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홈

인터뷰

피드

뉴스

조회수 3092

주니어디자이너가 알아야 하는 오묘한 디자인용어 60

안녕하세요. 여러분. 스크롤을 내리기 전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물론 제목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혹시 GNB나 LNB등의 전문용어를 기대하고 오신거라면 죄송합니다. 오늘 말할 단어들은 그런게 아니에요. 그런 전문용어들은 구글에 치시면 엄청나게 많이 나오니까요. 오늘은 좀 더 실전적인 오묘한 단어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사실은 좀 짤에 가깝습니다. 뇌피셜도 가득하구요. 60개의 단어들 중 한 개만 오호! 하고 가셔도 전 매우 행복할 듯 합니다. 각설하고 바로 시작하겠숩니다 :)01. 후까시 : 쓸데없는 걸 쳐바른 상태02. 뻬다 : 백그라운드03. 짜치다 : 자잘한 레이어수정이 겁내 많은데 액션으로도 어떻게 안되는 상태04. 귀도리(v. 귀도리친다) : 네 귀퉁이 둥글게 잘라내기05. 도무송 : 특정한 모양대로 잘라내거나 구멍을 뚫는 인쇄 후가공 기법06. 목업(v. 목업에 얹히다) : 실제로 구현된 상태를 가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각적 프로토타이핑07. 블리딩(BLEEDING) : 여백없이 꽉찬 이미지를 위해 재단선을 넘기는 방법. (유사어. 상하좌우 여백오미리)08. 스프레드(spread) : = 펼친 좌우 페이지에 하나의 개체를 뙇! 까는 일09. 커닝(먹이다) : 글자의 모양때문에 배열이 달라질 때 적당한 간격을 조정하는 일10. 비교견적 : 우리 견적에 20만원 플러스 시켜서 가라로 만드는 견적11. 실장님 : 보통 협력업체의 책임자를 부르는 보통명사12. 대리님 : 보통 협력업체의 실무자를 부르는 보통명사13. 이봐요 : 보통 협력업체의 나쁜놈을 부르는 보통명사(자매품 : 저기요)14. 깨서줘 : 폰트나 획에 오브젝트 확장해달라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15. 부탁해 : 니가해16. 언제까지 돼? : 1시간 내로 줘라17. 다 좋은데 : 다시해야겠는데?18. 이 부분이 좀 : 그걸 포함한 모든 것들이19. 조금만 싸게 : 반값으로 해달라20. 스타일가이드 : 컴포넌트 전반을 규정(버튼, 컬러, 간격, 텍스트 등 디자인/퍼블리싱/개발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그러나 지키진 않겠다)21. 플랫하게 : 셔터스톡에 있는22. 브랜드디자인 : 모든 것을 다하는23. UX디자이너 : 전투력이 높은24. 편집디자이너 : 자간에 극도로 예민한25. 시마이 : 오늘은 여기까지30. _final : = start31. 정렬 : 생명32. 컬러 : 블랙홀33. 시발 : 프로그램이 응답하지 않습니다.34. 컨셉 : 기획과 디자인 등 전과정을 아루는 맥락이나 의미.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그것의 달성을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사어 : 대표님의 생각)35. 이거 : 내 모니터에 있는 거(=니가 와서 봐라)36. 그거 : 니 모니터에 있는 거(=내가 가긴 귀찮다)37. 쓰읍 : 다시 해라38. 죄송한데 : 너의 퇴근은 없다39. 로고 : 1)본디 텍스트타입의 아이덴티티 표현 방식으로 기업이나 서비스의 이름이나 정체성을 표현한 이미지. 2) 대표님의 생각을 읽고 시각화 시키는 작업 (유사어 : 야근)40. 데드라인 : 나는 지키지 않겠지만 너는 지켜야 하는 것41. 픽셀과 벡터 : 클라이언트가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42. 프리미어 : 다루기 싫거나 못 다루지만 어쩌다보니 하고있는 어도비툴43. 핀터레스트 : 구원의 샘 (자매품 : 비핸스)44. 유튜브 : 스승님, 지식의 샘, 바이블, 모든 게 다 있는 곳, 메시아45. 맥북 : 어깨를 파괴하고 성능을 득한다46. 외장하드 : 이유는 모르지만 자꾸 고장나는 것. 모든 것을 강제로 내려놓게 하는 인생의 참스승47. 사수(+접미어 놈/새끼) : 있으면 미칠 것 같은데 없어도 미칠 것 같은 사람48. 부사수(+접미어 놈/새끼) : 있으면 미칠 것 같은데 없어도 미칠 것 같은 사람49. 엑셀 : 잘 모르겠는 것(자매품 : '한글2000')49. 캘리브레이션 : 모니터의 색온도, 밝기, 명암, 감마 등을 조정해 일정한 표준으로 보이도록 하는 작업.50. 휘도 : 광원의 단위 면적당의 광도. 광도는 광원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 조도는 빛을 받는 사물의 밝기, 휘도는 면적당 광도를 의미해요.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에선 휘도가 중요해요. 휘도에 따라 색감이나 선예도가 달라지기도 하죠.51. N10단계 : 명암을 10단계로 쪼개 나눈 것으로 대학교1학년 때 손으로 그리기도 했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 것52. HSB : 웹디자인할 때 쓰면 좋은 색상팔레트. 53. 팬톤컬러 : 이쁘고 비싼 것(컬러칩 사야함)54. RAM : 디자이너의 성격과 탈모를 결정하는 컴퓨터장치(16GB이상은 필수로..)55. 카페 : 커피가 있는 사무실56. 스크래치디스크 : 가상메모리와 비슷한 개념인데, RAM이 부족해서 임시저장할 곳이 모자르면 당신컴터의 하드디스크나 SSD의 일부분을 활용하여 RAM처럼 활용합니다. (자매품 : 스크래치디스크가 꽉 찼으므로 photoshop을 초기화할 수 없습니다.)57. png : 픙58. 누끼(v. 누끼따다) : 개체의 외곽선을 따라 펜툴로 따는 작업. 디자인계의 인형눈깔붙이기 같은 작업59. 시안 : 대장정의 서막60. 디자인 : 일단 나는 배웠으니 하겠지만, 누가 한다그러면 한번쯤 말리고 싶은 것.
조회수 9823

총체적난국의 회사소개서 만드는 법 10가지를 소개해요.

지난 5,6개월간 60개 정도 업체의 소개서를 제작해야했어요. 다양한 클라이언트님들의 플젝을 동시에 받다보니 이런 극한의 스케쥴이 만들어지고 말았죠. 허리와 손목이 잘게 부스러지는 듯 해서 얼마 전 부터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건 좋은 동기부여가 돼요. (헛소리).  으어어어어어..소개서를 만드는 일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다른 업체의 사업구조와 수치를 한 눈에 볼 수 있죠. (한 눈에 들어온다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구요. 더불어 아이템에 따라 특색있고 포인트가 딱 살아있는 디자인과 워딩, 내용구성 등 만들면서도 오우! 놀라운 발상인데?...싶은 멋진 회사들이 많았어요. 팔딱거리는 싱싱한 레퍼런스들을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큰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물론 큰 사람이 되진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아주 멋지고 끄덕거려지는 소개서를 제작해요. 하지만 그 중 몇몇 안쓰러운 소개서들도 존재하기 마련이죠. 대부분 소개서란 극과 극을 달려서 '좀 괜찮네?' 수준은 많지 않아요. 대부분은 진짜 개잘만들거나, 나도 모르게 두 볼을 감싸게 되는 소개서로 나뉘죠. 이유는 극명해요. 내부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빛나게 자리하고 있는 곳은 일단 때깔부터 달라요. 뭔가 정제된 워딩과 도표에서 기획자의 손길이 따스히 느껴집니다. 하지만, 대표님이 디자이너, 마케터, 기획자를 겸업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인재라거나, 누군가의 영혼과 육신이 갈아넣은 소개서는 달라요. 한이 서려있죠. 소개서를 만지다보면 섬찟한 오한이 느껴지거나 누군가의 울부짖음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소개서에서 소리들려특이한 경우가 하나 더 있는데, 외주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이 경우에는 이미 다음장을 넘기기도 전에 다음 장의 디자인이 어떨 지 대략 그려지는 아주 교과서적인 레이아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워딩도 굉장히 22세기를 지향하는 워딩으로 광채를 아주 그냥...파아아아아아아아!!!!!!!!!여튼. 잘된 케이스를 얘기하면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잘된 이유는 너무 다양하거든요. 하지만 망한 소개서의 이유는 대부분 비슷한 이유가 있어요. 그리고 이건 아주 안타까운 일이죠..분명히 자세히 살펴보고 한참 들어보면 아주 멋진 아이템이기도 하거든요. 이건 마치 달고 맛있는 오렌지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해서 엉망진창으로 보여주는 것과 비슷해요. 그러니 최선보단 최악을 택하지 않는 방향으로다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동어반복자꾸 같은 소릴 하면 안돼요. 글자만 많아지고 지루해져요. 나루토가 뒤로 갈수록 회상 오져버려서 폭망한 것을 기억해야해요.(그걸?...) 동어 반복은 이런 경우를 의미해요.ex) 브랜드의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확립합니다 : 디자인의 논리성을 부여하고, 브랜드를 가시화 시킵니다. 확립된 디자인을 어쩌고.....앞뒤가 다 똑같은 얘기예요. 땡땡 뒷쪽 문장은 완전히 지워버려도 무관한 상태죠. 디자인자체가 '가시화'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체계적이란 단어에 '논리성'을 포함하고 있어요. 그 뒤는 모조리 뱀다리예요. 이런 말이 등장하는 이유는 3가지예요. 1. 쓰면서 생각하면 안돼요. 생각을 하고 써야지. 2. 여백을 두려워하면 안돼요. 눈도 쉴 곳이 있어야 해요.3. 읽는사람은 바보가 아니예요.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아도 다 이해해요.2. 도식이 더 어려워도식과 차트는 텍스트로 설명하기 힘든 걸 한 눈에 정리하기 위해 만들어요. 근데 도식이 더 어려워.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 그래프란 건 딱 보자마자 한 눈에 상승인지 하강인지 이해가 되어야 해요. 도표에서도 어딜 봐야할 지 정확히 표현이 되어야 해요.이렇게 딱 보여야 해요. 도표가 자꾸 복잡해지는 이유는 아래와 같아요.1. 모든 수치가 너무 소중해선 안돼요. 숫자는 원인과 결과로 나뉘어요. 결과를 강조해주세요.2. 그래프는 올랐다!내려갔다!보합이다! 세 가지 방향밖에 없어요. 그 방향성만 강조해주면 돼요.3. 도식에 쓰이는 아이콘은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예쁜 건 둘째 문제예요.3. 무의미한 수치 가득수치는 확실히 많은 텍스트를 함축할 수 있어요. 대부분 회사소개서에 들어가는 수치는 자랑용도로 쓰이죠. 우리가 이만큼 잘했다!라는 의미로 활용해요. 그런데 자랑이 너무 많아지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워진단 말이죠. 숫자를 쓸 때는 유의미한 숫자만 써주세요.이렇게 유의미한 것만 있어도 충분해요. 결국 2014년에 제일 높았다! 라는 의미잖아요. 나머지 년도의 숫자는 이 도표에서 무의미해요. 굳이 몇 퍼센트가 늘었는지를 설명할 게 아니라면 말이죠. 4. 공무원스러운 수식어이건 마치..그 뭐시냐.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 와 비슷한 거예요. 일반명사를 이렇게 마구 합쳐놓으면 무슨 말인지 들어오지 않아요. 블록체인 기반 소비자영상콘텐츠 제작플랫폼. 이런 것도 마찬가지예요. 보면 이해는 되지만 어디 이게 입으로 다시 말하라면 나올 수나 있을까요.명사는 붙여쓰는 게 아니예요. 짧은 문장으로 쳐주던가, 정히 어렵다면 '소비자 가전 전시회' 등으로 좀 쉽게 바꿔주도록 해요. 아침에 DDP에 한다는 저 행사 이름보고 소름이 돋아서 원.... 5. 추상적 단어 가득공무원스러운 수식어 못지않게 이해를 방해하는 건 추상적인 녀석들이예요.브랜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기업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참된 가치가 본질을 다할 수 있게 명확한 색깔로 정립하여 세상에 나아가게 만듭니다.등등...UN평화대사 연설문같은 아름다운 단어들이 가득해선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요. 사람은 항상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이미지화 시키고 추상화를 시키는 작업을 거쳐요. 이미 추상적인 단어들은 들어오자마자 흩어져버리기 마련이죠. 어떤 이미지로도 메타포를 형성하기 어렵거든요.이런 추상적인 단어가 자꾸 나오는 건 3가지 이유가 있어요.1. 약간 이상주의자 성향이 강하다.2. 사실 내가 하려는 BM이 돈이 안된다.3. 사람들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다.6. 너무 많은 색강조색은 소개서 전체를 통틀어 1개면 충분해요.파란색 하나면 충분해요.7. 너무 개성 넘치는 페이지포인트가 살아있는 페이지가 있는 것은 매우 훌륭해요. 근데 모든 페이지가 다 개성이 넘쳐서 날뛰기 시작하면 이건 거의 소개서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려요. 한 장 한 장에 힘을 싣는게 아니라, 전체 맥락을 봐야해요. 소개서는 앞 3장에서 좌우된다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 3장만 기똥차게 이쁘게 만들고 뒷장은 개판치라는 얘기가 아니예요.  8. 너무 가버린 어펜딕스안물안궁 콘텐츠가 많아요. 직원들의 개인소개나, 10년뒤 계획이나, 사무실약도는 왜 집어넣... 제품의 상세스펙도 사실 지금 단계에선 필요없어요.. 그러지말아요. 어펜딕스는 앞에서 못했던 말을 마구 풀어놓는 비하인드 영상이 아니예요. 앞 장의 내용이 이해될 수 있게 좀 더 보충할 수 있는 자료를 넣는 곳이죠.9. 문제점이 문제가 아닌경우소개서에선 계속 이게 문제라고 막 그러는데..막상 듣는 사람은 코후비게 되는 그런 경우예요. 그게 문제였어??... 난 별로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요. 문제를 규정하는 단계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면 이 후의 모든 내용은 설득력을 잃어버려요. 그게 나의 실생활과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데이터나 레퍼런스적으로 근거가 명확해야 해요. 제가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아이템은 이런 것들이었어요.1)외국은 전봇대가 엄청 엄청 멀리 떨어져있잖아요. 땅덩어리가 크니까. 근데 그걸 언제 사람이 하나하나 결함을 체크하고 있겠어요. 새집도 있을거고, 단선된 곳, 지반이 무너진 곳, 노후된 곳, 피복이 벗겨진 곳 등등..엄청 많은 트러블이 있을텐데. 그래서 드론으로 전봇대와 전선의 상황을 일괄체크하는 시스템이었어요. 3D모델링도 되고 결함의 종류도 분석되더라구요. 박수를 딱 쳤어요. 오.. 그렇네. 그럴 수 있겠다.2)칠레에선 해산물이 많이 나는데, 독성이 가득한 해산물이 많아요. 자칫하면 어부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죠. 그래서 독성을 판단하는 키트를 개발했어요. 이것도 박수를 딱 쳤어요. 아주 훌륭하다.인과관계가 명확하고 납득이 가는 것들이거든요. 그런데 만약 이런 식이라고 생각해봐요.'혼밥을 하면 외롭다! 그러니 자꾸 체하고 소화가 안되는 것이다! = 그러니 랜덤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만들자! 이름하야 소개팅식당!!~'ㅇㅅㅇ............?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이것보다 더한 곳들도 꽤나 많아요.10. 스토리와 브랜딩에 집착해버림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이란 단어에 흠뻑 빠져버리신 분들은 브랜드의 가치에 중심을 두어요. 그래서 로고설명부터 색상설명까지 온갖 자신의 브랜드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의미가 충만한 지 설명하려고 해요. 놉. 소비자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요. 당신의 로고가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 필요도 없구요. 자꾸 가르치고 주입하려고 해선 안돼요. 그들이 궁금해서 찾아보게 만들어야지. 브랜드 가이드는 상대방이 궁금해죽겠어서 "어떤 뜻이예요?" 라고 물어왔을 때.."아~~ 사실은..." 하면서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니 존재하되 뒤에 숨어있는 것과 같다구욤. 그걸 전면에 내세워서 브랜드스토리가 구구절절(심지어 각 스토리도 모두 다름..) 나와버리면 이건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선 제가 LA에 있었을 때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와 비슷한 얘기에요.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마인드와 행동은 옳지만, 그건 내 맘속에 존재하는 거예요. 소비자들에겐 당신의 아이템으로 증명하세요. 구구절절한 스토리말고. 결론 : 모든 문제는 항상 과유불급에서 시작되는 것 같숩니당.
조회수 893

