했다.


조인하자마자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좋은 소식들만은 아니었다

1) 출시 일정이 7월이었는데, 외주 개발을 통해 맡기다보니 지연되어 8월로 예상됨

2) 실제로 공동 대표 2명이 투자한 금액은 이미 상당금액 개발/디자인비로 소진함

3) 서비스 출시 때 시작할 3개의 캠페인은 지인 위주로 정해졌으나 그 이후 캠페인이 잡혀있지 않은 상황

4) 팀원들이 서로 친구이고 후배라 너무나 편하게 대한다는 점 (장점인 줄 알았는데 단점이었음) 


+


여기에서 뭐부터 부딪히며 배웠다고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잘못한 것들이 정말 많았다.


- 현재 재무상황과 각자 투자한 금액 등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돈을 넣었다

- 주주간계약서에는 베스팅도 안 걸려있었다

- 돈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돈을 많이 썼다 (고학력 디자이너 2명 고용 / 비싼 가구 구매 / 비싼 외주 개발)

- 선후배와 친구끼리 창업했더니 진지한 토론보다 쉽게 싸움이 일어남

- 런칭 외 향후 계획 없음


말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랄까...................


차차 다루게 되겠지만 우선 이 포스팅에서는 공동창업에 대해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친구와의 창업에 대하여


일하는 관계로 만나 친해지는 건 괜찮다. 하지만 친한 관계로 만나 일하면서도 친구처럼 대해버리면, 때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때 대책이 없는 경우가 생긴다.


선후배가 만나니 후배가 내는 의견은 '미숙한 의견'으로 묵살되기 일쑤.

친구끼리 만나니 결정 권한이 없이 한 없이 싸우다가 관계가 틀어지기 일쑤.


당연히 주변에 유능한 친구들이 있으면 무조건 끌어와야겠지만,

최대한 일할 때는 성숙하게 서로를 대하고 결정체계는 명확하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후 나올 이야기이지만 미리 말하자면,

이제는 기대대표님과 개인적으로도 정말 친하고, 대표님은 나보다 5살이 많은 오빠이지만

대표님이 처음 조인했을 때부터 존칭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했고, 아직도 서로 존칭을 쓴다.


호칭이나 존칭 여부가 토론에 있어 은근히 (많이) 중요하다.

나이나 기존의 사회적 관계가, 프로페셔널하게 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사전에 꼭 방지하자.



창업팀에 조인하게 된다면


나는 멋모르고 학벌만 보고 조인했는데 (이후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았겠다 싶다.

안 그래도 맨땅에 헤딩인데, 다들 경험도 없을 뿐더러 경영학과조차 나뿐이라 정말 힘들었다 (...)


또한 조인하는 당시의 상황 공유을 분명하고 투명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어야 했다.

나는 당시 분명한 상황 공유를 받지 못했었고, 팀에 합류하기 이전에도 그랬다면 이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이후에도 한동안 회사 사정에 대한 공유가 불투명했다.



주주간계약서를 제대로 쓰자


가장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베스팅, 베스팅 하는데, 솔직히 우리 다같이 굳건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당장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몇 년 베스팅 걸어가며 지분을 나눠야 하나?

답은: 나눠야 한다. 무조건 나눠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베스팅 조건이 없는 동업계약서를 쓰는 바람에 런칭한 지 몇 달만에 팀을 나간 초기 창업자가 3년간 팀을 지킨 나보다 내내 훨씬 많은 지분을 갖고 있었다.

만약 크게 성공이라도 했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도의상 양보해주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물론 그랬던 분도 있음.)


그러니 공동창업이나 창업팀 조인을 고려하시는 분이라면 기존에 창업한 선배들을 찾아가서 이것저것 구체적으로 많이 물어보고 결정을 하셨으면 좋겠다.


당시 나는 너무 마음이 급했고, 치기어렸다.

#라이비오 #스타트업 #창업 #스타트업합류 #스타트업조인 #스타트업이직 #마인드셋 #경험공유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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