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노스와 맬서스는 정말 멍청한 이론가들일까?

어벤저스 스포 없습니다.

OSIRIS SYSTEMS / 홍용남 / 조회수 : 2636


어벤저스 시리즈가 유행하면서, 타노스의 이론과 흡사한 맬서스의 인구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타노스가 우주의 영속성을 위해 절반의 우주인들을 날리겠다는 이론과 맬서스의 인구론은 매우 흡사한 면이 많다.


오늘날, 타노스가 멍청해 보이는 이유는 맬서스의 인구론이 틀렸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일 것이다. 맬서스는 인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지구의 식량은 유한하기 때문에, 인구를 통제하고 저소득층 인구가 팽창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맬서스는 다가오는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변화를 알지 못했고, 인류는 팽창하지도 않았으며 기술의 개발로 대체자원 등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맬서스를 추종했던 주류 경제학자들도 이 이론의 실패를 인정했다. 맬서스는 경제학자이자 인류 통계학자였기 때문에 이 이론은 실패한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철학적으로 맬서스의 이론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식량이 맬서스의 시대처럼 크게 문제가 되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아직도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고, 단 한 번도 인류가 지구가 제공하는 자원보다 더 적게 이를 활용한 적이 없다. 농업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식량 같은 문제로 번지지 않았을 뿐, 기술의 발달은 지하자원의 수요를 증가시켰고, 인류는 맬서스 이후 단 한 번도 지구가 숨 쉴 틈을 준 적이 없다. 지금도 환경은 오염되고 있고, 지구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단지, 그것이 인류의 물리적인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농업사회와 다른 부분일 것이다.


인간 한 명이 특정량의 식량을 평생 먹는 것으로 단순히 계산될 수 있는 사회에서 더 복잡한 형태로 나아갔을 뿐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 한 명은 전기, 컴퓨터, 자동차, 가스 등 식량보다 한 단계 복잡한 형태의 지구의 자원을 끌어다 쓰며, 인류의 수가 아무리 줄어들더라도 인간은 지구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식량문제와 인구의 상관관계로 인류문제를 파악한 인구통계학적, 경제학적 '인구론'은 틀렸으나, 철학적 인구론은 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인구를 물리적으로 억제한다는 개념은 오히려 단순한 설루션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환경 문제들과, 지구의 유한성을 해결하는 것은 오히려 복잡도가 더 높아져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모든 국가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환경에 대한 엄격한 규제 및 정책들을 펼치고 있으며, 대체에너지에 대한 개발도 국가적 차원에서 리딩하고 있다.


내가 맬서스의 인구론을 처음 접한 것은 20대 초반 군대에서였다. 그 당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버트런트 러셀 다음으로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학자였다. 군대를 전역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인터넷이 더욱 확장되면서 이 인구론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인구론에 대해 '멍청하다'라는 평가밖에 없었다. 인구론이 멍청해 보이는 것은 맬서스가 제안하는 솔루션의 단순함(물리적 인구수 억제) 때문이지, 인구론 자체가 가진 멍청함은 아니다. 어벤저스의 타노스가 멍청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인구-식량'에서 벗어나 '인간-유한함'의 구도에서 본다면 인구론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유한함과의 싸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이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단 하나 희망을 걸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만이 가진 가장 강력한 특성인 '생각, 아이디어'에 있다고 본다. 오히려 지구가 가진 유한함과 악화되는 환경문제들이 가시화되면서 극한까지 몰아쳤을 때 인간은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려낸다. 그렇게 지구가 발전했고, 인류가 발전해왔다. 지구 상에 가장 강력한 생존본능을 가진 것은 생물학적으로 강한 바퀴벌레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강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지구 상의 어떤 잡식동물보다도 강한 것이 없는 인간이 여기까지 와서 지구의 주인행세를 하는 것도 인간만이 가진 문제 해결 능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의 아이디어는 지구의 유한함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 감각적인 상황들이 '경험'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 인간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돕는다.


자동차도 기름이 있어야 가고, 공장도 자원이 있어야 돌아가나, 인간의 두뇌는 단순히 식량만으로 회전하지 않고 지구의 모든 에너지를 먹고 자라난다. 정말 불가사의하면서도 위대한 현상인 것이다.


하나의 위대한 아이디어가 온 지구 상의, 인류에게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것 또한 멋지다.

내가 회사를 창업할 때, 도구(tool)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겠다 하며 개인적인 인간이 자신의 생물학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는 도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운 것도 아마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한 고민이나, 인간의 아이디어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오시리스 시스템즈 비전 선언문

역사적으로, 도구는 인간이 생물학적인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해왔습니다. 포클레인은 작은 아이도 거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자전거는 인간이 맹수보다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힘을 줬습니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워즈니악이 발명한 개인 컴퓨터는 인간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한계까지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언제나, 인간은 도구를 이용해 한계를 넘고 가치를 창출해왔습니다. 그것이 인간만이 가진 초월적인 힘의 근원이었죠.

인간을 맹수보다도 빠르게 만들어준 자전거와 같은 도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도구를 끊임없이 개발하여 세상에 제공하고자 합니다.


가끔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이상한 내용을 쓴다고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다. 사업이 아니라 철학이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사업의 진정한 가치가 철학 없는 이윤창출과 고용확대에만 있다면 그것은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왜 인간의 유한한 생명 에너지를 단순히 돈을 버는 데만 써야만 하나?


나는 딱 한번 태어나서 일생을 살면서 뭔가 뜨거운 열망을 품고 혁명가의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이 냉전시대였다면,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믿으며 전쟁에 참여했을 수도 있겠다. 전쟁 이후였다면, 학자가 되어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개념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보정하는데 일생을 바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군인도, 철학자도, 정치가도 혁명을 일으키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기업인이야 말로 세상에 혁명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윤은 완전한 비전 달성을 위한 혁명을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폭제로 쓰일 것이고, 고용인원은 그 혁명을 완수하는데 함께하는 동지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더 욕심이 난다.


4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이 정도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사업성을 검증하고 빠르게 이윤을 창출하는 데 올해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때문이다. 하지만, 20대의 온 에너지를 이 사업에 투입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20대 초반 맬서스의 인구론을 읽고 고민했을 때 들었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때 세워놓은 비전에도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다. 아이디어가 앞으로의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로봇,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인류를 도태되지 않게 만드는 가장 중추적인 핵심이 될 것이다.


나는 아직도 맬서스의 인구론이 철학적으로 풀리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하며, 위대한 문제제기와 발견이었다고 믿는다. 비록 맬서스와 타노스의 설루션이 틀렸을 지라도, 이들을 탓해선 안된다. 훌륭한 문제제기였고, 우리가 설루션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성급하고 급진적으로 솔루션을 정했을 뿐이다. 그들은 문제를 느끼고 행동하기라도 했다. 그들이 느끼고 행동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앞으로 지구의 유한함이 극한으로 우리의 목을 조를 때까지, 우리가 어떠한 솔루션과 아이디어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반드시 맬서스나 타노스는 등장할 것이다. 그때가 오면, 그들을 멍청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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