금방 되지? 간단한거니까. 30분안에 해줘

엄마가 간만에 간장게장 만들어주겠다고 맘먹고 꽃게를 한 뭉터기 사와서 모래를 걷어내고 있는데, 자식놈이 들어와서 갑자기 "빨리 되지? 나 배고프니까 30분안에 해줘."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요. 엄마의 손이 상완부와 부드러운 둔각을 이룬 채 빠르게 비행하며 나의 등짝에 아름다운 접점을 만들겠죠. 가속도와 질량의 곱으로 만들어진 힘F가 등짝에 열상과 부분골절, 피부괴사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찰진 스윙사실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뽑긴 했지만, 클라이언트의 '금방 되죠?' 의 의미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1. 시켜서 죄송해요...너무 어려운 건 아니죠?....라는 죄송과 민망의 의미가 있고.2. 별 것도 아닌거 얼른 해라. 라는 의미가 있습니다.분명 의도는 다르지만, 둘 다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죠. 지금 이 글은 클라이언트님들을 위해 쓰는 글이므로 이럴 땐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합시다. 요즘 제 글이 갈수록 길어지는 것 같아서 오늘부턴 스압없이 좀 짧게 줄이려고 합니다. :) 배려 오졌다.상황을 하나 들어볼께요.“이거 건물만 하나 얼른 만들어 주시면 돼요.”“언제까지 수정해 드려야 해요?”“지금 급하게 필요한 거라서… 한 시간 내로 될까요?”아이소메트릭 디자인 중이예요. 그 3D처럼 노가다해서 만드는 보기에 그럴싸한 기똥찬 디자인방식이예요. 기존에 만들어 놓은 빌딩 이미지 말고, 좀 다른 형태의 빌딩 모양이 필요하다고 추가 제작 요청이 들어왔는데, 말미를 한 시간 주고 있는 거죠. 말은 단어와 뉘앙스로 이루어집니당. 커뮤니케이션은 이 둘의 조합에서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데 이 대화를 자세히 뜯어보면 이러한 거죠.하하하하...하하..하.. 디..자이..너 ...님..이거=저기…건물만=다른 것은 안 시킬 테니하나=딱 하나만얼른=얼른 끝나…겠죠?만들어 주시면=부탁드려요돼요=죄송사실 이 말이었을 겁니다. 난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다른 의미였을 수도 있겠죠?얼른 되지?이거=그래 이거건물만=~만 ‘단지 그것만’=다른 것은 안 시킬 테니하나=두 개가 될 가능성도 있다.얼른=쉬운 거 아니냐만들어 주시면=한 시간 내로돼요=줘라이런 식으로 말이예요. 음,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일을 100%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뭘 해봤어야 알지. 설사 해봤더라도 그 사람의 사정과 내 사정은 분명 다를테니까요. 그래서 보통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요청하거나 지시할때는 팩트만 전달하는 게 좋습니다. -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그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인데- 마이너한 수정 사항이에요- 몇 개만 바꾸면 돼요.- 가벼운 수정 사항이에요.이런 말은 내 의견이죠. 어려운 지 아닌지는 내가 안만들면 모를 일이예요. 간단한 지 복잡한 지도 마찬가지죠. 마이너한 수정사항이라고 하지만 사실 무조건 하나를 지우는게 마이너가 아니예요. 본문 하나를 통째로 들어내면 나머지 배치를 전부 바꿔야 하니 이건 마이너가 아니라 일을 벌리는 것과 같죠.하나만 건드려도 우르르 무너지는 게 또 디자인이라구..몇 개만.. 음 뭐 시키는 입장에선 몇 개뿐이겠지만 그 몇 개가 만들어내는 난장판을 고려해보면 단순히 그것만 띡 바꾼다고 될 일은 또 아니더라구요. 가볍고 무겁고도 만드는 사람이 결정할 부분이구요. 아래의 10가지 수정요청 예시를 보여드릴께요.1. 왼쪽정렬을 가운데정렬로 바꾸기2. 중간에 텍스트 하나를 통째로 날리기3. 전체적인 색감 바꾸기4. 상하좌우 여백 더 주기5. 하단에 내용 추가하기6. 없던 요소를 만들어 내기(특히 벡터 요소)7. 텍스트 폰트 수정하기8. 크기가 서로 다른 사진 위치 변경하기9. 난데없이 그래프 추가하기10. 전체적인 톤 수정하기흔히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레이아웃을 건드는 작업들입니다. 시키는 사람은 '지워/옮겨/넣어' 와 같이 간단하게 던질 수 있지만 만드는 사람입장에선 오늘 밤도 뜨겁게 불태울 수 있는 액션스릴러물이 될 수도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사 참..대박사건이다 진짜물론 일은 해야합니다. 그러니 밤을 새든 어렵든 쉽든 복잡하든 많든 적든 정당한 요청이면 하는 게 맞아요. 저런 요청을 하지 말란 소린 절대 아닙니다.당연히 수정피드백이나 추가요청은 하셔야 해요. 단!이런걸 요청할 때 뒤에 이상한 말을 덧붙이지 않는 걸로 손가락 걸고 약속복사코팅팩스공증!그냥 간단하게 말하는게 좋아요."중앙에 회사소개문구를 왼쪽정렬로 맞춰주시고 위치도 왼쪽에 맞춰주세요. 언제까지 될까요?""음, 3시간 정도 필요해요.""약간 아슬아슬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2시간 안엔 어려울까요?""해볼께요.""감사합니다."라고 깔끔하게 대화하시면 됩니다. 넘겨짓고 단정짓고 판단하는 건 꼭 일이 아니더라도 어떤 대화에서건 중요한 법이니까요. 찡긋.
조회수 1163

정책 콘텐츠 디자인하기 - Spoqa Policy 작업기

안녕하세요. 스포카 Product designer 박지선입니다.Spoqa Policy가 최근에 런칭되었습니다. Spoqa Policy는 spoqa의 정책과 약관을 볼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기존의 스포카 약관 및 정책 페이지는 효율적인 업데이트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이트가 필요했습니다.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공유합니다.정책이란 무엇인가서비스 사용자로서 정책 콘텐츠는 무관심의 대상 혹은 귀찮은 존재입니다. 솔직히 저는 서비스 가입 시 읽지도 않고 동의한다고 체크박스를 클릭한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약관 및 정책은,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사이에 일어나는 정보를 주고받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약속을 서술한 것입니다. 또한, 법적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문서입니다. 그 중요성에 비해 한국에서는 별도의 정책 사이트를 가진 곳 혹은 다른 메인 페이지들과 비교하여 공을 들인 곳은 드물었습니다. 읽을 수 있는 콘텐츠로 존재하기보다는 서비스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성격의 아이템으로만 보였습니다.정책 콘텐츠 디자인의 역할은?(법적으로) 중요하지만 (시각적으로) 중요함을 놓치고 있는 정책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더 취지에 맞게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이 생겼습니다. 우선 약관과 정책이 무엇으로 정의되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서치 중 이 고민의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정책 콘텐츠 디자인은 단순히 정책 내용을 표기해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정책들이 바탕이 되어 개인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고, 모은 정보가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사용되며, 사용자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내포하여 전달해야 합니다. 즉, 이해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로 보이도록 디자인해야 한다는 말로 줄일 수 있겠습니다. 지면 관계상 양이 굉장히 많아서 혹은 전략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스포카 정책에서는, 웹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정책 콘텐츠는 조항의 나열이기 때문에 일일이 읽으면 굉장히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해하기 쉽게 콘텐츠 가공을 많이 가하면 유지보수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러므로 요약하여 제공해주어야 합니다.500px와 Pinterest에서는 이를 충실하게 따랐습니다. 확실히 요약문만 읽어도 약관/정책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사용자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개선점 파악하고 CSS로 해결하기이번에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마치고 나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주요 개선점과 해결방향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1. 처음부터 끝까지 타이포그라피콘텐츠 특성상 9할 이상이 텍스트이기 때문에 타이포그라피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정책 콘텐츠라고 특별한 타이포그라피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올바른 타이포그라피의 조건들을 충족시켜주면 됩니다.글자 크기 (font-size)기존에는 글자가 작아 제대로 읽기 어려웠고, 모바일앱 등 다양한 스포카 제품의 스크린 크기에 대응하기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 글자는 장식으로 의도한게 아닌 이상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읽기 쉬운 크기이되 방대한 텍스트량을 고려하여 글자 크기를 정하였습니다.글자 두께 (font-weight)당연한 이야기지만 같은 글자 두께로만 이루어져 있으면 단어 식별이 어렵습니다. 정책 이름, 조항 이름, 조항 세부 내용 등 텍스트 성격에 맞게 글자 두께를 스타일링했고, 내용 파악에 용이하도록 했습니다.글줄 길이 (line-length)웹에서 글줄 길이라고 하면, 글줄 길이 = 콘텐츠 너비 = container 박스의 너비입니다. 기존에는 글줄 길이가 길어서 읽기에 부적합했습니다. 게다가 정책에는 여러가지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하여 읽을때 눈의 피로도가 가중됩니다. 그래서 읽기 쉽도록 콤팩트한 길이로 너비를 줄였습니다.리스트 스타일 타입 (list-style-type)앞서 말했듯이 정책 콘텐츠는 조항의 나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ul(unorderd list), ol(ordered list), li(list)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존에는 리스트 스타일 순서가 국가별, 정책 별로 중구난방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정책에서는 두번째 위계의 리스트가 upper-latin(대문자)으로 나오는데 다른 정책에서는 decimal(십진법 숫자)로 나오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정책이든 일관된 순서로 리스트 스타일이 적용되도 어색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했습니다. 그 중 첫번째 리스트 다음에 나오는 두번째 ol의 li는 첫번째 리스트보다 위계가 높아보이지 않고 웹페이지가 아닌 종이 위에 옮겼을 때에도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lower-latin(소문자)으로 선택했습니다.줄바꿈 (word-break)다행히(?)도 아직 스포카에서 운영하는 제품은 한국, 일본 두 나라에서 운영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나라의 언어 체계도 신경써야 했습니다. 두 언어의 띄어쓰기 규칙이 다르다는 점이 좁은 너비의 화면에서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에서는 각 단어간 띄어쓰기를 원칙으로 하지만 일본어는 띄어쓰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CSS에서 word-break 단어 중간에 줄바꿈을 어떻게 하는지 설정하는 프로퍼티입니다. 여기에 break-all을 지정하면 단어 중간에 줄바꿈이 됩니다. 반면 keep-all은 단어 중간이 잘리면서 줄이 바뀌는 현상이 없습니다. 이를 이용하여 한국어는 keep-all 속성을 적용해서 오른쪽 흘림의 장점이 드러나도록 했고, 일본어는 break-all로 지정하여 일부 문장의 길이가 container 너비를 넘어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좌. {word-break: break-all;} 한 일본어 | 우. {word-break: keep-all;} 한 한국어2. 정책 콘텐츠 디자인 후처리의 한계기존에는 웹페이지 임에도 불구하고 링크가 링크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텍스트로서 단순 줄글 나열에 그치고 웹이라는 도구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들에 별도로 anchor 처리를 했습니다. 더불어 정보가 잘 읽히기 위한 약간의 시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마냥 딱딱하게 보이지만은 않도록 스타일링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문서가 수정되고 웹페이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별도의 스타일을 지정하는 것은 꽤나 수고스러운 지점이었습니다. 별도의 스타일을 부분적으로 일일히 지정하여 정책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질 수 있겠지만 유지보수 비용이 높아지고,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콘텐츠가 아니다보니 효용성에서는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최소한의 후처리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마치며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운 것들 중에 막상 사정상 프로젝트 내에 실행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은 아쉬웠지만 평소에 생각해볼 일이 없던 콘텐츠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고민해보는 그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남들은 깊이 고민해볼 수 없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들인데 국내에도 이런 작업기가 실무자 사이에서 많이 작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감사합니다.#스포카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팀 #인사이트 #업무환경 #프로젝트 #협업 #CSS
조회수 6165

신규 입사자를 위한 웰컴 키트 제작기

안녕하세요. 스포카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유진입니다. 여러분은 웰컴 키트란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웰컴 키트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담은 키트로, 기업에 새로 입사한 사원을 환영하는 동시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얼마 전 스포카 디자인팀 또한 웰컴 키트를 제작해 사내에 배포했는데요. 웰컴 키트를 제작하게 된 과정과 그 속에서 느낀 점을 공유합니다.           새로운 스포카 사무실 입구 전경     2018년 10월 22일, 스포카는 약 3년간 정들었던 선릉역을 떠나 역삼역 근처에 있는 새 사무실로 이전했습니다. 인테리어가 거의 되어있지 않던 이전과는 달리, 스포카의 색을 담은 공간이 되기 위해 크고 작은 부분을 신경 써서 인테리어를 진행한 사무실입니다. 덕분에 그 동안 스포카가 거쳐온 여섯 곳의 사무실 중 가장 멋지고 스포카다운 사무실이 되었는데요. 이러한 이전은 단순히 공간이 변한 게 아니라,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캐리 프로토콜의 서포터로서 영역을 넓히는 등 스포카의 성장과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스포카 디자인팀은 이런 사무실 이전에 맞추어 사원들에게 선물 같은 무언가를 주고 싶었고, ‘스포카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굿즈’를 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모두에게 의미도 있고 최근에 늘어난 신규 입사자를 위한 키트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존에도 신규 입사자에게 굿즈를 주곤 했지만, 오래전에 만들었거나 파이콘 같은 개별 행사를 위한 굿즈들이 대부분이라 모아놨을 때 통일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새로운 굿즈 키트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예산별로 제작이 가능한 굿즈 조합을 짜보았습니다.  어떤 굿즈를 제작할까?  웰컴 키트에 어떤 굿즈를 넣을지 선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지금이 굿즈의 시대라지만, 오히려 많은 굿즈가 범람하는 만큼 차별화되는 지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일단 디자인팀이 웰컴 키트에 바라는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긴 크리에이터, 밖에 있는 시간이 긴 사업본부 등 다양한 직군의 스포칸 모두에게 쓸모가 있어야 한다.   회계팀과 협의하여 설정한 예산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한 굿즈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무료로 배부하는 판촉물 느낌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와 같은 조건을 바탕으로 먼저 가능한 한 많은 굿즈들을 떠올려보고, 종류별로 구분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다른 기업에서 제작했던 웰컴 키트에 대한 리서치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생각나는 굿즈 리스트를 죽 적어놓고 나니 크게 인쇄물, 문구/사무용품, 생활용품, 그리고 키트를 포장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떠오르는 굿즈를 많이 적어놓긴 했지만 그 중 몇몇을 선택해 새로운 구성을 만드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총 예산을 바탕으로 키트에 어떤 굿즈를 넣을지 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굿즈의 대략적인 가격대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꽤 오랜 시간 10여 개가 넘는 굿즈의 판매 업체를 찾아보고 가장 적절한 가격대를 조사했습니다. 또한 이전에 제작했던 굿즈들을 함께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에 거기에 어울리는 굿즈가 무엇일지도 함께 고려해야 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각 굿즈별로 제작 업체와 최소 수량, 최종 견적 및 웹사이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습니다.            여럿이 동시에 리서치를 진행하며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 만든 구글 스프레드 시트     이렇게 각 굿즈의 대략적인 가격대를 파악하고 나서야 이를 조합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비록 제안 단계지만 최대한 웰컴 키트가 완성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각 굿즈의 디자인을 미리 완성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제품 이미지에 디자인을 합성해보며 실제로 제작되었을 때 디자인 의도가 잘 반영될 수 있을지도 꼼꼼히 검토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동안 찾은 레퍼런스들과 가격대를 함께 명시해, 보다 구체적인 제안서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팀 내외에서 여러 번 회의를 거쳐 웰컴 키트에 들어갈 굿즈가 정해졌고, 디자인팀은 본격적인 굿즈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이제 주문만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기뻐했지만 그 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아직 전체 과정의 반의 반도 오지 못했다는 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지는 계기  웰컴 키트에는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에 로고와 브랜드 컬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마련입니다. 사실 스포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가이드라인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정립되어 있는 기업 중 하나여서 컬러 등을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포카에서 제작한 폰트인 ‘스포카 한 산스’의 경우,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기보다는 잘 읽히는 데에 초점을 맞춘 폰트이기에 굿즈 디자인에 활용하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이전에 제작한 점주를 위한 웰컴 레터에 쓰여있는 ‘WELCOME!’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본래는 도도 포인트를 처음 사용하는 점주를 환영하는 인사말이었지만, 이를 웰컴 키트에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같은 폰트를 사용하면 스포카에서 제작한 여러 굿즈의 무드를 통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므로, Futura Heavy 를 프로젝트의 메인 폰트로 정했습니다.            김동휘 디자이너가 제작한 점주를 위한 웰컴 레터     아이덴티티가 될 색상과 폰트도 정했겠다,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진행하려 하는데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굿즈에는 해당 기업의 대표적인 슬로건을 넣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나타내기 마련인데, 굿즈에 넣을 슬로건이 부재했던 것이죠. 사실 스포카에 공식 슬로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대표 슬로건을 확립하려 했고 이로 인해 여러 번 슬로건이 바뀌었지만, 현재의 스포카를 나타낼 뾰족한 슬로건이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포카를 가장 잘 아는 건 스포칸이라는 생각에 사내 설문을 돌려 가장 적절한 슬로건을 추천받았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간결하고 스포카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Always Evolving’을 메인 슬로건으로 삼기로 했고, 이 슬로건을 스티커와 머그컵 디자인에 활용했습니다.            슬로건 선정을 위해 돌린 사내 설문     이런 긴 과정을 거쳐 드디어 스포카 웰컴 키트가 완성되었고, 덕분에 새 사무실 첫 출근날 모두에게 웰컴 키트를 선물처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완성된 웰컴 키트는 스포카를 대표하는 블루 컬러와 화이트 컬러의 박스가 겹쳐진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포장된 박스를 화살표 방향에 따라 열면, 두 개로 나눠진 박스가 책꽂이로 탈바꿈합니다. 책꽂이를 나란히 세우면 앞면에 쓰인 텍스트가 ‘dodo point’로 연결되어 어떤 순서로 놓아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박스 안을 살펴보면 대표 캐릭터인 ‘푸이’와 기업 슬로건이 자수로 새겨진 저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적당한 두께감으로 어느 계절에든 입을 수 있고, 그레이 색상으로 너무 어둡지 않으면서도 때가 잘 타지 않습니다. 사용빈도가 높은 머그컵에는 저지에 쓰였던 슬로건을 좀 더 귀여운 글씨체로 변형해 사용했습니다. 옆에 놓인 폴더 안에는 환영의 인사말 담긴 웰컴 레터, 동료에게 쓸 수 있는 식사 및 커피 쿠폰 그리고 스티커가 담겨 있습니다. 스티커는 슬로건을 포함한 여러 진취적인 문장들과 기존 캐릭터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웰컴 키트에 포함된 책꽂이 박스, 머그컵, 저지 등은 많은 스포칸에게 사랑받았고, 사무실 풍경을 스포카의 색으로 채우는 데에 일조했습니다.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여 만든 굿즈를, 바로 옆자리 동료가 매일매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저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뿌듯하고 귀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모든 서비스는 만든이를 닮는다  브랜딩의 관점에서 웰컴 키트는 그저 단순한 굿즈의 모음이 아닙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신규 멤버가 회사에 안착하는 것을 도와 더 나은 협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인터널 브랜딩의 일종입니다. 예를 들어 스포카 웰컴 키트 안에는 ‘같이 커피 한 잔 / 점심 한 끼 하실래요?’라는 문장이 적힌 쿠폰이 들어있습니다. 선뜻 먼저 말을 걸기 어려운 신규 입사자가 다른 스포칸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계기를 만들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의미하는 문구 ‘Always Evolving’은 스포카라는 회사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사무실에서 매일 사용하는 머그컵이나 저지는 자연스럽게 팀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줍니다. 이에 더해 스포카에서 시행하는 리모트 근무 제도나 닉네임 사용 같은 수평적인 사내 문화 등이 모여 종합적인 인터널 브랜딩을 구성합니다. 이렇게 내부에서부터 단단하게 다져나간 브랜딩은 서비스 자체의 브랜딩 확립에도 도움을 줍니다. 모든 서비스는 바로 그 서비스를 만든 사람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웰컴 키트란 외부에 공개될 일은 별로 없는 데에 비해 제작 비용은 많이 드는 편이기에 ‘굳이 저런 걸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가꾸고 키워나가는 것이 바로 브랜딩에 대한 투자이며, 해당 기업이 브랜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판단하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브랜딩이라고 하면 대외적인 이미지처럼 바깥쪽을 향한 브랜딩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회사와 프로덕트에 가장 큰 믿음이 필요한 사람들은 바로 그걸 만들어가는 내부의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구글이 발표한 ‘성공적인 팀의 5가지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이었다고 합니다. 팀에 대한 믿음과 소속감이 업무 퍼포먼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죠.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자신이 속한 곳 그리고 자신이 만드는 것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있어야 좋은 프로덕트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글을 마치며 웰컴 키트의 전체적인 모더레이션을 맡아주신 강영화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많은 스포칸이 애용하는 저지 디자인을 맡아주신 박지선 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귀여운 스티커 제작에 도움을 주신 김민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굿즈를 만들며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마다 스포카 디자인팀이 도움을 주셨기에 웰컴 키트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웰컴 키트를 사진으로 볼 수밖에 없어 아쉬운 분이 있다면 하단의 채용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스포칸에게는 웰컴 키트가 무료로 지급되니까요!  그럼, 미래에 웰컴 키트를 제작하느라 막막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웰컴 키트 디자인    모더레이션 : 강영화디자인 : 이유진, 박지선디자인 도움: 김민지   사진: 김진솔
조회수 809

브랜딩 용어사전: ‘좀 더 잘’은 얼마나 ‘잘’인가

이제 마지막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적을 건 아니고... 이제껏 했던 내용들을 한 번 총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써놓고도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다시 정리된 내용들도 있더라구요. 주로 일을 하면서 쓰는 터라 새로운 일과 경험이 쌓일때마다 또 '그게 아니었구나....' 하면서 수정하고 바뀌는 경우들이 주로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도 몇 달 지나면 또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조금은 바뀔 수도 있겠죠? 얼른 여러가지 사건(=일)이 생겨서 빨리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전세집을 구하고... 책상도 사고..침대도 사고...긁적브랜딩이라고 하는 것은?원래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어떻게 뭐..이렇게 하거나, 연합을 구축하거나, 기업과 고객간의 관계를 재규정하거나 뭐 기타 등등...논문과 학술지, 전문가님들의 정의들이 우르르 많지만 제 생각엔 실무자에게 있어 브랜딩이란... 네, 그것은 원래 하던 것을 더 잘하는 겁니다. 뭔가 새로운 영감이 떠올라서 갑자기 일을 우르르 벌리는 것이 아니구요. 브랜딩회의는? 업무분장과 예산, 디테일의 삼박자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 중 대부분은 업무분장과 예산, 디테일에서 망하더라구요. (뭐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예산의 문제가 크겠죠.)슬로건이란?슬로건은 우리 회사가 하는 일과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을 10글자 내외로 설명하는 겁니다. 그 중 '가치'라는 단어를 빼셨으면 합니다. 그건 회사의 정의 그 자체이니까... '역전 앞' 과 같은 표현이랄까요.보일러플레이트란?회사소개란 얘기죠. 슬로건을 조금 풀어서 우리는 어떤 기업인데,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이것이 너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지를 설명하는 3줄 남짓의 텍스트를 말합니다. 중요한 건 3줄의 말이 모두 똑같은 얘길 3번 반복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점입니다.회사소개서란?20페이지 남짓의 PPT로 만들어진 분기별 일거리입니다. 주로 마케터나 디자이너가 만들더군요. 스타트업은 한 달에 한 번씩 바뀔 때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앞단에 1,2페이지로 비지니스모델과 매력포인트를 몰아넣고 끝내는 게 좋습니다만... 주로 20페이지 내내 비슷한 얘길 반복하고 있죠. 주로 사람들은 20페이지를 챕터별로 쪼개서 3페이지는 회사소개, 비전/사업히스토리 소개/서비스소개로 쓰고 간지를 하나 넣은 후 사업영역3개를 5페이지씩 쓰면 되겠지? 라고 생각합니다만...현실적으론 20페이지를 끝까지 정독하는 경우는 없습니다.브로슈어란?브로슈어는 통독용입니다. 그걸 자세히 읽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개서도 마찬가지이고, 사실 리플렛도 그렇고...생각해보니 대부분 그렇군요. 일단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은 나머지 뒷부분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지니는 이들은 실제로 구매욕구가 있는 이들이죠. 그러나 이건 표지, 최초3페이지에서 후킹이 되었을 때 얘기입니다.브로슈어는 기본적으로 잘 읽혀야 합니다. 정보를 막 때려박는 게 아니죠. 단언컨데 브로슈어에 텍스트와 그래프, 대충찍은 이미지가 가득하다면 그건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하나님은 실존하는가?" 정도의 리플렛과 비슷한 운명이 될 지 모릅니다.리플렛이란?리플렛은 더 브로슈어보다 더 대충 읽히는 자료입니다. 더 짧고, 더 강렬하고, 더 필요한 것들만 가득해야 합니다. 사업의 모든 영역을 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용도가 아니라,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고 더 알아보고 싶게끔 매력을 뿜어내는 게 리플렛입니다. 그러니까 리플렛에 뭔갈 쏟아붓는 행위는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상대방이 자신의 치과이력과 어릴 적 예방접종 맞은 주사이름까지 쏟아내는 것과 같습니다.브랜딩이 잘 되었다...의 의미는?그그..거기 뭐더라? 거기 그거 되게 잘하는 곳 있는데. 기다려봐 찾아볼께. 어디였지?라는 소리가 나오면 최고의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이나 로고같은 건 어렴풋이 기억나도 됩니다. 그런거 일일이 다 각인시킬 필요없습니다. 그곳을 찾고, 알려주고 싶어서 직접 구글을 켜거나 페이스북 앱을 켜서 스크롤을 마구 올리며 찾게만드는 힘.. 이 훨씬 중요하죠. 그런 이미지. 그런 느낌. 그런 경험이 더 중요해요.그렇게 되려면?단정짓긴 어렵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브랜딩의 요소는 디테일입니다. 그런 이미지와 그런 느낌은 멋진 광고와 사은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스치는 인사, 환불절차, 문자메시지 하나, 매장의 점원, 제품의 배송상태 하나하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실무자는 어디서 공부해야할까?브랜딩을 따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더라구요. 그걸 체계적으로 알려준다고 해도... 사실 너무 케바케인터라 성공사례 몇개를 주루룩 보여주면서 이런 레퍼런스가 있어~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은 네가 알아서 하는거야!~ 라는 식의 책들이 너무 많아서 답답하더군요. 실무자는 현장에서 공부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매장이 있는 회사라면 매장에서 직접 고객들의 행동을 보는 거고, 앱을 만드는 회사면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직접 관찰하고 지켜보는 겁니다. 서베이도 중요하지만, 사용자들의 표정/행동/고민 등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느낄 수 있는 현장만큼 중한 것은 없는 듯 합니다. 그냥 책상에서 브랜딩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었습니다.브랜딩은 꼭 필요할까?브랜딩의 의미가 회사소개서와 로고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아니요' 입니다. 하지만 하던 일을 더 멋지게 잘 해내는 것..이라는 의미라면 필수입니다. 사실 로고나 소개서나 슬로건 이나....이런 건 딱히 필수적인 게 아닙니다. 없어도 됩니다. 그런거 없어도 훌륭하게 열심히 고객들의 찬사를 받으며 일하시는 대표님들이 널렸더라구요. 책에 나오는 회사의 목적, 비전, 왜 사업을 하는 지 why...를 맨날 찾으라고 하는데 그것도 굳이 안찾아도 됩니다. 성실하게...진심을 다해서 우직하게 본인의 업에 충실하시면 됩니다. 브랜딩은 '하는 게' 아니라 '되어지는 것' 입니다. '카페, 진정성' 의 김대표님이 비전을 세우고 why를 찾아가며 밀크티를 만든 게 아닙니다. 브랜딩은 신뢰와 꾸준함이니까요. 그동안 20화에 걸쳐서 요즘 핫한 키워드인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실무자들을 위한 브랜딩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노력이 좋은 결과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현장감 넘치게 써보려고 하였으나 그럼에도 주제가 주제인터라 여전히 뜬구름은 아니었는지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 아주 개인적인 관점이 많습니다. 저는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막 어마무시해지고 무슨 만능열쇠처럼 그려지는 게 못마땅한 사람이니까요. 원래 브랜딩은 기본중에 기본이고, 당연히 모든 회사는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경험을 선사하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 좀 더 집중하고 잘 만들어내는 게 브랜딩이지요.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이미지를 만들지는 컨트롤하려고 노력할 뿐 최종적인 결정권은 소비자들 자신에게 있습니다. 사실 좀 무책임하게 들릴 순 있겠으나... 진인사대천명이란 다소 뻔한 고사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이번 매거진에서 하고싶었던 얘기가 있습니다. 브랜딩이 무용하다거나, 전략에 대한 회의론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수많은 브랜딩전략은 나름의 이론적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정립된 가치있는 결과물입니다. 때문에 전략과 방법론에 대한 이해와 공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일부... 그러한 지식과 전략만이 전부인 것 처럼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싶었고, 나아가 해당 지식이 왜곡되거나 단순히 특정부분만 부각되어 '서로가 힘든' 업무로 변해버리는 것을 더더욱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분명 브랜딩은 실무자입장에선 '업무' 입니다. 그러나 어떤 업무가 될 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지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지요. 그리고 대표 혼자서도, 특정 직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브랜딩만큼 모두가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하는 영역도 드물죠. 하지만 가치있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내가 속한 곳의 이미지를 바로 세우고, 많은 사람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니까요. 기왕 하는 일이라면 좀 더 '서로가 편한' 일이었으면 좋겠고, 들인 시간과 노력의 도착지가 우리가 원했던 그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실무자분들과, 그들과 함께 브랜드를 키워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잠못드는 대표님들을 응원합니다.부족하고 편협한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조회수 2612

저도 브랜딩전문가가 되고싶어요!(for 대학생님들)

대학교 4학년님들. 곧 사회에 첫 발을 디디는 분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몇 번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재미가 있었죠. 당장 일주일뒤에 입사하는 분들인지라, 궁그미가 폭발하는 초롱눈빛광선을 쏟아내서 심장폭행을 당했습니다. 느아아아앗!!초..초롱눈빛광선이라니!!!!! 크헙!어떤 직무들을 선택하셨는지 살펴보니 대애애애애애부분, 마케팅/브랜딩/기획자를 꿈꾸고 있더군요. 줄여서 "마브기"라고 하겠습니다. 이 마브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뭔가 열정이가 넘치고 내 손으로 뭔갈 해보고싶은 강렬한 욕망이 두 눈에 이글거리는 사람들이었죠. 그 광선으로 심장을 맞았으니 얼마나 거친 강의였겠습니까.하지만 가슴이 아픈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단순히 초롱눈빛광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기도를 타고 폐부로 고구마가 느껴지면서 폐정맥이 텁! 막히는 느낌이 동시에 들기도 했습니다. 고구마가 탄생한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이었습니다.---------------------------------------------------------------------------------------------------------------------------------------나 :"브랜딩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초롱이들 :"알리는거요!""회사를 유명하게 만드는거요!""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거요""애플이요!""스티브잡스요!"나 : (크게 당황하며)"음 그래, 그럼 브랜딩 직무에선 무엇을 할 것 같아요?"초롱이들 :"기획이요!""분석하는거요!""SNS플랜짜는거요!""엄청 멋진 일이요!"---------------------------------------------------------------------------------------------------------------------------------------아하....그 때 깨달았습니다. 이..아이들..혼또니 순수하다!!!...그렇군.그래서 오늘은 대학생님들. 그러니까 브랜딩/마케팅 등 관련 직무를 꿈꾸는 대학생님들을 위해서 이것이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디테일한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팩폭이 가끔 등장할 수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헤헷------------------------------------------------------------------------------------------------------------------------------------참고로 전 비쥬얼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회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눈에 보이는 것들' 을 만들죠. 그러나 비단 이것만이 브랜딩은 아니므로,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조금 건드려보겠습니다. 제가 겪어보지 않은 놀라운 브랜딩의 세계도 존재하므로 제가 말하는 것이 진리는 아니며, 항상 모든 일은 케바케이므로 조상3대의 공덕과 100일새벽기도를 병행하며 입사/창업준비를 하시는 것이 옳다고 여겨집니다.브랜딩이 뭐냐 뭐 이런 질문과 대답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궁금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서 제가 썼던 다른 글들을 읽어보시면 지겹도록 들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를 좀 주로 다루겠습니다.1. 폭풍PPT일단 마케팅과 브랜딩 막 이런 단어뽕에 취해서 우와 졸라머싰쪄!!! 라는 느낌이 충만하겠지만, 실제로 그대가 생각하는 것 만큼 이 영역은 멋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노가다고 논쟁이죠. 그 노가다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가다는 PPT작성입니다.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야하고 그것을 위해 무언가가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돈없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받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플랜이 나와주어야 하겠죠. 이것에 대한 내용을 시각적으로 바꾸고, 표로 정리하고, 레퍼런스를 잔뜩 첨부한 뒤, 액션플랜을 작성하고 세부안을 구성해서 PPT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그러니 PPT를 잘 못하는데요....라고 하면 안됩니다. :) 대학에서 안배웠지만, 졸업하자마자 잘하게되는 기적을 선보여야 하죠. 게다가 잘한다의 기준은 디자인이 아닙니다. 물론 디자인감각이 있다면 매우 훌륭하겠지만, 사실 당신은 디자이너가 아니니 굳이 그들만큼 잘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독성이나 뭐 이런거 신경쓰지말고 일단 "빨리"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모든 기획이 액션플랜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냥 빨리 만드세요. 뭘 얼마나 완벽하게 만들진 모르겠지만, 당신이 무엇을 만들어도 어차피 수정과 까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2. 폭풍전화전화를 한다는 것은 벨의 발명이후에 인류의 최대고민이자 숙제였습니다. 얼굴을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내 말로만 상대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니, 그 스킬과 난이도가 거의 '조별과제를 모두가 분담해서 열심히 하게 만드는 수준'(=불가능)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마브기는 절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습니다. 협업과 협조가 필요하죠. 사내에선 다른 팀과 커뮤니케이션해야하고, 외부에선 협력업체나 유관기관과 끊임없이 통화를 해야합니다. 물론 이것은 마브기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에서 벌어지는 공통사항이긴하나, 특히 마브기는 싹싹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해나가야 하는 것이 태반입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단순히 견적조율뿐 아니라 뭔가 미래가치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하는 것이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평소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해보는 힘을 기르도록 합시다.-'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해보자.(연습예제)1. 나 오늘 뭐 달라진거 없어? 에 대답해보자2. 나는 왜 침대를 좋아하는지 설명해보자3. 치킨브랜드별 맛의 차이와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논해보자.4. 인생은 한방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해보자.어..어...내가 좀 바쁜데....어...3. 폭풍글짓기전화못지않게 글쓰기의 힘은 엄청납니다. 신에게서 글쓰는 재능을 받은 기억이 있는지 태초의 기억을 되새겨보도록 합시다. 만약 그런 기억이 없다면, 진로에 대해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는 그런 재능이 있는 지구상의 몇 안되는 종족을 찾아나서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마브기에 있어서 글은 기획안을 써내는 데에 필수적입니다. 또한 메일링에서도 필수죠. 기획안을 썼으면 중간보고, 회의록, 결과보고를 써야할 것이고 중간에 발생하는 각종 보고서, 설명글, 보도자료 등등...글쓸 일이 당신의 상상을 초월하며 우주를 뚫는 수준입니다.기획안을 쓰는 방식에 대한 테크니션적인 부분들은 보통 인터넷이나 서점에 널려있습니다만, 정작 그 책을 암만 읽어도 내용을 채울 수가 없어서 어버버버 하는 경우가 대다숩니다. 길게쓰는 것이 어렵다구요? 아닙니다. 짧게쓰는 것은 그 수천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글짓기에 억겁의 세월이 걸린다면 그것은 재능이 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마브기는 시간싸움입니다. 빨리, 제대로, 딱딱딱 움직여줘야 가능하죠. 그 속도에 맞추려면 후루룩!! 써내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연습을 통해 이루어지긴 합니다만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시간과 고통을 각오해야할 것입니다. (안된다는 말이죠.)분명..한글인데...못쓰겠어..4. 존심은없다본인의 컨텐츠를 열심히 마브기해서 자립할거야!! 라는 생각은....물론 굉장히 좋은 생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대부분의 마브기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의해 진행됩니다. 이 말인즉슨 당신이 아무리 책에서 읽고 공부하고 네트워킹파티에서 강연을 듣고 오만난리를 다 부려도 결국은 클라이언트의 오퍼가 최우선이란 얘깁니다. 물론 이게 맞고 이건 안된다라는 '제언' 정도는 할 수 있겠으나 그게 통할 가능성은 꽤나 희박합니다. 아시다시피 대학생님들은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할 것이고, 경력이나 레퍼런스도 없습니다. 똑똑하고 박학다식하지만 마브기는 대부분 현장중심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부수기가 여긴 쉽지 않습니다. 뭔 말을 해도 통하지도 않고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하루에 6000번 정도 든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존심은 당분간 금고에 넣어놓으시는 게 좋습니다.5. 아무말아무일마브기의 세계는 대혼돈의 5호16국시대와 흡사합니다. 서로가 너무 뭔가를 잘 알고 있기에, 각자의 경험과 지식이 맞다고 우겨대는 곳이죠. 널린 정보와 서적들 덕분에 거의 대부분은 어느정도 노력만하면 대충 전문용어써가며 있어보이는 척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정말 먹힐 것이냐는 오롯히 실무자의 몫이죠(실무자=당신). 이런 컨셉으로 가자! 이런 방향으로 가자! 라는 말을 하기는 참 쉽습니다. 왜냐면 그에 수반되는 각종 잡무와 필요한 자료들은 어차피 '당신'이 할 몫이기 때문에 결정권자들은 그냥 아무말을 하죠. 하지만 실제 일을 하다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모순되어 말이 안되는 경우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습니다.폴더를 옮기고서류파일을 정리하고양식을 만들고보도자료 쓰고기자와 통화하고메일보내고기획안쓰고회사제안서도 만들고홍보문구도 써야하고고객들 설문도 하고페이스북카드뉴스도 만들고자료도 찾아야하고저작권도 알아봐야 하고업체도 알아보고견적조율도 해야하고지출결의서도 써야하며내 책상도 정리해야하고밥도 먹어야하는데미팅보고서도 써야하고간담회도 만들어야하고행사장도 대관하고배너도 만들고내부양식도 정리하고트렌드조사도 하고이벤트도 해야하고스폰서드광고관리도 하고....당신은 큰 일 작은 일 할것없이 거의 전사적으로 잡다한 일들을 도맡게 됩니다. 브랜딩. 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해요. 마브기는 전방향적으로 회사에 대한 인지도와 인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걸 고작 1,2명의 담당자가 한다?....라는 것 자체가 일단 말이 안되지만 그렇게 채용을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해라. 라는 의미와 비슷하달까요. 그러니까 이것은 거의 '기타업무' 와 같습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하면서 페이스북좋아요도 50,000으로 만들어놔야하고, 판로도 개척해야하고 제휴도 맺어야하고 블로그도 일방문자1,000을 만들어야하죠. How to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겁니다. 사실 그들도 못했던 것이니까요. 되게 멋진 이름과 그럴싸해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추상적'인 단어들입니다. 마브기는 그 대표라고 할 수 있죠. 마브기는 애시당초 탄생자체가 발로뛰고 몸으로 움직여서 회사를 알리고 조사하고 현장에서 뒹구는 직무입니다. SNS채널이 생기고 온라인작업들이 많아지면서 뭔가 혁신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해진 것 같지만, 본질은 똑같습니다. 이마에서 땀을 흘리냐, 손에 땀이 차냐의 차이랄까요?환상을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마브기는 여러분이 책에서 보던 그런 것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것입니다. 어쩌면 맥락도 뭣도 없는 잡무에 가까운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책에서 그렇게 많이 언급하던 '가치' 라는 단어는 온데간데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죠.정신차렷--------------------------------------------------------------------------------------------------------------------------------------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마브기를 해야겠어!! 라고 한다면 다음의 세 질문에 답을 하고 시작해보세요.1. 왜요?2. 어떻게요?3. 왜 그걸 당신이 해야해요??가치있는 일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니까요!! 라는 대답말고. 정말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답변을 해보세요."전 여기서 영상컨텐츠제작과 이것을 유튜브채널로 운영했을 때 생기는 배리어를 파악하고, 그 해결방법을 모색해보고싶어요. 특히 30대여성 대상으로 한 영상컨텐츠의 특징과 그 반응들을 살펴보는 것이 주목적이예요.. 이것을 기반으로 추후에 여행영상 페이지를 운영할 때 프로세스를 분명히 잡고 극복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만들고 싶거든요.""일단 제가 생각하는 10가지 컨셉을 하나하나 실험해볼 계획이예요. 그래서 각 컨셉별로 데이터를 분석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컨텐츠들 중 잘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표로 정리해볼 거예요. 가능하다면 추후에 30대 여성들의 여름휴가를 타겟팅한 여행영상공모전을 기획해봤으면 좋겠어요.""여행동영상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특히 저는 우리나라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래서 남들이 여행지로는 적합하지 않다고하는 우리나라 여행지들을 알리고 트렌디한 여행컨셉을 만들어내고싶어요. 해외의 유명 트레킹코스만큼 유명한 트레킹코스도 만들고싶구요. 전 어릴적부터 혼자거의 전국을 여행다니곤 했는데 그 레퍼런스를 꼭 살리고 싶어요."적어도 이 정도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꿍꿍이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그냥 멋있어보여서요. 뭐 가치..사회적문제 이런 얘기 하지말고.이 질문에 답이 나왔다면, 아래의 것들을 실천해보셨으면 좋겠어요---------------------------------------------------------------------------------------------------------------------------------------1. 마브기는 이빨까는 게 아니라 현장과 결과로 승부하는 곳입니다.뭐든 프로토타입을 만드세요.판매쪽에 관심이 있다면 실제로 10,000원어치의 물품을 편집샵에서 구매한 뒤에 본인의 SNS로 다시 팔아보세요. 그리고 이윤을 남기세요!디자인쪽에 관심이 있다면,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수제캔들의 리플렛이라도  만들어서 뿌려보세요.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보는지 그걸 먼저 파악하셔야 해요. 실제 내가 만든 디자인과 굿즈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꼭 인쇄까지 가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온라인컨텐츠라도 만들어서 여러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보셨으면 해요.SNS에 관심있다면 당장 페이지만들어서, 시즈너블한 뉴스들 정리해서 올리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좋아요 1,000을 만들어보세요.글을 쓰기로 했으면 브런치든 콘텐타든 가입해서 아무 글이나 일단 10개 이상 올려보세용.오프라인행사를 하고싶다! 하면 2명이든 3명이든 당장 주말에 지인들부터 모아서 주제잡아서 독서든 스터디든 진행해보는거예요.이게 안되면, 사실 마브기에 발을 들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브기의 직무는 대부분 '내가 알아서 하는 것' 이 많답니다. 신입사원입장에선 거의 미쳐버릴 일이죠. '내가 알아서 하려면' 해본 게 있어야 레퍼런스가 되거나 기준점을 잡을 수 있어요. 아무 프로토타입이 없다면 엄청난 막연함에 압도당하고 말거예요.2. 시작과 결과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남기세요.우왕!!해봤더니 이렇더라!!...라는건 본인만 알고있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 대한 모든 기록을 철저하게 어디에든 남기세요. 그래야 포폴도 되고, 레퍼런스로도 효용가치가 있습니다. 이 기록이 없다면 추후에 입사지원할때도 아무말도 할수가 없어요. 사진자료든 기획안이든 뭐든 가지고있어야 해요. 본인의 SNS에 하나하나 올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워낙 흩어져버릴 가능성이 높으니 워드나 PPT로 하나하나 정리해서 파일링 해놓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정말 ! 꼭! 제발!....저는 이 기록들이 없어서 진짜 땅을 치고 후회한 케이스인지라..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시길바라요!3. 강의들으러 다니지말고, 자신의 색깔을 키우시길막 카카오대표님, 배민대표님의 강연 듣고 우왕우왕!!!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휩쓸리지 마세요. 대부분 마브기계통의 사람들이 하는 말들 중 '자기의견'이라고 할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미 대세론으로 자리잡힌 대부분의 '구글에서 찾으면 나올만한'전략들이 대부분이죠. 내가 아직 전문가는 아니므로 나만의 이론을 구축하거나 그러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색깔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합니다. 처음엔 잡다한 온갖 일에 치여지내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선호하는 채널과 마브기하는 방법들이 잡혀가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은 현장체질이라 발벗고 뛰는 걸 선호하고, 어떤 사람은 필력이 쩔어서 글로 승부하길 좋아하죠. 내 역량과 재능에 맞는 색을 잡아가시는게 먼저입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브기의 핵심은 전문용어를 지껄여대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결과를 내는 것이고, 그 이유가 명확해야하는 것이죠. 그러니 말잔치에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러프한 전략을 수정해가면서 탄탄하게 다져나가는게 중요하다고생각해요. 1번을 실행하면서 서서히 그 방법들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4. 100원이라도 돈을 버세요.절대 죽었다깨어나도 꽁짜로 뭐하지마세요. 뭘 하든 이윤을 남기시길 바래요. 디자인을 했으면 디자인비를 받고, 네트워킹파티를 열었으면 참가비를 받으세요. 제품을 팔거면 무조건 이윤을 남기고, 글을 썼어도 후기공모지원을 해서 하다못해 물품이라도 협찬받으세요. 마브기는 자선사업이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결과중심적인 업무에 속해요. 이윤뿐 아니라 실제적인 이미지의 결과물도 중요하죠. 그러나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이고...현실적으로 여러분이 회사에서 일을 하려면 '이윤!!' 이 나오는 것인가?? 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그것이 입증된 모델이 프로토타입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죠.5. 공부를 위한 공부는 그만!..업무를 위한 공부에 집중!!마케팅불변의법칙부터 기획의정석까지 마브기관련 서적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요즘엔 그냥 인터넷뉴스만 잘 찾아봐도 블로그형 글들이 너무 많아서 정보를 얻고 공부할 곳들은 쌔고쌨어요. 그런 공부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되어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입사하자마자, 친절한 설명도 없이 바로 일을 해야하는 직무를 꿈꾸고 있습니다. 마브기는 교육받아서 될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니까요.여러분들의 현실은 입사하자마자 카드뉴스 만들어야하고, 포토샵다루고, 보도자료쓰고, 전화하고, 이메일을 쓰는 일입니다. 기획안도 바로 써야하고 양식정리도 해야해요. 디자인툴!!... 업무에 필요한 각종 사이트!!... 이메일쓰는법!!!... 글쓰기에 대한 스킬들!!!...이런 걸 먼저 공부하시고 연습하세요. 아시다시피 회사는 학교가 아닙니다. 입사전에 해당 툴이나 적정수준의 역량은 키워놓고 들어가셔야 여러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요.-------------------------------------------------------------------------------------------------------------------------------------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브랜딩에 전문가는 없습니다. 브랜딩이란 것은 스킬도 테크닉도 아니거든요. 그것은 통찰이나 표현, 방향과, 행동과 일관성과 같은 좀 더 근본적인 영역을 다루는 일입니다. 그래서 배워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이 하는 걸 따라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우리회사의 제품을 보고, 그걸 소비자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각.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프로세스를 순식간에 포착해낼 수 있는 논리.사람들이 말을 귀기울여 듣고 그 함의를 파악해내는 센서티브함.이런것들이 브랜딩을 성공시키는 요소랍니다. 그러니, 거창하고 크게 생각하고 자꾸 추상적인 단어들을 입에 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멋진 단어들은 위와 같은 기본적인 '기질'들과 그간의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내는 하나의 '맥락'과 같은 것일 뿐이예요. 아무 경험도 맥락도 노하우도 없는데 자꾸 '가치,가치,가치,가치'만 논하는 것은 굉장히 공허한 일이겠죠.그러니 일단은....이메일을 잘 쓰는 연습부터 시작해보도록 합시다 :)땡큐.#애프터모멘트크리에이티브랩 #브랜드 #브랜딩 #디자이너 #디자인 #마케터 #마케팅 #인사이트 #꿀팁 #조언
조회수 839

클라이언트가 내게 와인을 권했다.(feat.작업후기)

지난 2주간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서 일을 했답니다. 플젝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어요. 회사소개 문구 좀 세련되게 고쳐달라. 음...그렇습니다. 회사소개서를 만들다보면 처음 의뢰는 디자인으로 오기 마련이예요. 하지만 정작 자료를 받아보면 디자인은 부차적인 문제죠. 일단은 내용이... 뭔 말인지 모르겠어!!... 또는 노잼이야!!.. 아니면 문맥이 이상해!! 또는 상투적이야!!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 등등의 문제들이 있습니다.그래서 대부분은 텍스트부터 손대기 마련이랍니다. 이젠 익숙해져서 아예 앗싸리 처음부터 이렇게 텍스트 기획부터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프로젝트는 특이하게 디자인말고 문구수정만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디자인은 꽤나 괜찮더라구요. 다만 뭐랄까...텍스트가 지나치게 평범해서 마치 체크남방에 뿔테안경, 카키색 카고바지를 착용하고 인케이스 백팩을 맨 착한오빠 느낌이랄까요.  일단 미팅부터 진행해보고자 강남구청역으로 슝슝 달려갔습니다.1.이번 클라이언트는 와인회사였어요. 소믈리에 양성교육과 와인유통, 콘텐츠제작등을 하고 있는 곳이죠. 건물에 1층은 오져버리게 세련된 바&카페였고 2,3층 교육장이 있고, 4층에 사무실이 있고..테라스도 있고... 뭐여. 이쁘잖아? 네, 건물이 예뻤습니다. 미팅은 1층 바에서 진행했어요.보통 대표님은 내향형대표님과 외향형대표님이 있는 듯 합니다. 이번 대표님은 전자에 가까웠어요. 그리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었고 조용한 성격에 상당히 전문가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런 인상이셨죠. 하지만 정작 와인얘기가 나오면서부턴 각성한 마법전사마냥 눈이 반짝거리시더니 봇물 터져벌임.2.일단 전 와인을 1도 모릅니다. 물론 마셔보기는 했으나 이 맛이 저 맛이고 떫고 달다..정도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 네, 혀가 있다면 누구나 구별할 수 있는 그 정도의 맛만 알고있는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비싼 와인일수록 떫다....라는 뜬소문이 장착된 상태라 이마트에서 파는 8,000원짜리 기획와인이나 꼴짝꼴짝 마시는 정도였죠. 술을 즐기긴 하지만 뭔가 와인은 선뜻 혼술로 즐기기엔 좀 뭐랄까.... 선입견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이건 조낸 특별한 날에 까야해. 라는...?3.텍스트를 만들려면 일단 와인을 이해해야 했습니다. 이 술이 당최 뭔지 알아야 뭔가 구상을 하든 말든 할테니까요...그래서 일단 싸디싼 와인을 홀짝이며 와인책을 뒤적뒤적거리기 시작했어요.최근 개봉한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도 찾아 보았죠. 오우 영화가 상당히 재밌더라구요. 혹시 못보신 분들은 꼭 한 번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진심 그 영화보면 와인멍청이라고 해도 어느 순간 혜안이 열리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끝나면 와인이 땡기죠.개꿀잼입니다. 진심4.이번 컨셉은 와인은 '언어다!' 라는 컨셉이었어요. 사실 술이란 게 그렇잖아요. 소주는 소주를 마실 때 하는 대화가 있고, 맥주는 맥주 나름이 대화가 있습니다.뭔가 인생의 크으으으 쓴 맛을 느끼고 나눌 때는 소주가 제격이고...청춘의 짠내나는 한숨을 담은 편맥과 오땅....수다와 근황얘기에 적합한 수제맥주...비오는 날 거나하게 취하고 흥청이망청이 노래부르고싶은 막걸리..등등 술과 대화는 뗄레야 뗄 수 없거든요. 와인은 또 와인 나름대로의 대화가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언어라고 규정해 봤어요. 술자리는 꼭 목소리로 오고가는 대화 대신에 잔끼리 부딪히며 마시는 와중에 느껴지는 무언의 대화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중간에 뭔가 굉장히 어색해지면 '야야야 짠해 짠!' 이라고 끊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예요. 뭔가 잔을 기울여 마신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가 된다고 생각해요.짠해 짠.5.자 그래서...텍스트를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진심 4줄 쓰는게 이렇게 힘든 건지 오랜만에 깨달았습니다.이렇게 일단 언어와 와인의 속성을 뽑아서 사랑의 작때기 마냥 서로 연관있는 것 끼리 연결시켜 주었어요. 은유라는 것은 유사속성끼리 서로 묶는 게 먼저거든요.그리고 각각 속성을 연결시켜 문장으로 만들어냈어요. 논리는 이런 식이었어요.'와인은 언어다.''언어는 사고방식과 행동을 규정한다.''와인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이런 3단 논법으로 갔던거죠. 몇몇 키워드들이 등장했어요. 오감, 깊어짐, 가벼움, 묵직함, 섹시함, 섬세함, 감각 등등..말이예요. 이제 이 녀석들을 문장안에 잘 녹여서 하나로 만들어야 해요. 이 때 만큼은 존윅에 나오는 총기소믈리에가 된 것같은 느낌이죠.그래서 기존 텍스트를 이렇게저렇게 바꾸고 만들고 난리를 쳤습니다. 자세한 과정은 재미가 없으니 생략하도록 할께요. 여튼 이렇게 14개의 사업영역에 대한 텍스트가 모두 만들어졌습니다. 텍스트를 만들 때는 몇가지를 고려해야해요!~일단 읽혀야 해요. 끝까지 읽히고 나선 찰져야 해요. 입천장에 달라붙은 양반김마냥 입에 챡!! 붙어야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쉬워야 해요. 와인은 안그래도 전문가들만 알고있다라는 느낌이 강력한데 영어나 한자어가 수두룩하면 읽는 사람은 느에에에에 핵노잼! 하면서 뒤로가기를 누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입으로 말해도, 글로 써도 둘 다 어색하지 않은 글이면 더더욱 좋겠죵. 그래서 문장에 구성할 때 운율을 잘 짜요. 3.3.5라던지 3.4.3이라던지 음보를 잘 짜주면 딜리버리 쩌는 스피치를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라임도 잘 맞춰주면 좋아요. 이응이응이 가득한 어절에 하나씩 파열음이나 된소리를 넣어주면 엑센트가 살면서 일종의 리듬감을 만들어 준달까요.그렇게 머리를 두번짜고 세번짰더니!!  이런 것이 만들어졌어요!대표님은 맘에 든다고 끄덕이끄덕이를 하셨고(으아아아아...감사합니다!!!)  전 2주간 시달리던 긴장에서 봉인해제될 수 있었어요. 대표님께선 와인을 적극 권하셨습니다. 한 잔 잡숴봐~ 이런 느낌은 아니었고. 진심으로 와인이 삶을 보는 눈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계셨어요. 근데 사실 이 점은 저도 동일해요. 술이란 것은 대화를 동반한다고 했잖아요. 심지어 아무 말없이 술만 기울여도 뭔가 그 분위기라는 것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기도 하구요. 이게 주종에 따라 조금씩 어투나 언어가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분명 와인은 와인 나름의 대화와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선 내 몸속에 들어가는 이 알싸한 것들이 당최 뭔지 이해해야 해요.와인을 배운 다는 건 내 몸속에 또 하나의 언어를 채워넣는 느낌이죠. 말로 내뱉는 언어가 아닌 혀와 코끝으로 느끼는 언어말이예요.그래서 말인데, 대표님이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소믈리에 기초과정을 한 번 들어보라고 권하셨어요. 우왕굿이예요. 자랑입니다. 이제 더 이상 와인코르크도 제대로 못따서 코르크 빠뜨려서 둥실둥실 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클라이언트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장단점이 있습니다. 모든 디자이너와 콘텐츠제작자는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해요. 그건 숙명과도 같은 숙제죠. 내 것을 만들면서 느끼는 뿌듯함은 굉장한 쾌감을 줍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클라이언트 비즈니스도 짜릿한 매력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몸담고 있는 세계를 맛볼 수 있잖아요. 특히 이번 프로젝트 처럼 전혀 관심도 없었던 영역을 '일을 하기 위해' 공부했다가 매력이를 느껴버리는 경우엔 더더욱요. 매번 새로운 일을 하시는 대표님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조금씩 테이스팅하는 기분입니다. 이번엔 진짜로 알싸한 와인을 테이스팅 하게 될 것 같구요. 조만간 소믈리에 과정을 듣게되면 이 언어가 얼마나 기가 맥히게 매력적인지 꽐라가 되어서 글을 주저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글 중에 글은 취중끄적 아니겠습니까.이렇게 또 하나의 일이 끝났습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고 생에 두번 없을 기회까지 제공해주신 와인비전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딱히 돈을 받거나 광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언어에 관심있으신 분이라면 한번쯤 들려보세요 :) http://winevision.kr/
조회수 1158

[인터뷰] Humans of MEME, 그 다섯 번째 주인공을 만나다. -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졔졔의 이야기

안녕ㅎr세요 !멋진 미미박서의 이야기를 담아오는 MOTH 입니다 !이번 주에는미미박스 사이트, 상품 페이지나 프로모션 등미미박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시는 디자이너 분을 만나보았어요 !오늘의 주인공 jyejye 를 만나러 가볼까용?Q. 졔졔! 안녕하세요. 졔졔는 그렇다면 전공이 디자인 계열이신가요?A. 아니요. 저는 미생물학과였어요. 제 전공으로 학위를 받고 직업군을 가지게 된다면, 보통 제약회사 아니면 화장품 R&D 에서 제품을 연구하는 일을 하게 되는 전공이에요.( Moth : 와우! 그러면 어떻게 디자인을 하고 계신거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교과목 수업 중 미술 시간이 사실 제일 행복했었거든요. 근데 그 당시 스스로 생각해봤을 때, 중학생 때부터 미술을 시작하는 것이 늦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당시 미술 학원을 다니고 벌써부터 예중∙예고의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들도 많았구요.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늦었다, 힘들 것 같다, 안될 것 같다’ 이런 것이 다 핑계 같고 또 그만큼 하고 싶은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디자인 하는 것이 굉장히 즐겁고 재밌다는 것을 점점 스스로 느끼는 것 같았어요. 대학생 때에도 당시 전공 교수님께서도 전공을 살려서 일하라고 하시는데 제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대학교 이후의 제 삶에서도 이렇게 보내게 된다면, 굉장히 후회할 것 같은 거예요. 부모님도 사실 그 방향으로 가시면 좋아하셨거든요. 그랬는데 그 때, 제가 용기를 가졌던 것 같아요. 이과에 가고 대학교에 진학하고, 그런 것이 어떻게 보면 부모님이 원하시는 안정적인 방향의 삶 쪽으로 간 것이었는데, 제가 결국에도 직업을 그렇게 선택한다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고 제 삶이 즐겁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국 졸업 한 후, 약 1~2년정도 무작정 배워야겠다는 결심으로 웹디자인 학원도 다니면서 이것 저것 만들어보며 다시 새롭게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Q.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이셨네요. 다시 새로운 길을 가기 정말 어렵잖아요. 지금은 어떠세요, 용기 낸 선택에 만족하시나요?A. 네. 사실 제 대학교 생활만 봐도, 이미 디자인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을지도 몰라요. 대학생 때 발표하며 PPT를 만들잖아요. 저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을 더 잘 보이고 집중되게 만들고 싶었어요. 발표 시간에 대부분 딴짓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집중을 하게 만드는 요소로 비주얼적인 것이 크잖아요. 그렇게 이 발표를 집중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PPT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떻게 구성하고 내용을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을 느껴서 그 당시에도 디자인 측면에서 많이 집중했었어요. 주변 사람들도 제가 평소에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아셔서 학회활동에서도 과티를 만드는 것도 저에게 맡겨서 디자인 해보라고도 하시는 등요.학교생활만 돌아봐도 항상 제 일상엔 그런 것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평소에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항상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줬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어떻게 미미박스에 오시게 되셨어요?A. 사실 미미박스에 가장 끌렸던 것이 기업문화였어요. 저는 다른 무엇보다도 제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제가 제 일만 하여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결국에는 나중에도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순간 순간을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기업문화가 제일 매력있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렇게 미미박스에 들어오게 되었고, 자연스레 화장품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기업문화 때문에 회사에 들어왔는데 화장품에도 관심이 생겼고, 화장품에 관심이 생기다보니 이 화장품을 더 잘 보이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열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네요(웃음).  저는 제가 걸어왔던 발자취와 경험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결국 지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모든 것이 다 경험이잖아요. 나중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 거더라고요. 힘들 때도 정말 많았어요. 버티고 버티면서, 그렇게 버텼던 순간들이 나중에는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그 시간들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로 잘 흘러가잖아요. 그 흘러가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면, 그게 허투루 쓰이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대학교 4년 동안 배웠던 전공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도 아니니 그 시간도, 등록금도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배우고 경험했던 순간들이 항상은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디자인을 할 때도 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며 ‘내가 한 모든 경험들이 다 쓸모 없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예를 들면, 연예인 이성경씨도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모델이 됬는데, 모델 일을 하기도 연기도 하면서 기회가 생겨서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다, 그르다 라고 판단하기 보다 그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언제 어떤 순간들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저는 부끄럼도 많고 두려움도 많으면서도 도전정신도 있거든요. 상반적인 것을 같이 가지고 있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요. 이것 저것 해보고싶고.. 등 그런 것들이 결국 모여서 제가 되기도 하니깐요(웃음).그래서 제가 아직도 쓰는 슬로건이 manymuch 이에요. 뭐든지 많이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저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주말에 나가는 경우도 꽤 있어요. 정말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그래 쉬자’ 라고 생각하면 또 몸이 근지러운 성향이기도 하고요. 피곤해도 나갔다 오면 ‘역시 나오길 잘했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능하면 주말에 새로운 곳에 많이 가보려고 해요. 전시가 있으면 보러가고 새로운 공간에 계속 찾아가보는 것도 디자이너한테는 감각을 키울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디자인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완전한 창조가 일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것 저것 많이 보면서 응용하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떠한 분위기를 원하는지, 요즘 트렌디한게 무엇이며 제가 디자인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깐 더 찾아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Q.  졔제는 어떤 목표가 있으신가요?A. 졔졔가 바꾼 한정특가 이벤트 가이드 변경기본적인 한정특가 이벤트 가이드가 있어요. 한정특가 작업물을 만들어야 할 때, 그 이벤트가 디자인적으로 고객이 느낄 수 있을만큼 후킹하게 느껴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벤트 가이드 자체를 바꾸었어요. 누군가 저한테 시켜서가 아니라 이렇게 디자인을 하면 고객들의 눈에 확 들어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기본 가이드 룰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좀 더 눈에 띄게 바꾸었어요. 그렇게 제가 만든 것이 또 자연스레 가이드가 되었어요. MD분들도 제가 만든 방식으로 제작을 해달라고 요청해주신다던지, 그런 것이 가장 많이 뿌듯했던 것 같아요.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것도 일의 일부며 딱 주어진 일만은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좀 더 고객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게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어느 정도 퍼포먼스를 내고 있지만 완전히 퍼포먼스를 냈다고 생각은 안해요. 제가 하는 업무에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그리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내고 싶고, 그게 또 제 목표에요. 앞으로 우린 어디에 있던 간에 계속 나아갈 사람이잖아요(웃음).졔졔와 이야기를 나누며저는 개인적으로는 삶의 방향과업무를 하는 마음가짐 등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주의 이야기는 인터뷰라기보다 졔제가 저의 고민도 많이 들어주시고격려도 많이 해주시며 이야기 하면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맛있는 코~퓌~도 사주신 졔졔 흑흑흐그흑 ㅠㅠㅠㅠ항상 쉬운 것에 안주하지 않고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시는 졔졔이런 멋진 미미박서분이 계셔서미미박스가 더욱! 멋진 회사로 성장할 것 같아요 !다음에는 더욱 알찬 이야기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이 10000 안녕히계세요!
조회수 1818

제대로 콘텐츠 디자인하기 – 판타지 편

수많은 도서 분야 중 리디북스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5개의 장르를 아시나요? 바로 리디북스 홈페이지를 상단 메뉴를 구성하고 있는 일반, 로맨스, 판타지, 만화, BL 장르입니다. 저는 리디북스 콘텐츠팀 디자이너로서 이 5가지 장르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5가지의 장르 모두 개성이 뚜렷한 만큼 디자인하는 방법도 조금씩 다른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5개의 장르 중 판타지 장르의 콘텐츠디자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판타지는 어둠의 다크?처음 판타지 장르의 콘텐츠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바탕색은 어둡게, 포인트 컬러는 채도가 높은 색을 사용하여 강한 대비를 표현하는 것이 전형적인 특징이었습니다. 저도 그 특징에 따라 일단 어두운 배경을 만들고 하나하나 요소를 넣으며 작업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개의 판타지 콘텐츠의 디자인을 하며 도서들을 접하다보니 판타지 도서가 어둡고 강한 이야기도 있지만 신이나 마법, 초현실 등 다양한 주제들로 세분화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로 디자인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디자인을 해야 다양한 판타지 콘텐츠들에 각각 걸맞은 옷을 입힐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초반 판타지콘텐츠 디자인 작업. 바탕은 어둡게, 타이틀은 밝게.판타지는 세계다.판타지라는 단어가 갖는 특징은 뭘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실이 아닌 이상, 상상의 세계’. ‘개개인이 꿈꾸는 세상’, ‘현실의 극한적 왜곡’ 등등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저는 개인이 환상을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판타지 소설들은 이계, 사이버 세계, 중세, 현대. 초현실 등 시공간적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그래서 판타지 도서의 이벤트 페이지를 디자인 할 때 해당 소설이 가진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다면 판타지 소설을 더욱 판타지답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소설 특징이 반영된 이벤트 페이지를 보면, 마치 그림책을 보듯이 도서에 대한 이해가 훨씬 이해가 쉬울 것이란 확신도 들었습니다.판타지 디자인 = 공간감과 입체감이후 저는 디자인을 할 때 구성 요소를 ‘공간 안에 넣는다’는 생각을 갖고 공간감 만들기에 집중하였습니다. 많은 게임 웹사이트가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습니다. 평면적인 디자인에 익숙했던 터라 입체적인 판타지 디자인 결과물은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각적으로 멋지기도 하지만 공간감 때문인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시선을 강하게 잡았습니다.또한 ‘어둡게 표현한다’는 제한을 없애고 여러 컬러를 활용하여 몽환적이거나 신비로운 느낌의 다채로운 판타지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을 하더라도 공간감이라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통일감이 생겼고 이 특징은 자연스럽게 판타지 카테고리의 아이텐티티가 되었습니다.다양해진 컬러와 공간감의 표현입체적인 공간 연출법공간감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내 이미지 사용, 구성 요소에 입체감 주기, 그림자 넣기 등등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중 가장 중요한 요소를 고르자면 바로 ‘빛’입니다. 가상의 조명을 왼쪽, 정면, 오른쪽에 배치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가끔은 역광까지 알맞은 위치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광량을 요소별로 적용하면 입체적인 느낌이 살아납니다.이 때, 일률적으로 똑같은 빛 효과를 주기보다는 위쪽 오브젝트엔 하이라이트와 강한 그림자 효과를, 아래쪽 오브젝트는 밝은 부분을 줄이고 음영 위주로 표현해주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게 공간연출을 할 수 있습니다. 막혀있는 공간이 아닌 하늘, 들판을 배경으로 사용한다 해도 빛을 이용하면 쉽게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배경레이어 위에 타이틀을 올린 예시배경에 빛을 주고 각 폰트에 같은 레이어 스타일을 적용한 예시광원에 따라 자연스럽게 빛 효과를 준 예시맛깔나는 효과공간감을 연출했다면 이제 효과라는 양념을 추가해 좀 더 맛깔나게 페이지를 구성해야 합니다. 너무 과해서 촌스럽지만 않다면 개인의 역량껏, 마음대로 구성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효과는 포토샵 블렌딩 모드 중 ‘linear dodge’와 레이어 스타일 중 ‘bevel and emboss’입니다.1) Linear DodgeLinear Dodge는 흰색 부분을 유지한 채 검은색에 흰색을 추가해 더욱 밝게 해주는 기능으로 발광 효과를 내는 데 주로 사용합니다. 검정 바탕색에 흰색이 블렌딩 되면서 빛을 내기 때문에 경계선을 뚜렷하게 하는 것보다 blur를 주어 그라데이션을 만들면 빛나는 효과를 더욱 살릴 수 있습니다.2) Bevel and EmbossBevel and Emboss는 평면레이어에 입체감을 주는 효과입니다. 각 항목별로 수치를 조정하여 양각, 음각, 높이와 빛 방향, 빛과 그림자 색 등등 다양한 표현을 이 하나의 기능 안에서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조절해보며 자신이 내려고 하는 효과에 맞는 수치를 찾고 적용하면 됩니다. 특히 이 효과를 서체에 적용하려고 할 때 중요한 팁을 드린다면 바로 ‘폰트 선택’입니다. 고딕체에 적용하는 것보다 세리프체나 획의 굵기의 변화가 많고 특이한 모양의 폰트에 적용하면 효과가 더욱 살아납니다. 특이한 폰트가 없다면 기본 폰트선택 후 Convert to Shape하여 일부러 변형을 주어 사용하면 극대화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마치며판타지 도서의 다양한 개성을 표현해보려고 시작한 방법들이 이제는 리디북스 판타지 디자인의 전반적 흐름이 되어 뿌듯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맹목적으로 어둡게 디자인을 하던 시절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요즘은 다시 입체적인 것, 효과를 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과하지 않은지 반문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트렌드는 계속 변하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기 때문에 틈틈이 좋은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구요. 더 멋진 판타지 장르 콘텐츠 디자인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고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리디북스 #디자인 #디자이너 #콘텐츠 #콘텐츠디자인 #콘텐츠디자이너 #개성 #장르 #판타지 #공간감 #입체감 #광원효과 #고민 #작업후기
조회수 885

루프 속 브랜딩: 벌려놓은 일과 마무리되는 일

일이 생기다, 일이 밀리다.일이란 게 참 그렇습니다. 오늘의 일이 끝났다고 내일 일이 없는 것이 아니죠. 심지어 오늘의 일이 안 끝났다면 내일의 일은 괴물이 되기 시작하고, 그렇게 하루이틀 밀리다보면 '아!!...난 왠지 백수에 적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집니다.바로 백수야!!흔하게 일이 밀리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오늘 다 끝내지못한 PPT 나머지 8장은 내일로 넘어갑니다.내일은 보도자료 작성과 행사기획, 카드뉴스제작, 블로그글쓰기을 해야합니다. PPT를 만들다보니 블로그가 또 다음 날로 밀렸습니다.다음 날엔 또 그 날의 일이 있는데 블로그도 해야합니다.그런데, 그 순간 대표님이 어디가서 IR해야하니 PPT좀 만들자고 합니다.(아니 욕! 엊그제 만들었잖아!? 욕욕) 하지만 하라니까 해야죠.문제는 오늘의 일을 끝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난데없이 IR제작이 추가되면서 오늘 일 몽땅과 블로그작성도 또 미뤄집니다.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블로그는 아예 누락되어버렸고, 월요일날 혼납니다. IR먼저 만들으래서 만들었는데, 왜 다른 일 못했냐고 꾸중을 듣습니다.협력업체에선 빨리 자료달라고 메일이 옵니다.겨우 IR 제작이 끝나서 지난 일주일간 밀린 것을 하려고 보니 양이 엄청납니다.이번 주에는 행사준비가 시작되는데, 이걸 다 하다간 아무것도 못할 것 같습니다.음. 해결책이 있습니다. 밤의 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죠. 새벽포텐으로 이 일을 마법처럼 끝낼 수 있게 해주세요...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주의 모든 저녁약속을 취소되었고...꿈의 야근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꿈은 '비몽사몽'을 의미합니다. 대부분, 일이란 건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종잡을 수 없이 계속 밀어내기식으로 진행되다가 새로운 일이 하나 들어오는 순간부터 사채이자를 빌려쓴 카드 돌려막기의 폐해를 몸소 느낄 수 있게되는데..이 일 빼서 저걸 막으면, 저기에서 또 다른 일이 생기고... 도무지 정리가 안되고 하면 할수록 많아지는 느낌만 들게 됩니다.특히 브랜딩업무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브랜딩이란 단어는 굉장히 설렙니다. 사람들이 보통 이 단어를 들으면 희망과 꿈이 가득해지고 흥분을 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그러나 엄밀히 따지고 보면 브랜딩은 딱히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축포 같은 게 아닙니다. 사실 명백히 따지면 시작부터 이미 되어있었어야 하는 걸 이제서야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제부터 브랜딩을 할끄야!!!! 라는 외침은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올해는 살을 뺼거야!!! 와 같은 느낌의 결심의 톤과 비슷합니다. 브랜딩은 '기질과 속성'에 가까운 것인지라 결심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기존의 일들을 정립하기원래 말도 잘 못하고 응..너가 좋으면 나도 좋아...스러운  웹툰주인공같은 성격을 지닌 세희씨는 2017년 내내 호갱으로 아스트랄하게 살다가 새해가 되어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살아선 안돼!!! 이제부턴 거칠거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을거야!!' 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다음 날 팀장님이 '세희씨 이런거 잘하지? 이거 세희씨가 해~' 라고 던진 썡뚱맞은 업무앞에서 그녀는 과연 결심을 지킬 수 있을까요.하루아침에 무언가가 슉~하고 바뀔 순 없습니다. 더군다나 원래 기질과 맞지 않은 옷을 입으려고 할 땐 더더욱 심각해지죠. 해결책이야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얘기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알고 어쩌고 뭐 하는 것이죠. 브랜드는 매출과 확장의 목표가 분명하므로 단순한 자기성찰을 넘어서 구체적인 '행동'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명백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행동들 말이죠.그런데 브랜딩을 한다고 해서 시작되는 행위는 대부분...좀 어딘가 동떨어진 느낌의 업무가 추가되는 느낌입니다.브랜딩 = 새로운 전환점! 시작, 터닝포인트! = 회사소개서 리뉴얼???과 같이 말이죠. 목적과 행위가 좀 따로논다는 느낌이 있지 않나요? 대부분의 회사 브랜드 프로젝트의 목적은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알리겠다!' 입니다....그렇다면 일단 '정립'을 해야하고 '알려야하죠. https://dribbble.com/shots/1618339-Brand-Identity-System정립이란 건 = 태양계를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핵심을 태양위치에 두고 회사를 구성하는 메인 BM과 부가적인 BM을 내행성계와 외행성계로 나누어 궤도에 돌리는 일이죠. 중간에 자잘한 것들은 소행성계에 넣어놓고 우리 회사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치는 지 시장의 범위를 정해서 헬리오포스(태양의 힘이 미치는 태양중력영향권)를 규정합니다.과학실에 있던 태양계 모형마냥 항상 지구를 돌리면 톱니바퀴장치로 다른 아이들도 빙글빙글 돌아가곤 했는데...이것과 유사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태양. 즉 핵심가치가 "일은 먹고살자고 하는 거다."라고 해봅시다.'식사'라는 키워드로 7개 행성이 그 가치를 공전하기 시작합니다.내행성(주요BM)3개는 "도시락/샐러드/간편식" 제조와 배달입니다.외행성(보조BM)4개는 "강의/건강검진서비스/앱광고/굿즈판매" 입니다.그리고 중간에 "행사, 이벤트, 무슨 R&D사업유치, IR, 박람회, 해외지사 설립" 부수적인 이슈들이 있죠. 일단 브랜딩에서 업무구분을 할 때 중요한 건 무엇이 안쪽에 있고 무엇이 바깥에 있는지..어떤게 큰지 작은지를 나누고 구분하는 일입니다. 정립이란 건 "제대로 세운다" 라는 의미입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하나가 아닌만큼 하나가 자빠지면 우르르 넘어지기 시작하는데 그게 유튜브 도미노영상처럼 아름답게 넘어지진 않더라구요. 그냥 뜯다가 터져버린 아몬드후레이크처럼 사방에 널브러지는 거죠.위와 같이 일종의 동심원구조의 궤도를 구축했다면 각 궤도를 구성하는 상세한 업무들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행성에 딸린 위성과 같은 느낌이죠. 업무를 정리하다.기존의 일을 정리하는 방식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1) 없애거나2) 합치거나3) 바꾸는것이죠. '줄인다' 라는 표현은 좋아보이긴 하지만..절대량이 똑같다면 어떨까요? 100의 일을 해야하는데 하루2시간씩 50일을 해던걸 1시간으로 줄여 100일을 한다?... 어차피 똑같거나 아니면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경써야 하는 건 절대량100을 80으로 줄이는 겁니다.쓸데없는 일들은 없애는 것이 맞습니다. 작게는 자잘하게 많은 서류작성이나, 출장계획서, 복귀 후 보고서(심지어 이런것도 있음) 등 불필요한 양식들을 정리해내고 크게는 소행성계에 있거나 외행성계에 있는데 지나치게 업무시간을 많이 할당하고 있거나 메인업무가 오히려 밀리는데 심지어 딱히 가성비도 좋지 않다!!..라고 하면 그냥 STOP! 해야죰. 존버는 답이 아니니까요.유사한 업무끼리는 합치는 게 좋아요. 소개서와 제안서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제작시에도 모듈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또 새롭게 소개페이지를 만들고 간지를 제작할 필요가 없죠. 모든 PPT양식을 하나로 통일해서 지정된 디자인으로만 사용한다면, 필요할 때마다 템플릿 디자인을 다시 해야할 필요도 없죠. 내용만 갈아끼우면 되니까요. 지금까지 쓰던 서류철을 웹클라우드서비스로 바꿔서 데이터정리를 한다거나, 협업툴을 바꿔보거나 일반 종이계약 과정을 전자계약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등 자동화/간소화 시스템을 활용해서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어요. 이는 절대량100을 줄이진 않지만 내 능력치10에서 빛나는반지를 장착하여 +3의 어드밴티지 효과를 부여해주죠. 궤도정립과정에서 각각의 일들이 구체적으로 등장해준 후 위와 같이 각 일에 대해 마이너한 리뉴얼을 거치고 나면 그 떄 비로소 새로운 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후우..드디어그리고 실제로 위와 같이 마이너하게 업무정리를 하기 위해선 상당부분이 통일/정리/자동화가 이루어져야 하죠. 이미 이 과정자체가 브랜딩의 기초단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이 후에 새롭게 진행될 일의 절대량도 현저하게 줄어드는 꿀이득을 누릴 수 있죠. 일을 시작하다.이제 일을 시작해봐야겠습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시작할 지는 앞서 적은 매거진 내용을 통해 언급했으니 구체적인 내용은 '뒤로 가기'를 누른 후 지난 1~14화를 쭈루룩....(이렇게 조회수를 늘리나요..)우리가 여행갈 때 셀카봉은 빼먹어도 되지만, 신발을 안신고 갈수는 없잖습니까. 일을 함에 있어도 중요한 요소와 부가적인 요소가 존재합니다. 초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6하원칙을 모두 지키라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므로 3가지만 지키도록 하죠.'누가/언제/어떻게'무엇. 에 해당하는 건 이미 과업으로 정해졌을 테니 위의 3가지만 정확하게 잡아보도록 합시다.1) 누가...는 업무분장을 의미합니다. 지난 회의실에 브랜딩에서 익히 정리했던 내용이지요. 다시 한 번 요약하자면 정/부를 정확히 쪼개고 누구에게 보고하고 누가 컨펌하느냐 하는 사람에 대한 체계를 잡는 일입니다. 이게 제대로 안잡혀있으면 내 일이야? 네 일이야? 하다가 결국 일은 구멍이 났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돈만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2) 언제. 는 데드라인을 의미하죠. 마무리 시점을 잡는 것 이외에 각 단계별 일정을 구축하고 다른 협업자와의 일정조율을 하는 모든 일을 포함합니다. 달력으로 하는 일이니만큼 책상위엔 2018년 예쁜 달력이 반드시 있어야 할 듯 합니다.3) 어떻게...는 업무방식에 대한 얘기이죠. 커뮤니케이션만 담당하고 외주로 돌릴 것인지, 직접제작 할지 아니면 TF팀을 구성할 지 등등 부터 오프라인/온라인 등의 채널 잡기, 구체적인 기획안에 적히는 콘텐츠의 내용들을 의미합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과업지시 내용이 등장하죠.그래! 리플렛을 만들어서 우리 앱을 소개해보자!~라는 목표가 생겼다면"지혜가 정을 잡고, 가희가 부를 잡아. 각 업무분장은 지혜가 기힉/커뮤니케이션을 잡고, 가희가 자료조사/취합/전달의 역할을 하자. 자료조사는 12일까지, 취합전달은 13일까지 그리고 그동안 지혜가 컨택을 담당하고 13일에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는 걸로. 22일까지 1차시안을 완료하고 30일까지 최종시안 인도받아서 30일날 인쇄넘기는 걸로 정리한당. 리플렛은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나눠줄 용도라서 2,000부 정도 인쇄 진행하고 AI원본파일 요청하고 해당비용에 대한 이슈는 알려줘요. 리플렛 내에 들어갈 내용은 기존 리플렛을 참고하되 업데이트된 부분들에 대한 정리와, 우리 브랜드가이드에 맞춰서 디자인리뉴얼에 초점을 맞추자."로 정리가 된달까요. 그럼 업무확인은 어떻게 하느냐.. 13일날 전달확인 / 22일 1차시안 확인 / 30일 최종시안 수령확인 으로 3번만 하면 됩니다. 누구에게 확인할까용? 지혜씨죠.인쇄이슈는 최종시안 컨펌 후 다시 과업지시로 전달합니다. 뭐 이 때 실무자는 대략 고민을 해봐야죠. 사이즈나 부수를 대략 확인했으니 인쇄비용에 대한 견적을 미리 받아야 할 거고, 비교견적을 내고 결재를 미리 올려야겠죠. 인쇄 및 수령일자를 확인하고 감리일정도 미리 업체와 조율해야 합니다. 택배방식도 확인해야합니다. 박람회 일정이 그리 넉넉치 않으니 일반배송으로 할지 다마스퀵으로 할 지 등등. 조금 더 깨어있는 현대인이라면 2,000부가 행사장에서 모두 소진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배포 후 남은 리플렛은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B안을 가져갈 수도 있겠죠. 이런식으로 일을 줄이고 쳐내고 정리한 후 새로운 일을 잘 오물거려서 끼워넣는 방식으로 총량을 맞춰가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일이 과다하게 쌓이기 시작하면 모든 일의 퀄이 떨어져갑니다. 퀄이 떨어진단 얘기는 브랜드관리가 허술해지기 시작한단 얘기고 헛점이 많아지는 것이죠. 내부업무에서 허점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반드시 고객접점까지 그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어요.클레임 피드백이 안되거나, 간담회가 엉망이 되거나, 베타테스터 모임이 허접해지거나...또는 제품납품 일정, 서비스UX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등...브랜드이미지와 운영관리가 똥망이 되어갑니다.회사소개서가 예쁘지 않아서 브랜딩이 안되는 게 아니예요.무리한 회사소개서 제작때문에 브랜딩이 어려워지는 것이죠. 내일은 전체회의를 하면서 태양계를 한 번 그려보는 게 어떨까용 (강츄) :)
조회수 947

브랜딩을 다시 생각해보자: 개념원리 브랜딩

브랜딩에 관련된 수많은 얘기가 넘쳐나는 요즘입니다.이미 원론적인 내용은 다양한 전문가님들의 고견들을 통해 섭렵하셨으리라는 전제 아래,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합니다. 전략이나 방향성 등등 브랜딩은 그 자체가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원론적인 내용을 빙빙 돌 위험성이높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절대명제는 어떤 방향성이든, 무슨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그 시작은 항상 본질에서 비롯되지만, 폭망은 디테일에서 비롯된다는 점이죠.   500만원을 들여서 브랜딩 컨설팅을 몇 개월 내내 받았습니다. 비즈니스모델도 손보고, 마케팅 전략도 일체화 시키고, 막 로고와 슬로건도 재정비하고, 퍼포먼스 브랜딩 전략도 기똥찬 아이디어로 구축했습니다. 막 잘될 것 같아서 만세를 외치고 있는데 정작 폭망의 이유는 단순한 것들에서 비롯됩니다. 엉기 성기 대충 붙인 주소 라벨이나, 전날 술 먹고 퀭한 얼굴로 불친절한 점원의 삐딱한 짝다리 등이 그것이죠.  실무단의 브랜딩은 전문가들의 브랜딩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그들에겐 일이고, 노력이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바로 실무자들의 브랜딩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 글은 브랜딩의 성공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오히려 대폭망을 예방하는 차원의 디테일한 이야기들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이번 시간을 통해 브랜딩의 기본적인 개념은 한 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브랜딩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공급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나누어 생각해보죠.먼저공급자 입장에서의 브랜딩입니다. 브랜딩. 각인시킨다는 뜻이죠. 알린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 어원도 다르고, 단어자체의 뜻도 다르죠. 물론 어원이 기능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의미가 있는 것이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알린다.’는 뭔가 정보를 주는 느낌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입니다.우리건 놀라운 기능이 있어. 우리건 화소수가 5천만이야. 우리건 유기농이야. 우리는 사회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우린 자신을 찾는 교육을 해.이처럼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또는 ‘한다’ 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행위의 문제죠. 이렇게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브랜드에 관련된 기획과 디자인을 합니다. 그렇죠. 이것들은 제가 하는 겁니다. 그럼 이것을 하는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까칠한사람? 생각 많은 사람? 잘생긴 사람? 네, 모두 맞을 겁니다. (함정이숨어있어!!! -0-!)  제가 하는 일을 알리고 명함을 드리고 제안서를 던지는 것은 ‘정보를 주는 행위’ 입니다. 문제는 누가 이 행위를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죠. 브랜딩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야 합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는 지가 아니라, 그러니까 너흰 누군데?  당신이 무엇을 하는 지가 아니라, 그러니까 너흰 누군데?  각인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각인. 새긴다는 뜻이죠. 원래는 가축이나,벽돌, 목판, 또는 살에다가 새겼던 것입니다. 불로 지져서. 아프게. 물론 꼭 노예와 전쟁포로를 구별하기 위함만은 아니었습니다. 목조건물과 선박이 많았던 옛날옛적에는 인두로 까맣게 태워서 고유의 문장을 만들곤 했으니까요. 나무나 벽돌, 가축에 불로 각인시키는 것도 Brand의 행위 중 하나였죠. 이것은 현재의 브랜딩 개념과는 조금 다른 단순한 식별과 책임소재, 품질에 대한 보증을 나타나는 일종의 표시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이 행위는 이미 기원전 수 천년 전, 인류문명의 발단과 함께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후 산업의 발전과 다양한 경제체제의 발달, 문화와 종교의 발전과 기업와 온라인매체의 등장으로 그 정의가 다양하게 바뀌긴 했습니다만, 브랜딩이 가진 고유의 가치는 변치 않고 항상 내포되어 있습니다. '표기'의 기능이죠. 그럼 여기서 질문. 그럼 브랜딩은 단순히 로고 만드는 거예요? 불로 새겨서 간판 만들듯이? 아닙니다. 그런 얘기를 할 거면 글을쓰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간판을 만든 이유는 이랬을 겁니다.  13세기중반 무렵 옆 집 말발굽(편자) 장인이 어느 순간 무쇠로만든 것을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을 겁니다. 13세기 이전에는 청동등을 이용해서 편자를 만들었는데, 녹이 쉽게 슬고 성형이 어려워서 무쇠로 만든 편자가 유행하기 시작했죠. 그래서나도 질 수 없으니 무쇠편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간판에 ‘원조 말발굽’ 이라고 써 붙이고 자기 이름도 막 써 붙인 겁니다. 녀석이 원조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 손님들을 다 뺏길 순 없으니, 뭔가 다른 점을 어필하고 싶었을 겁니다. 고민하던 편자집 사장은간판에 이렇게 써 붙입니다. ‘말사랑 편잣집’. 그리곤 5살때부터 말을 타고 놀았던 프로교감러의 특기를 살려 ‘내 말이 말같지 않을 때.’ 라는 캐치프라이즈를 써 붙이곤 말의 종합검진 서비스까지 함께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말이 소중해서 매일 쓰다듬어주던 마주들은 종합검진 서비스까지 받으면서 나에겐 무뚝뚝하지만 내 말에겐 자상한이 츤데레 영감에게 빠져들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 말사랑 편잣집을 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소문을 냈겠죠. 거기 어디야? 라고 사촌 에넬슨도 물어보고, 사돈의 팔촌인 에릭도 물어 봤을 겁니다.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거기 시장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서 45걸음을 걸어간 후 옆에 과일가게 맞은편 골목 안쪽 어쩌고……’라며 주구장창 말할 순 없었겠죠. 뭔가 신호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 때 이미지나 이름이 있다면 쉽게 말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트안에 말 그려진 곳으로 가’‘말사랑말발굽이라고 써진 곳을 찾아봐’ 라고 말이죠. 간판과 로고, 심볼의 존재 목적은 이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식별하는 역할이죠. 우리가 좀 착각하고 있는 것은 로고가 겁나 예쁘면 우리가 브랜딩 된다는 생각들입니다. 비주얼 브랜딩의 측면에서 비주얼은 당신이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을 상징화시키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 예쁜 이미지가 당신의 행위나 가치관을 상징하지 못한다면 공허해지는 것이죠. 물론 위는 가상의 예지만, 중요한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행위가 먼저이고, 인식은 그 후입니다. 각인은 그 인식의 반복 또는 섬광기억을 통해 형성되는 것 이고요. 이게공급자 입장에서의 브랜딩입니다. 행위가 먼저이고, 인식은 그 후입니다.소비자입장에서의 브랜딩은 오히려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선 인식을 시켜야 하고 그걸 반복시켜야 하는데, 소비자에게 그걸 직접 어필할 순 없습니다. 길가가던 사람에게 로고를 들이밀고 외워주세요!! 라고 외치지 않는 이상 말이죠.  소비자 관점에서 브랜딩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무의식에 쌓여가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의식적인 기억에 대한 허무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억해야지!! 라고 다짐한 것들을 내일이면 죄다 까먹는다는 사실을 지난 12년+대학생활의 중간/기말 고사를 통해서 충분히 깨달았을 테니까요.  대신 어디 빵집의 딸기 케익이 겁나 맛있었다는 사실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죠. 그렇다고 딸기 케익이 생존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뇌 입장에선 딸기 케이크야 말로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인식했을순 있겠습니다만, 기존의 생존용 기억의 우선저장 메커니즘과는 조금 결을 달리합니다. 물론 인간은 옛 본성을 대부분 간직하고 있기에,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저장합니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길가다가 사자에게 물려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대신 정보들이 겁나 많으니 그것을 취사선택 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버려야 하는 것들을 일일이 검증해서 골라내는 것은 뇌 입장에선 귀찮은 일이죠. 인간의 기억메커니즘은 ‘선호도나 긍정적인 경험’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모르니까 안 해’ 카테고리에 던져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짱 싫은 것들은 따로 분류를 해놓았겠죠. 그것은 짱 싫으니까요. 이를테면 저에게 브로콜리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소비자에게 브랜딩이란 ‘자신이 경험한 것’ 그 자체입니다. ‘경험을 사고 판다.’ 라는 것이 마케팅이나 브랜딩의 기본 명제가 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긍정적인 경험’ 이란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물론 대다수에게 행복한 경험들이 존재합니다. 사랑이나, 이타심, 따뜻한 것(마음이 아니고, 진짜 그냥 따뜻한 것), 맛있는 것, 고양이와 강아지 등이 그것이죠. 대부분 이러한 것들은 인간의 본능에 접점을 두고 있는 것 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취향’을 지니고 있고, 이 때문에 수많은 변수와 갈래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허나 70억 인구가 모두 다른 취향을 지니고 있느냐 하면 또 그것은 아닙니다. 물론 사소한 취향까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모두 다를 순 있겠지만 대부분 ‘나만의 취향’ 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이미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코딱지를 파서 책상 밑에 붙이던 것도 나만 하는 줄 알았겠지만, 이미 이 자리를 지나간 선배님들의 역사 속 분비물들을 손 끝으로 느꼈을 때의 소름처럼 말이죠. 원피스나 나루토도 명확하게 그 파가 갈립니다. ‘순대에 된장을 찍냐 초장을 찍냐’도 그렇죠. 자박한 된장찌개나, 시원한 된장찌개도 그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습니다. 꽃 향을 좋아하는 사람과 시원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나뉘죠. 이처럼 취향이란 것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카테고리화가 가능한 수준의 것 들입니다. 덕분에 소비자심리학에선 소비자들의 행동패턴과 취향을 분류하여 데이터화 시킬 수 있었죠. 이러한 혼돈 속의 질서, 그러니까 ‘심리적프랙탈’ 덕분에 인간은 공감대를 나누고 사회라는 것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간이 지닌 이 취향과 경험을 혼돈한다는 것입니다. 취향은 말그대로 취향일 뿐입니다. 그러나 경험이란 것은 좀 더 다양한 요소의 결합이죠.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객관적 정보에 대해선 호/불호를 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노출되는 것에 대해선 그 경계를 구분 지을 수 없어서 애매한 정보로 남겨놓기 마련이죠. 그리고그것을 호기심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처음엔 경험도 꺼리게 되죠. 하지만 그 경험에서 어떠한 좋은 요소를 발견했다면, 얼른 ‘좋은 쪽’으로 남겨놓으려고 합니다. 뇌 입장에선 불투명한 것보다 섣부른 판단이 더 합리적이고 편하거든요. 무엇이 좋은 경험을제공하는 요소일지는 취향과는 별개로 굉장히 다양한 디테일들이 결정합니다. 취향은 그 시발점을 제공하지만, 결과물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뇌 입장에선 불투명한 것보다 섣부른 판단이 더 합리적이고 편하거든요.  원피스 카페가 오픈했습니다. 원피스 팬들은 막 원피스 레어 피규어와 메리 호 인테리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취향 저격당해서 심장을 움켜쥐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경험의 모든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입구에서 카페주문, 음식의맛, 애기들이 얼마나 뛰어다니고 시끄러운지, 좁은 공간과, 화장실의 청결도 등…… 다양한 행위들의 합을 통해서 경험의 총평을 내립니다. 물론 취향저격이란 것은 어느 정도의 마이너스요소를 방어해주는 +5방어력의 쉴드 아이템 이지만 무적은 아니죠. 그 마이너스점수가 인내심을 초과하는 순간, 소비자는 그곳을 ‘싫어!’ 로 분류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곳이 싫다고 해서 원피스가 싫어지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이것이 취향과 경험의 차이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브랜딩이란 것은 내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시간과 비용을 만족으로 채울 수 있는 경험을 의미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공급자는 행위를 하는 것이고, 소비자는 그 행위를 통해 만족스런 경험을 얻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경험이란 내가 직접 하는 행동 이외에도 앱 하단에 미친 듯 떠오르는 광고창에 x가 눌러지지 않아서 막 광고링크로 넘어가 버리거나, 카페에 와이파이가 잘 안 잡혀서 곤혹스러웠다든가, 불량상품의 교환이 1달씩걸린다든가, 고객센터 상담원님이 한숨 쉬면서 상담할 때 등의 다양한 간접/환경적 경험도 포함합니다.  경험을 제공해야하는 공급자 입장에선 당연히 세세한 부분의 매뉴얼이나 기획, 운영, 제작 측면에 대한 고민이있을 수 밖에 없죠. 지금까지는 브랜딩의 나름대로의 정의와 역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선 이러한 브랜딩이 실무단으로 넘어갈 때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 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로그인

/